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실매리 그 후......부뚜막 잔치!

세칸 2007. 11. 16. 18:30

실매리 그 후......부뚜막 잔치!

 

경남 산청군 차황면 실매리는 제가 9/13~11/1까지 머물렀으며 11/7에 다시 올라가서 11/10에 철수하였습니다.

주택의 신축작업에 관한 사진이나 작업내용에 관한 글이나 에피소드는 [행복한 집 짓는 생각]의 카테고리에 '실매리에서......'로 게시되어 있으며 이 카테고리인 [세칸의 사는 이야기]에는 그 이후의 실매리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실매리 그 후......'로 게시할 예정이고 그 첫 게시글을 올립니다. 

 

실매리의 11/8은 대단히 바쁘고 분주했으며 그 이유는 내일이 이삿날이 었지만 실제의 이사는 이날에 이루어 졌습니다. 이사라고는 하지만 헌 살림의 처리 날 이자 새살림을 들여놓고 정리하는 그런 날이었다 보시면 틀림없습니다. 마치 신혼살림을 차리는 모습을 연상하시면 더 정확하지 싶기도 합니다. 이 날의 에피소드는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게 많지만 다 게시할 수도 없고 약간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하여 생략합니다 만 분위기를 연상시키기 위해 조금 소개합니다.

시집온 뒤로 단 한 번도 실매리를 벗어나지 않고(외출이나 여행을 제외하고) 살아오신 어머님의 80여 평생의 헌 살림을, 버리라는 아들과 어머님 간의 대화는 우습기도 어떤 땐 찡하기도 했고 버린 물건을 다시 들여놓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다시 들여 놓아 졌고 어머님의 마지못한 양보와 아들의 고집이 이긴 경우는 이미 불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산초 또는 제피

그런 와중에도 저는 장독대에서 해 바라기를 하는 산초를 찍을 셈으로 카메라를 챙기기도 했으니 더 우스운지도 모릅니다.

경상도에서는 산초라 하기도 제피라 하기도 합니다만 어떤 이는 산초의 사투리가 제피라 하기도 또, 산초와 제피는 다른 것이라는 분도 있습니다만 저는 잘 알지 못 합니다. 어쨌든 산초는 경상도 음식에는 없어서는 곤란한 중요한 향신료이자 항균제임은 틀림없습니다. 김치에서부터 민물 매운탕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열무김치에 조금 넣으면 입맛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빨리 시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합니다. 추어탕에는 없어서는 안 된다 할 정도로 누구나 즐기는 향신료랍니다.

그러나 경상도 이외의 지역에서 태어나신 분들은 적응하기 상당히 어렵고 역겨워하는데 그 이유를 알지 못 합니다.

    

씨앗을 싼 껍질을 곱게 갈아서 먹는 게 보통이나 씨앗을 골라내기가 귀찮기도 하므로 잘 말려 씨앗과 껍질을 같이 갈아서 쓰기도 합니다. 씨앗은 아주 작은 까만색인데 씨앗만을 모아서 기름을 짠 산초기름은 아주 고가이며 특별한 용도로 사용된다 합니다. 

 

플라스틱 소쿠리에서 해바라기로 몸의 수분을 빼고 있습니다. 실매리에서 이만한 양의 산초를 따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아침 전의 한 시간 만에 두 손에 가득할 정도의 양을 따서 가져가기도 했고 우리 식구가 일 년을 먹을 양은 된다 합니다.

 

9월의 잎이 싱싱할 때의 산초나무 모습입니다. 산초나무의 열매낍질은 산초가루로 씨앗은 기름으로 또, 5~6월의 새잎은 장아찌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산초잎 장아찌는 고추장 속에 넣어 두는 데 상큼한 향기와 독특한 맛으로 잃은 입맛을 찾아 주기도 합니다. 돼지고기와 같이 먹으면 느끼한 맛을 가시게 해 아주 좋습니다.   

 

실매리에 원래는 산초나무가 없었다 합니다. 그런 것을 언젠지는 알 수 없지만 몇십 년 전에 신원면에서 몇 그루의 산초나무를 옮겨심어 번졌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이 산초나무이고 산초열매와 껍질을 보실 수 있으며, 거친 가시가 있으므로 딸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부뚜막 잔치!

