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아빠! 가을을 느끼고 싶어요

세칸 2007. 11. 12. 13:04

아빠! 가을을 느끼고 싶어요......

 

이런 저런 이유로 집을 비운 지가 두어 달 됩니다. 그간 간혹 대여섯 차례 다녀 가기도 했지만 저녁 늦게 도착하여 아침 일찍 출발하다보니 아이들은 제 얼굴 본지가 뜸했나 봅니다.  현장 일을 끝내고 철수하여 집에 오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머쓱한지 얼굴을 외면하는듯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어리광 비슷한 흰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그냥 들어주기도 합니다.

 

10월 11일 일요일. 아이 엄마가 "동석이가 가을을 느끼고 싶답니다" 하는 말을 합니다.

"애들이 무슨 가을을.....콧구멍에 바람을 넣고 싶은 거겠지!" 하고 말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집사람이 외출하고 싶은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도 들고 오랜만에 드라이브도 하고 바람도 쐬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다른 꿍꿍이가 내심 있기도 했습니다.

6개월여 만의 '배냇골'이 얼마나 변했을지.... 점심 먹고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 배내골가는 길은 양산에서 신불산으로 가는 길이 가장 지름길입니다.

신불산 정상의 스키 리조트는 12월 1일에 오픈한다 합니다만 도로며 주변정리 등이 아직은 멀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겹치는 휴일에다 단풍 객, 등산객으로 가는 길도 여간 혼잡하지 않았습니다만 가을 색이 완연한 풍경으로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배냇골 중간에 있는 '솔밭공원(?)'입니다. 가을을 느끼고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라 봅니다. 

 

배내마을 입구부터는 여러 채의 집이 지어지고 있었고 다른 곳과 다른 분위기랄까 이상한 '붐'같은 것이 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이 시끄러운, 상업적인 냄새가 진한 이런 곳에 주택을 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집은 전형적인 목조주택으로 지어지는 주택입니다. 골조와 지붕이 완성되고 외장과 내장공사가 남았습니다.

 

이 집은 스틸 하우스로 보입니다만 겉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마감공사가 일부 남아 남았습니다. 

 

이 집은 상업건축물로 보입니다. 개울가에 자연석 축대를 쌓고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 현수교를 건너서 숲 속으로 갈 수도 있고 자동차 길로도 갈 수 있습니다.

이 사람아! 눈은 왜 감아? 가을을 아이들을 안고 느끼나!

 

올해 들어서 부쩍 컷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말에도 조리가 한결 있습니다.

  

머리를 자르고 얼마나 서운해 하던지..... 머리는 또 자란단다. 지은아!

 

나무 밑에 가서 포즈를 잡아보라 했더니 대뜸 허리에 손을 올립니다. 어디서 배운 걸까요!

 

이 녀석은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합니다.

 

어깨에 내려앉은 잠자리를 보고는 기겁을 합니다. 잠자리도 곤충이라며...눈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답니다.

이 아이들을 어찌해야 할 지.....!

 

가을 햇살은 고소하기까지하고.....! 모자가 물에 떠 내려오는 단풍잎을 보고 있습니다.

 

얼굴이 부은 건지 살이 찐 건지......! 

 

햇살이 얼마나 투명한지...... 눈을 바로 뜨기가 어렵습니다.

 

가만 보니 이 사람이 가을을 느끼고 있나 봅니다. 센치 하기는.....!

 

물 수제비 뜨기가 그렇게 어렵니! 동글 납작한 돌로 이렇게..... 비스듬히 던져야지.

 

파래소 폭포에 오르려다 중간에서 포기하고 돌아섰습니다. 등반객들과 차들로 진입하기 버거웠기 때문입니다.

파래소 폭포 가는 휴양림길이 '이 가을을 느끼기엔 제격이지' 싶었습니다만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습니다.  

 

돌아오는 길을 석남사 방향으로 잡았으나 정상부쯤에서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답니다.

여기서부터 언양의 '새로 낸 길'까지 약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고역을 치렀습니다. 대략 10여 분 걸리는 길 을.....! 

무슨 차가 그리 많던지..... 이런 일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억지로 라도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그리 많았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도 짜증이 나는지 주리를 틀고.....

"가을 한번 느끼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동석아, 가을을 느낀 소감을 동시로 한번 표현해 봐라"

"........................................................................"

"........................................................................"

이렇게 달래면서 부산에 도착한 시간이 5시 반을 넘었습니다. 가을을 차 속에서 대부분 느낀 셈이 됐습니다.ㅎㅎㅎ

저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겹살로 하며, 오랜만의 외출이 차 속에서 이루어진 위로를 한 턱입니다. 

 

저는 실매리에 있으면서 '가을을 느끼고 싶다'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항상 가을 속에 있었으니까요.

여명기의 지리산과 운해, 해 질 녁의 고요와 저녁노을, 소 우는소리, 대숲에서 들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

돌아오는 길에서 본 이름도 생소한 생비량면의 지름길 산속의 불 붙은 듯 붉게 타오르는 단풍길.....

그런 기억을 하면 항상 가을에 머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실매리의 풍경 속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