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리 꽃길에 봄눈이 내리다
제16회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4/4~4/6일까지 하동군 화개면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는 벚꽃의 개화시기와 축제기간이 딱 맞아떨어지는 행운도 있었지만 유난히 꽃이 아름다웠다는 말들을 하기도 합니다.
더러는 사람과 차들로 꽃구경이 짜증스럽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꽃길 속에 갇힌 시간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화개면은 녹차의 고장이지만 벚꽃을 빼고 화개를 이야기 할 수도 없습니다.
이름 그대로 花開面의 참모습은 어쩌면 벚꽃이지 싶기도 한 시기가 이때기 때문입니다.
꽃샘추위가 끝나고 4월로 접어들면서 하동의 화개면 일원에는 벚꽃이 백 리에 날려 화사하게 봄을 재촉합니다. 화개의 벚꽃길은 이미 '십리 벚꽃길'로 잘 알려졌으나 예전의 이야기고 요즈음은 '백 리 꽃길'이라 해도 거짓이 아닙니다. 마치 꿈길과도 같은 이 길은 서로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하여 일명 "혼례 길"이라고도 한다 합니다. 하얀 눈처럼 피어난 벚꽃은 섬진청류와 화개동천을 아름답게 수놓아 새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화사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또한, 화개마을 사람들이 직접 생산한 지리산의 고로쇠 약수와 향긋한 봄나물들을 맛볼 수 있으며, 은어회, 재첩국, 참게탕 등 향토 음식을 맛보는 눈과 입이 같이 즐기는 꽃 잔치라 할 수 있습니다.
벚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도 많지만 화사하기에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할 것입니다. 화개의 벚꽃은 지리산의 야생벚꽃이며 우리나라의 제주가 원산지라 합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성의있는 태도도 느껴집니다. 전라남도 광양시의 다압면과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을 잇는 다리라 하여 '남도 대교'라 이름붙여진 다리에도 화려한 네온으로 갖가지 색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양쪽에 줄을 매어두고 나룻배로 건너다녔다 합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방면의 꽃길 중에서 유난히 아름다운 구간인 일방통행로 꽃길입니다.
보행자를 배려한 목재의 보행로가 설치돼 있으며 화가와 사진가들뿐 아니라 산책객들도 탄성을 지르며 가장 선호하는 구간입니다.
일방통행로의 하행구간에서 상행구간(쌍계사방향)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약 40km의 벚꽃터널이 꿈길이라 하여도 보탠 표현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좌우의 계곡비탈은 싱그런 녹색의 야생녹차 밭으로 가꿔져 있으며 계곡으로는 사철 지리산의 맑은 옥류가 마르지 않습니다.
멀리 어머니 산인 지리산의 첩첩 능선이 편안하게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여행객 대부분은 쌍계사에서 발길을 돌리지만 쌍계사에서 의신, 칠불사방면의 벚꽃길도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더 조용하고 호젓하여 정취가 있으며 덤으로 화개동천의 야생녹차 밭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도 있는 구간입니다.
공식 축제기간전에 전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도 다녀가셨답니다. 비공식적으로 다녀가셨으므로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으며 앞에 보이는 산장에서 식사하시고 조용히 가셨다 합니다.
재임 중에 이런저런 욕(?)을 많이도 들으셨지만 퇴임 후에 고향으로 내려가시면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환경이나 생태에 관심이 많으시다니 고맙고 반갑기도 합니다.
축제장소인 녹차 문화센터의 모습이며 임시무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원드걸스, 현철 등의 인기가수가 다녀갔으며 많은 볼거리가 축제기간내내 이어졌습니다. 멀리 십리 벚꽃길이 흰 비단을 늘어놓은 듯 펼쳐져 있습니다.