부뚜막잔치가 무슨 말인지 아세요? 시골에서 자랐거나 중년을 넘긴 분이라면 아시리라 봅니다. 그때, 보릿고개가 있을 그 어려운 시절에도 시집가고 장가가며 때로는 상가가 생기기도 했고 그럴 때면 동네의 부녀자들이 자진하여 부역(?)을 하게 되는데 먹을 걸 오랜만에 대하니 얼마나 먹고 싶고 반가웠겠습니까? 그래서 부뚜막에 앉아 자신도 등에 업힌 아이도 따라온 코흘리개 아이도 먼저 먹자판을 벌이는 잔치가 벌어짐을 말하는 것이랍니다. 

 

11/8. 오후 다섯 시에 130Kg이었다는 산청 흑돼지가 말끔히 목욕하고 도착했습니다. 특별히 만지거나 할 사람도 없고 하여 제가 맡아서 처리하기로 했답니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은근히 당기는 구석도 있었지요.ㅎㅎㅎ  

먼저 가마솥을 깨끗이 씻어 물을 붓고 된장과 양파 생강을 적당히 넣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황토방의 군불을 때야 내일의 손님들이 하룻밤 유하면서 황토방을 느끼고 싶어 하겠기에 어찌 보면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군불은 이미 오후부터 때고 있었습니다. 황토방 방바닥을 말리고자 진작부터 때고 있었답니다. 서서히 말려야 좋겠으나 상황에 맡기기로 한 것이지요. 주변에 있던 콩대며 들깨 단들도 치우는 의미를 겸하여 깨끗이 태웠습니다.

덧붙이는 말입니다만 남자는 불을 때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양기를 상한다나요......음낭은 차가워야 한다면서.....! 여성들은 아궁이 앞에 털버덕 주저앉아 불을 때면 불속의 원적외선이 국부에 닿아 냉증 등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ㅎㅎㅎ 믿거나 말거나.......저도 그렇게 알고 있고 대부분 어르신들도 그렇게 말씀들 하시지만, 군불 때기 싫어서 만든 말일 수도 있습니다.

 

오전에는 굴뚝의 갓도 씌웠습니다. 바로 올라가야 할 연기가 갓의 영향으로 옆으로 밀려나오듯 합니다. 약 이주일만의 황토방 불때기는 처음에는 다소 힘들었으나 습기가 가신 뒤의 불때기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부뚜막 잔치가 시작됐습니다. 상하기 쉬운 내장부터 삶아서 굵은 소금에 찍어 먹는 맛은 가히 일품이었답니다. 어느 부위인지는 알 필요도 이유도 없었지요!

 

이게 허파인지 간인지는 알아 뭐 하겠습니까? 소주가 맹물 같았다는 게 더 중요한 사실 아닐까요? 부뚜막으로 여러분이 슬슬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내장을 다 삶아 곱게 썰어 안에다 넣어 드리고 본격적으로 살코기를 삶기 시작한 즈음입니다.

  

살코기 삶기는 솥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부뚜막에 앉아 맛있겠다 싶은 부위를 구워먹을 요량을 합니다. 석쇠를 준비하고 대나무 작대기 하나만 준비하면 별로 준비할 것도 없답니다.  이때 부터 군침들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익는 지지 직 하는 소리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지만 고소한 기름 타는 냄새가 더 주깁니다.

   

두텁게 썬 생고기는 채 3분도 안돼서 알맞게 익어 먹기에 딱 좋습니다. 겉의 기름은 녹아서 불 속으로 떨어졌고 속의 육즙은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약간의 화근 내는 더 땡기게 하는 기폭제고 왕소금에 찍어도 좋고 배추김치를 얹어도 좋습니다. 

 

시원한 배추김치! 큼직하게 썬 배추김치와 두툼한 고기 한 점에 소주는 병에 구멍이 났는지 아니면 제조 시에 반 병씩만 담은 것인지......!

부뚜막 옆에는 빈 소주병만 그득 했지요.ㅎㅎㅎ

 

나중에는 접시에 담을 것도 없었습니다. 도마 째.......! 이날 저녁 결국 젖꼭지 달린 부위를 다 구워 먹고는 다들  "인자..... 언간하다"하고는 슬슬 일어섰습니다. 여러분들께 입맛만 다시게 한 건 아닌지......! 기회가 된다면 그냥 있지는 않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11/8 실매리에서 지리산능선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으나 해 질 녘의 하늘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날의 부뚜막잔치는 여기서 끝이 났습니다만 어떤 분들은 "내일 한번 더하자!" 또는 "직이네.......그거!" 하며 황토방으로 올라갔답니다.

이날 황토방에서 잔 사람 중 아침까지 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낮부터 땐 군불 탓도 있지만 저녁내 내 고기 삶느라 땐 불의 열기가 새벽녘에는 더 뜨거웠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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