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설계의 과정 그리고 무너진 한옥
경복궁 서쪽 옥인동 양지바른 작은 골목이 바로 ‘옥인동 한옥’의 자리다. 이 집은 35평 땅에 4식구가 살 집으로 설계하고 직접 시공했다. 골목은 차는 다니지만 비교적 넓고, 한옥들 사이로 두세 채의 양옥들이 끼어 있는 모습이다. 먼저 건축주가 사는 기존 아파트 평면을 실측하고, 내부의 가구 배치와 각 크기들을 기록했다. 건축주 가족은 거실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어리고 특히 거실이 마치 가족실로 쓰여 그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또 하나 안주인의 정리실력은 남달라 실내는 늘 깨끗하고, 창고조차도 쌓아 놓은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한편 비가 많이 오고 난 어느 일요일 정오, 철거한 후의 현장에 들어선 우리는 ‘얼음’이 되고 말았다. 안방부분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썩어 있는 평고대와 개판을 교체하려고 일부 기와를 들어낸 부분이 있었지만, 위로 천막을 치고, 미진한 부분은 지지대를 대놓았음에도…. 침착히 현장을 보았다. 대청에서 건너온 축량이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안방 바깥 기둥머리와 맞추지 않고 그저 얹어 놓은 곳에 다른 채의 도리들이 그 위를 타고 있었다. 구조적으로 부족한데다 정합이 이뤄지지 않은 곳에 힘이 쏠린 것으로 판단됐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건축에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 특히 한옥 개보수 공사에서 반자가 쳐진 안방과 같은 주요부분은 반드시 바자를 들어내고, 그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3칸 대청-가족실, 대들보가 ‘大-들보’임을 알다
안방은 새롭게 구조를 짜기로 하고, 설계를 진행했다. 3칸 대청을 만들면서 부부침실을 길 쪽으로 했다. 본래의 이 집은 안채와 길 쪽의 나뉘어져 있었다. 2칸 대청 다음으로 넓은 방이 있는데, 이 방은 안채와 문간채의 벽을 없애고 만든 방이다. 문제는 2칸 대청을 하면 안방은 너무 크고 대청은 가족실로 쓰기에 너무 작으며 3칸 대청을 하기에는 안방이 원래의 작은 문간방이 되어 너무 작고 어둡게 된다는 점이었다.
고민을 하던 중 원래의 건넌방 칸이 대청 칸보다 조금 넓으므로 이 칸을 둘로 나눠 대청에 한 칸 그리고 안방에 작은 칸을 주기로 했다. 3칸 대청을 만들고 나니 2칸 대청의 면을 이루던 들보가 공간에 노출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출된 것은 대들보보다 얇고 가는 부재 ‘들보’이다. 늘 무심코 ‘대들보’란 말을 쓰고 넘겼는데, 대들보야 말로 ‘큰 들보, 대-들보’였음을 뒤늦게 안 것이다.
대청위에 드러나는 들보로는 시각적인 안정감이나, 공간적 권위가 덜 했을 것이니, 이렇게 노출되는 부분에는 필요보다 더 굵은 부재를 쓴 것이 ‘대-들보’였다. 특히 이전에 미처 실천하지 못한 3칸 대청을 나름으로는 옥인동 한옥에서 실현한 것이기도 했다.
그밖의 새로운 시도들
프로젝트마다 목표로 하는 시도들이 있는데 옥인동 한옥에도 그러한 것들이 있었다. 그 중 많은 부분이 창호와 관련됐다. 먼저 창호문양을 단순하게 했다. 다행히 북촌처럼 까다로운 심의가 없어 건축주와 협의 후 전통적인 것을 단순화한 문양을 썼다. 다락이나 대청, 창호 등 일부는 60년대 도시한옥의 창호 디테일을 재구성했다. 또 마당과 실내가 개방적으로 연결되도록 창호를 고안했다. 날씨가 화창한 날 혹은 환기가 필요한 날 대청이나 부엌을 열어두고 하나처럼 쓰면 아주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옥을 설계하고 고치는 일은 보편적인 일이 아니기에 이것저것 많이 말을 해두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직도 한옥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의사에게 환자를 돌보는 일정한 진료와 치료의 순서가 있듯 차례로 하나씩 짚어나가면 어려운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마당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한옥이 가진 틀 안에 사람들이 원하는 현재의 생활을 성실히 넣으려 한다면, 더 좋고 새로운 한옥이 나오리라 믿는다.
자료제공 : guga도시건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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