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아빠! 바닷가에 가요......!

세칸 2007. 8. 20. 02:10

아빠! 바닷가에 가요......!

 

8월 19일 일요일. 말복도 지난 오늘은 칠월 칠석입니다.

양력 8월 15일이 지나면 바닷물이 차지고 물에 들어 가기가 힘들어 집니다.

그러나 요즈음의 기온은 어찌된 영문인지 연일 '폭염 주의보'에다 물까지 그리 차지가 않습니다.

이상 기온이니 어쩌니 말들 하지만 지구가 이상한게 아니라 사람들이 지구를 이상하게 만들지나 않았는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덥기로 소문난 곳 중의 한곳인 경북 영천에서 친구가 가족과 같이 피서를 왔습니다.

부산에 사는 우리 식구들은 아예 바닷가 가자는 말조차 꺼내지를 않습니다만 오랫만에 친구 가족들의 방문을 받고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아빠! 바닷가 가요......!" "그래! 가보자.....복잡한데 말고 조용한 데로 가자"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은 마지막 휴가 주간의 피서객들로 오늘도 수십만이나 �O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태풍도 아닌 바람이 불어 파고가 2M가 넘었고 오후 1시 이후로는 입욕이 금지 됐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사람많고 복잡한데는 딱 질색인데 오히려 잘 되었지요!

 

해안도로는 주차 할 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주차되어 있고 그 만큼의 사람들이 주위의 바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좀 '거시기' 합니다만 제가 드라이브를 자주 다니는 멸치가 유명한 '대변'에서 '일광'가는 중간쯤의 바닷가 풍경 입니다.

조금 널직하고 주차대수도 많습니다. 따라서 사람도 그만큼 많습니다만 유명 해수욕장에 비하면 한적한 편입니다. 

 

아이들은 마음이 급합니다. 도착하자 마자 물속으로 들어 갑니다.

준비운동은 책에만 있지...... 이럴때는 준비운동 시킨다면 우습게 되기 십상입니다.

 

수심은 그리 깊지 않으나 바람의 영향으로 파도가 제법 거셉니다.

바닥이 모래가 아니고 미끄러운 돌들로 되어있어 아이들이 놀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만 어쩔 수 없지요!

이 철에 어디 물좋고 정자좋은 곳이 비워져 있겠습니까?

  

그리 깊지는 않지만 기어코 앞쪽의 바위섬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저 파도 넘어는 전형적인 동해안의 바닥 특성인 갑자기 엄청나게 깊어지는 지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바탕 물속에서 놀더니 입술이 파래졌습니다.

티 셔츠의 '비버'와 닮았습니다. 햇살이 따가울땐, 반팔 티 셔츠를 입은채 놀게 해야 나중에 좋겠지요!

얼굴엔 제가 낚시할때 바르는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은 거추장 스럽다 할 수 있겠지만 구명조끼는 착용을 시키는게 좋겠지요! 

구명조끼는 바지와 연결하는 고리가 있든지 가랑이 사이로 연결고리를 넣을 수 있어야 완벽하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실제 상황이 발생하여 팔을 위로 들면 구명조끼가 몸에서 빠져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이 좀 찬가 봅니다. 금방 입술이 파랗게 얼어 버립니다.

30분 이상의 물놀이는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10분 정도의 물놀이와 물밖에서 20분 정도의 휴식이 필요 합니다.

 

"아빠! 미끄럽기도 하고, 물이 너무 차요"

"자, 이제 나와서 놀아라! 게 잡는 방법을 알려줄게......!" 

 

갯바위 위의 작은 돌들을 치우면 밑에 어김없이 손톱만한 작은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엔 멈칫거리다가도 한 두마리 잡아보면 재미를 느낍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이 작은 게들은 산란을 마친 감성돔들의 좋은 먹이감이기도 합니다. 저도 낚시미끼로 쓰기위해 종종 이렇게 게를 잡을 때가 있습니다.  

  

열중해서 돌들을 뒤집고는 있습니다만 잡기가 그리 만만한건 아닌가 봅니다.

 

아빠! 여기 구멍에 큰 게가 있어요!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아이들 엄마도 거들고....... 친구의 부인 입니다.

 

나영아! 몇 마리 잡았니!

 

"진짜 큰 놈인데.....나오지를 않아요!"

파이프속의 게에서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이 잡기 시합이 붙었습니다. 공부를 그리 열중해서 하지.......!

 

"엄마! 좀 잡아 주세요!" " 창엽아! 돌을 이렇게 실짝 뒤집어 봐라"

 

엄마와 같이 열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진 않을 것입니다.

 

짜잔! ....... 이만큼 이면 내가 이겼죠!

 

나는 이만큼!...... 많이 잡았죠!

"다 살려 줘야 한다. 음료수 병도 잘 챙겨서 가져가고!"

 

한참을 열중해서 노는 아이들을 쳐다 보고 있었지요.

놀고는 있다지만 물가에 내 놓은 애들이 금방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라......

그때 뒤에서 왠 아주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야! 아~들을 와 그라는죠~~" 하는 경상도 사투리에 반사적으로 소리나는 쪽을 처다 봤습니다.

어떤 싱거운 아저씨가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있었습니다.

 

한번 목욕을 시키고는 재미를 붙이셨는지...... 또 넘들을 안고는 물로 들어 갔습니다. 

 

이넘들이 물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르지는 않겠지요! ㅎㅎㅎ.

가만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걸 본능적으로 알지요. 4발을 죽어라 버둥거려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ㅆ~ㅂ! 시껍했네, 두번 씩이나" 시원 하기는 하겠지만 보기엔 좀..... 그랬습니다.

이 넘들이 물속에서 하는 행동이 그 유명한 영법인 '도~그 플라이' ......개헤엄 아닙니까?

아마, 경험들이 없다 하지 못하겠지요! 저도 아주 잘 하는 영법입니다.ㅎㅎㅎ.

 

파래와 물이끼가 낀 갯바위는 아주 미끄러웠습니다.

저도 넘어졌었고 아이들도 조금씩의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낚시용의 스파이크 달린 갯바위 신발을 아쿠아 슈즈로 만들어 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천의 이 친구는 저와 가장 친한, 어쩌면 저보다 저를 더 잘 아는 지도 모르는 친구입니다.

희안한 일은 이 친구보다 제가 결혼이 십수년이나 늦은 데도 아이는 100일 밖에 늦지가 않습니다.

저는 결혼2년, 3년 차에 각각 아들과 딸을 낳았지만, 이 친구는 결혼 십수년 뒤에 딸과 아들을 같이 낳았습니다.

제 큰놈보다 딱 100일 앞서..... 허니문 기간이 좀 길었다고 말하기는 지나치고......

어떻든 대학 다니고 군대간 자녀를 둔 친구들보다는 동변상련 이랄까,.......입장이 같으니까....... 더 좋답니다. 

올해는 물가에 가지 말아야지 하다가 더위가 끝물인 이때, 이렇게라도 물가에 다녀 왔답니다.

 

누군가 하던 말이 생각 납니다.

피서 잘 다녀 왔습니까? 그래서 정말 살맛나고 행복합니까?

여러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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