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버려진 양심 3

세칸 2007. 8. 11. 19:37

아이들과의 산행과 해동수원지에서

버려진 양심 3

 

지난 7월 27일 출발하여 8월 6일까지 열흘 동안이나 잘 놀다가 돌아와서는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조갑증을 내고 있습니다.

연일 무더위와 비가 오락가락하는 후텁지근한 날씨 탓이기도 하겠지만 노는데 길이 들어버린 탓이 크지 싶습니다.

급기야는 '산행일기를 쓰야 된다'면서 두놈이 입을 맞춘것 같이 때를 씁니다. 

 

베낭에 찬 물수건과 음료수를 챙겨서 산행을 가보기로 하고 나섰습니다만 하늘이 도와줄것 같지가 않습니다.

가까운 범어사 뒷산으로 올라가볼 계획 이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비를 맞을것 같기도 하여 계획을 바꿨습니다.

 

범어사 가는 2차선의 일방통행 길입니다. 호젖하고 아름다워 가끔 영화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와이퍼를 저속으로 해야 할 만큼의 비가 내리고 있는 도로모습을 운전중에 찍었습니다. 

 

계획한 목적지를 바꿔 고향의 뒷산에 도착하니 햇빛이 따갑습니다. 언제 비가 왔지? 하는 듯이.....

고향의 뒷산, 제가 어릴때 갈비(솔잎 낙엽) 긁어러 다니던 코스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그때의 이야기를 아무리해도 통 감이 잡히지 않는가 봅니다.

 

산소 앞에 차를 세우고 출발을 합니다. 힘찬 구령과 함깨.....출발!

얼음과자를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자는 지도 모릅니다. 아이들 엄마는 절대 과자같은 군것질은 못하게 하거든요.

저는 안스러워 가끔 사 주곤합니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자 하고.....아이들이 군것질 안 한다면 이미 아이가 아닐것이고.....해서.

 

망개잎을 보호색으로 하여 숨어있는 사마귀를 보고 아이들이 얼마나 신기해 하는지.......불쌍한 넘들.

 

만지면 안되는 옻나무며 버섯들을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보며 설명을 합니다.

먹을 수 있는 상수리 열매, 망개, 산초, 밤, 칡, 보리밥나무들과 열매들도 알으켜 주고 맛도 보입니다.

"아빠 어릴때는 이런거 많이 따 먹었다. 머루, 다래도 먹었고 어름도 깨암(고염)이라는 열매도 먹었다. 얼마나 고소한데....."하면, 이놈들은 "이런게 뭐가 맛있다고 먹어요"하는 답을 합니다. "먹을것도 없었지만 진짜 맛있었다"고.....진짜라고.....하고 맙니다.

싸리나무, 백일홍, 물푸레나무들의 모양과 쓰임새도 알려줍니다.

이 아이들은 오늘 머리가 복잡 합니다. 산행중의 두어시간 동안 질문이 끝이 없습니다. 

 

왕래가 빈번한 산길도 아니고 등산로도 아니기에 길이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덕분에 각종 거미나 청설모, 다람쥐도 볼 수 있었고 길가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도 많았지요.

뭘 가르친다는게 얼마나 부질없는지.....눈으로 보고 만지면서 저절로 배우는게 '산교육' 아닐런지.

 

 

두어 시간을 옛날 생각도 하며 재미있게 놀다 내려 왔습니다.

아마 아이들도 아빠와 함께한 오늘의 산행을 잊지 않을 것이라 여깁니다만, 어쩔수 없는 공감대의 부족이 좀은 아쉬울 뿐입니다. 

 

비포장인 수원지의 순환도로를 포장한 뒤에 드라이브겸 바람쐬러 나오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덩달아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잦아지고 분량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초질서를 잘 지키지 않으면 규제와 통제가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엔 통제를 하는 사람이나 지켜야 할 사람이나 피차 못할 짓이고 피곤할 따름입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못지키는 경우도, 하는 수 없이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질서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쓰레기 투기만은 어떠한 경우라도 지키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규제와 통제 없이도 잘 지키는 마음가짐이 불같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이 지역은 상수도 보호구역 입니다만 이게 무슨 짓인지.....

그냥 쓰레기라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 눈엔 어쩐지 어떤 이들의 양심도 같이 버려져 있는것 같습니다.

