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마을 매화구경
광양매화 마을로 오시면 여러분도 꽃이 됩니다.
봄은 어디서 어떻게 올까요? 봄이 오는 소리, 들어보셨는지요!
살면서 기다리는 계절 중에 봄같이 반갑고 더디오는 계절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겨울이 춥고 길어서 느끼는 조급증일 수도 있고 생명을 잉태한 조심성일 수도 있습니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곡성과 구례를 소리없이 600리를 흘러 섬진대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봄을 가장 먼저 실어나르는 강이라고도 하고 어머니의 어깨선을 닮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강이라고도 합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시에는 봄을 맞는 섬진강의 풍경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 들이
하얀 눈송이 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섬진강을 경계로 동편은 경남 하동군, 서편은 전남 광양시로 행정구역은 나뉘지만 화개장터에서는 언제나 한마을 사람같이 만나기도 합니다.
섬진강 기슭마다 매화가 새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며 기운이 넘치는 걸 보면 올해도 남도의 봄은 햇살과 햇볕의 고장인 광양(光陽) 매화마을에서 시작되고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매화나무 단지재배가 시작된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에서 오는 3월 8일부터 16일까지 “그윽한 매화향기, 섬진강에 사랑 싣고…”라는 주제로 제12회 광양매화문화축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꽃중의 꽃 매화꽃아 / 수야 엄마 가슴에 피어라 피어라 / 영원히 피어라 / 섬진강 언덕 위에 삼박재 골짝마다 / 섬진 주민 가슴마다 / 영원히 피어라’
1967년 봄날 돌산에 매화나무를 심으며 썼던 빛바랜 일기다. 허리가 휘어지도록 농사를 지었지만 매화나무는 늙은 농사꾼의 더 많은 눈물과 땀을 요구했다. 극심한 가뭄에 꽃봉오리가 말라버릴 땐 하늘이 야속하기도 했다.
‘매화야 매실아 아들딸들아 / 이 에미 눈물이 빗방울만 될 수 있다면 / 너의 입술이라도 적셔 주련만 / 이 에미 가슴이 말랐으니 너희 목을 적셔 주지 못하는 / 이 에미 심정을 너희들은 아느냐 / 하나님 빨리 비를 주시어 / 내 자식들을 목욕시켜 주소서……’며 애달파하기도 했다.
백운산 자락 섬진마을을 하얀 매화로 단장하기 시작한 섬진강은 섬진교를 지나 하동송림과 하동포구공원 솔밭에서 강바람과 함께 봄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섬진대교 아래에서 비로소 600리 여정을 마감하고 바다가 된다.
기사출처 : [중앙일보]2008.02.28 (목) 오후 3:12
3월 8일, 발바닥을 간질이는 봄볕을 이기지 못하여 매화마을로 축제구경을 갔습니다. 축제구경이라기 보다 한 여인의 성공과 신화를 직접 확인하고픈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오후 4시경의 섬진대교는 이미 주차장이 되어 있었고 다리 위에서 30여 분을 지체하다 가까스로 다리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리를 벗어난 차들은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대교 밑의 주차장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성공한 축제는 어쩌면 사람구경이고 주차전쟁이지 싶기도 합니다만 참관 인원의 예측이나 매끄러운 진행도 한몫을 해야 비로소 성공한 축제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매화의 그윽한 향은 전국으로 펴져 매년 3월 초순이면 섬진강변 매화마을에서 전국 규모의 봄꽃 놀이마당이 벌어집니다. 2008년 3월 8일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의 매화축제는 어느 때보다 들떠 있습니다.
1997년 지역 주민의 동네축제로 시작한 지 12회째를 맞는 제12회 광양매화문화축제는 백일장, 사생대회 등을 가미한 문화축제로 발전하고 있으며 축제를 통해 농가소득 향상에 일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전국 생산량의 23% 차지하는 광양 매실은 백운산의 잘 삭은 토질, 섬진강의 맑은 물, 바다, 안개, 따뜻한 기후와 높은 일조량 덕분에 광양매실의 명성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는 진행요원의 안내가 있었지만 '축제장으로는 가지 않겠다' 하고 청매실농원을 지나쳐 다압을 거쳐 화개로 갈 생각을 합니다. 축제가 열리는 청매실농원 앞의 축제장은 국도변이라 차 안에서도 분위기는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고 '매화는 아직 이르지' 싶은 생각도 들었지요.
차 안에서 축제장을 지나치며 건성으로 몇 장의 사진을 담았지만 그리 볼만한 사진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축제가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지만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봄꽃축제로 겨우내 웅크렸던 우리들의 마음을 활짝 열개하는 전국최초축제라는 의미를 두고 있어 광양매화문화축제는 대표적인 축제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세계 속에 광양매실을 꽃피워 온 청매실농원의 여장부 홍쌍리 여사가 오늘날 광양매화문화축제로 발전시킨 장본인입니다. 60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대를 이어오면서 매실 식품 제조방법을 전수 받은 홍쌍리 여사는 1994년 청매실농원으로 매실전통식품 제조업 허가를 받는 데 이어,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매실 전통식품 지정을 받았으며 1997년 12월에는 매실농축액으로 전통식품 제조 명인 제14호로 지정받았습니다. 청매실농원에는 매실 된장, 매실 고추장 등을 담가 놓는 200여 개의 항아리가 보기 좋게 늘어서 있으며 매실장아찌, 매실차 등 매실로 만든 식품들도 판매한다 합니다.
매실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핵과류로서 그 원산지는 중국의 사천성과 호북성의 산간지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500여 년 전에 건너와 우리 선조는 오랜 세월을 두고 이 열매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애용해 왔습니다.
한방에서는 조·엽·화·미숙과실(청매)을 건위, 지혈, 지사, 지담, 주독, 해독 및 구충 등에 효과를 나타내는 한약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매화나무는 이름 봄 잎보다 백색의 편화가 먼저 피고 열매인 매실은 살구와 비슷한 크기인 12 - 20g의 구형 핵과가 6-7월경에 성숙합니다.
매실은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그 성분 중에 특히 구연산, 무기질 등 유익한 영양소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인체의 혈액을 약 알칼리성으로 만들고 정혈작용, 강장작용, 보간작용, 피로회복, 노화방지, 살균작용을 한다 합니다.
과육 부분이 전체의 85%이며 주성분은 탄수화물이고 당분이 10%이며 다량의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축제는 3월 16일까지 이지만 꽃은 더디 피기도, 졌다가 다시 피기도 하므로 일정에 구애받을 일은 아니라 봅니다.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늦은 매화구경이 매화뿐 아니라 화개의 십리 벚꽃도 같이 즐길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간혹 "꽃구경은 젊은 사람들 몫이지!" 하시는 어르신들도 매화 그늘 속으로 들어오시면 꽃이 된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답니다.
꽃 중의 꽃을 설매화라고들 하지만 늙고 오래된 고목의 꽃이 향기도 짙고 오래 피어있기도 하거든요.
마무리도 김용택 시인의 시로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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