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초가을의 피아골에서

세칸 2008. 10. 1. 21:16

초가을의 피아골에서

어린 왕자보다 더 젊은 늙은 왕자들과

 

어떻게들 사시는지요?

이런저런 이상한 일들로 꽤 복잡하고 시끌시끌한 줄 압니다만, 제 방을 찾으시는 분들은 다들 재미있고 건강하고 행복하시겠지요? 

저도 밥 잘 먹고, 잘 자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살고 있답니다.

예전의 도회지에선 새벽 서너 시에 자는 버릇이 몸에 베 있었습니다만, 화개에 살러 온 이후론 그 시간에 일어나곤 합니다.

 

참, 대단히 길고 무더운 여름이 어느새 가을입니다.

말이 가을이지 아직도 한낮은 여름이나 진배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없는 사람은 더운 게 낮지, 싶기도 하고요.   

 

며칠 전, 아니 한참은 지난 일 인 것 같습니다.

여러 해 전에 광주에서 피아골로 살러 오신 형님께서 '술 한잔하자'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피아골, 말이 피아골이지 피아골의 끝에서 또, 한참을 올라가는 해발 700m에 집을 짓고 사시지요.

사람이나 문명의 소리보다는 짐승이나 바람, 구름이 부르는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곳이랍니다.

여기도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네요.

'세칸아! 후레쉬 켜지 마라!'라는 꽃들의 말이 들리시지요? 

 

피아골, 700고지에서 바라보는 초저녁의 지리산은 아무나 볼 수 없는 풍경이랍니다.

시각마다 바뀌는 풍경을 제 작은 카메라로 어찌 다 담을 수 있을까요.

계곡 따라 피어오르는 운무에 몸을 맡겨 둡니다. 둥둥 떠다니게, 그냥....!

  

맛나는 고기에 소주 몇 잔이면 그게 약(?)입니다. 아이가 되는...!

두 형님께서 열심히 연주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피아골 형님(좌)과 문학산 형님께서 각자의 악기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일이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연주랍니다.  

 

두 분의 나이가 궁금하시다고요?

한 분은 50대, 한 분은 60대랍니다.

시골 살이를 자청하여 살면서 맺은 의형제 사이이기도 하지요.

 

이 날, 관중은 단 세 사람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두 분의 연주는 엄숙하고 정중했답니다.

어쩌면 음악을 즐기는 자신들에게 하는 '헌정연주'였는지도 모르지요. 

감동도 감동이지만, 술이 무척 '쏠렸(?)' 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사세요?

이렇게, 멋지게 사시는 분들을 소개해 봅니다.

 

고기 굽느라 고생하신 여여님, 다음 콘서트는 언제인지 미리 알려주세요?

반바지에 노팬티로 나를 당황케한 내 친구 찬샘아! 내가 팬티를 한 죽 사주면 안 되겠니?

언제나 진솔하고 밝은 피아골과 문학산 형님! 지금, 이 모습으로 영원히 남으시고 기억되길 빕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 무탈, 행복하시기도 아울러 빕니다.

 

'세칸의 사는 이야기'를 즐겨 찾으시는 모든 님들도, 건강하시고 평안, 무탈, 행복하시길 빕니다.

화개의 신흥마을에서 '반푼' 세칸이 초가을에 올리는 문안 인사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