유치원생만 되어도 쓰레기를 아무렇게 버리면 안 되는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어른들이, 그것도 상수도 보호구역에서.....어찌 이런 짓을 하는지.

 

불과 몇미터 아래는 수원지 랍니다. 이렇게 방치하면 이 쓰레기가 어디로 갈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

돗자리 깔고 나무그늘에서 시원하게 더위 식히고 맛있는 음식 드셨으면 쓰레기는 챙겨서 가져가야 하는거 아닐까요? 

특별히 무겁거나 힘든 일도 아닌데......뭐가 잘못되었는지 정말 모를 일 입니다.

 

숲속에 던져버린 쓰레기도 많습니다.  음료수를 마시다가 도로경계석 위에 얌전히 놓고 같습니다.

다음에 와서 다시 마실건가 봅니다.

 

경치 좋고 쉬기 좋을 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버려져 있습니다.

 

접근하기도 힘든 낭떠러지 아래로 버려진 쓰레기는 치우기도 만만찮습니다.

 

치워진다는건 기대할 수 없고 폭우라도 와서 수원지 속으로 쓸려 들어가야 없어 지겠지요.

 

초등학교 2학년인 제 딸이 찍었습니다. 담배 피우는 모두를 욕먹이는 창피한 모습입니다.

호주머니에 꽁초나 빈 담배곽을 넣을 수 없다면 '담배 피울 자격조차 없다' 할 것입니다.

  

부산 시립 영락공원묘지 매점의 비닐봉지와 유골함을 싼 보자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상수원 보호구역에 망자의 혼백을 보내려 왔나 봅니다.

망자도 양심까지 버리고간 후손들을 보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라 느꼈습니다.

골분을 상수원에 뿌리는 행위도 우습지만 보자기와 술병까지 버리고는 시원하게 줄행랑을 쳤습니다.

 

'쓰레기 버리지 않기'가 그리 힘든 일이라 보진 않습니다.

오히려 가볍게 여기고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닐런지. 

작고 하찮은 것일수록 잘 지켜야 크고 대단한 것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합니다만...... 그렇지 않은가요?

 

"잘 살펴봐라! 쓰레기가 전 보다 더 많은가 적은가!"

 

왼쪽은 철마면에서 내려오는 수원지의 상류랍니다.

물색이.....녹조로 보입니다. 저수위때의 이지역은 물은 거의 없었고 이름모를 수생식물만이 가득했습니다.

상류에서 방류한 축산 오 폐수나 각종 부유물들이 퇴적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오른쪽으로는 댐이 있는 회동동 방향입니다.

제가 어릴때의 이 지역은 은모래와 자갈들로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여름철엔 멱감고 천렵하는 그런 곳이고 놀다가도 바로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었지요.

 

아래 두장의 사진은 제 블로그에 자주 소개되는 풍경입니다.

수몰민으로 고향을 빼앗긴 상처를 조금이나마 달래는 마음으로 자주 �O는 곳이기도 합니다.

쓰레기로 기분이 상했습니다만 다리위에서 금정산과 만수된 물을 보고 있으면 금방 좋아집니다.

수원지의 수위는 만수된 모습입니다. 40여년전....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와이어줄에 메단 나룻배나  조그만 나무 보트로 다녔지요.

 

다리 위쪽의 강릉김씨 재실 모습 입니다.

 

왜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조차 지키지 않을까요?

작고 하찮은 것이라 그럴까요? 아니면,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건 아닌지!

 

부산의 해운대 해수욕장을 많이들 �O으십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요. 

대도시의 코앞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잘 정비된 수변이나 주변환경이 아름답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연일 오십만이니 팔십만이니 하는 물반 사람반의 진풍경이지만.....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새벽녁의 해운대 백사장을 한번이라도 보신분은 두번 다시는 오기 싫어실 것이고 제 말이 무슨 뜻인지도 짐작 하실겁니다.

어마어마한 양의 온갇 쓰레기와 깨진병들, 오물들, 패악질을 한번이라도 보신분들 이라면. 

우리가 아무 생각없거나 슬그머니 버린 양심이 악취를 풍기고 있는 모습을 보신분들 이라면 틀림없이 그럴 것입니다.

내년, 10년뒤, 100년 뒤에도 다시 오시고 싶으시다면,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 가시길......부탁 드립니다.

  

[사진은 '07. 08. 09. 부산 금정구 선두구동 하현마을 '해동수원지' 주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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