축제 하루 전과 축제가 끝난 4/8일 저녁까지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축제기간에는 하동에서 구례까지 차량으로 러시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저녁 시간의 섬진강물은 푸른 잉크를 풀어놓은 듯 이 세상의 빛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벚꽃구경은 밤 벚꽃이 더 아름답고 환상적이지만 아쉽게도 화개에는 조명시설이 미흡하여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더러는 자동차의 라이트를 상향으로 하여 꽃구경을 하기도 합니다만 대단히 위험하므로 삼가셔야 됩니다.
간혹 운전자가 꽃구경에 눈이 팔려 사고를 내기도 하므로 앞차나 반대차선의 차들에 주의를 기우려 방어운전을 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의 성화에 저녁나절 꽃구경을 같이했습니다. 가족들의 꽃구경은 세 시간만에 끝이 났습니다만 아이들의 추억 속에서는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라 봅니다.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말도 있지만 저에게 이 아이들은 어떤 꽃보다 더 예쁩니다.
4/8일 오후의 쌍계사 위쪽 모암마을 앞의 벚꽃길입니다. 이미 절반은 낙화했으며 오늘(4/9)의 비로 벚꽃구경은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 벚꽃구경을 못하신 분들은 지금부터 피는 지리산의 야생벚꽃을 구경하실 수도 있습니다. 온 산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벚꽃은 가로수 벚꽃과 달리 오래 피어있기도 합니다. 대략 4월 중순까지는 야생벚꽃을 구경하실 수 있으며 달 밝은 날의 밤 벚꽃 구경은 아무라도 시인이 되게 합니다.
친구나 연인들과 지리산의 야생 벚나무 밑에서 술 한잔해 보시지요. 혹시 술잔에 꽃잎이 떨어지는 행운이 있다면 주저 없이 노래 한 곡 뽑으시고요!
섬진강과 하동, 화개면 일대는 '어메니티[Amenity]'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유일하게 원형이 잘 보존되고 물이 오염되지 않은 섬진강과 지리산이 있으며 곳곳에 전통과 문화를 고스란히 보고 읽을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화개면에는 벚꽃뿐 아니라 쌍계사와 칠불사, 의신마을의 지리산 역사관, 세이암과 선유동계곡의 맑은 물도 구경할 만합니다.
또, 화개동천의 녹차 밭과 차나무 시배지, 차 문화센터 등의 녹차관련 구경도 뺄 수 없습니다.
화개장터에서 난전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각종 지역 먹을거리도 다양하고 많아 입을 즐겁게 하기도 합니다.
꽃구경과 맛있는 향토 음식을 드셨으면 차도 한 잔 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녹차의 고장 화개에 오셔서 수제 녹차 한 잔 안 하시고 가시면 여행의 백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벚꽃길 주변에는 크고 작은 찻집이 수도 없이 많으며 말만 잘하시면 녹차 값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늦은 벚꽃구경이 곡우 무렵의 새 차인 우전 차를 드실 수 있는 행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사도 그렇지만 빨라서 좋은 것도 있지만 늦어서 얻는 행운도 있거든요...!
'어메니티[Amenity]'란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어 설명을 덧붙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농촌 어메니티 운동 또는 농촌 어메니티 정책이 유행하면서 의미가 확대되었다. 이 경우에는 농촌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 공동체 문화,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 문화유적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틀어 일컫는다.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농촌의 모든 경제적 자원이 농촌 어메니티이다. 서유럽에서는 이러한 농촌 어메니티를 농촌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해 정부의 농업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어메니티는 농촌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은 어촌개발이나 각종 경제 분야에서도 활용되면서 쾌적성만을 의미하는 단순한 추상명사에서 쾌적함과 만족감을 주는 모든 요소들을 함축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대·사용되고 있다.
어항을 중심으로 한 생산 기반시설 위주의 산업공간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어촌을 만드는 것을 어촌 어메니티라고 한다. 또 쾌적한 도시환경을 도시 어메니티라고 하는데, 어메니티는 이처럼 어느 한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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