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혼자 밥먹기와 쌈!

세칸 2007. 7. 27. 20:50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일주일째! 더는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그동안 아버지 눈치만 살피다가 드디어 고함을 질러됩니다. 밖으로, 피서 가자고.....

아이엄마는 시골의 언니와 모종(?)의 약속을 하고는 며칠 같다 오자며.....눈치를 살핍니다.

아이들에겐 "집 떠나면 고생이다"하고, 아이엄마에겐 "피서갈 형편 아니다"고 타이르고 협박성 언질도 했지만 도리 없습니다.

"정 그러면 너희들끼리 먼저 가라"고 억지 허락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집사람이 떠나고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허전하고 적응하기가 그리 편치가 않습니다.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혼자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자취를 십수년하고 산으로 바다로 다니면서 끼니 때우기는 어느정도 도통했다지만, 새삼스러운 일이라 좀은 주춤거려 지기도 합니다.

밥은 냉동실에 봉지봉지 얼려져 있었고 밑반찬 몇가지와 된장도 지져놓고 갔습니다.  

다른건 쳐다보지도 않고 냉동밥 한봉지와 쌈 몇가지만 챙겨서 식탁에 앉았습니다.  

 

콩잎 물김치!(부산 사람들은 콩 이파리 담은거라 부른답니다.)

유명한 맛 블로거 어느분이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그 콩잎 물김치 랍니다.

아마, 이 여름이 다 갈때까지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싶습니다. 국물도 시원하고 새콤하니 입맛을 당깁니다.

  

깻잎입니다. 물론 날것은 아니고 저장하여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든 겁니다.

레시피!!!......깨끗한 깻잎을 간간한 소금물에 보름쯤 담궈서 수분을 제거하고 좀 삭힌다고 할까요, 뭐 그렇게 만든 겁니다.

그런다음 소금기를 잘 행궈서 물기를 빼고 냉장고에 보관하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이넘은 또 다르게 먹을 수도 있는데, 갇은 양념한 맑은 멸치젖갈을 골고루 발라서 밥이 뜸들때 쪄서 먹으면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고 삼겹살을 싸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볼락낚시철에 통양파와 같이 가져가서 양년된장과 같이 싸 먹기도 합니다.

 

된장은 방아잎을 넣고 지져놓고 갔습니다. 좀 덜어서 전자랜지에 데우면 됩니다.

 

비닐봉지에 넣어서 냉동한 밥입니다.

 

전자렌지에 3분만 데우면 방금한 밥같이 고슬고슬하니 괜찮습니다.

예전에는, 산이나 바다를 갈땐 '햇반'을 가지고 다녔지만 요즘은 이런 냉동밥을 가져가서 끓는 물에 담궈 놓으면 된답니다.

끓는물은 라면이나 커피물로 쓰기도 하지만 매운탕을 끓이기도 하지요.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혼자 살아도 끼니 해결이 크게 어렵다거나 시간을 많이 뺏기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먼저 깻잎을 한장 손바닥에 올려 놓습니다. 

촉촉하니 물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특별한 냄새도 없기에 쌈을 싼 뒤에도 손바닥이 깨끗합니다.

여기에 바로 밥을 얹어서 쌈을 싸도 되겠지만, 좀은 밋밋한 맛일 수 있으므로 콩잎이나 호박잎을 더 올려서 쌈을 쌉니다.

 

콩잎을 한장이나 두장을 올려서 쌈을 쌉니다.

쌈이 찢어져 밥이 새거나 양념국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밥을 올리고 갇은 양념한 멸치젖국과 양념쌈장, 걸쭉하니 지진된장도 한 숟가락 올려서 쌈을 쌉니다.

깻잎과 콩잎의 고유하고 독특한 향을 느끼기도 하지만 덤으로 고향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갇은 양념한 멸치젖국입니다. 부산사람들의 쌈밥에 없으면 안되지요.

 

콩잎대신 찐 호박잎을 올려서 싸기도 합니다.

쌈을 좋아 하신다면 무언들 올리지 못하겠습니까?

 

밥 한 그릇이 쌈으로는 몇번 되지도 않습니다. 

쌈밥은 "볼테기가 터지게 싸고 눈알이 튀어 나오게 싸야" 맛있기 때문이지요. 

쌈으로 밥을 먹으면 대중할 수 없어 밥을 많이 먹을 수도 있습니다. 

혼자 살아본 이들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때가 '혼자서 밥 먹을때' 라는건 예외없는 말일 겁니다.

혼자 먹는 밥이 어쩌면 처량할 수도 쓸쓸할 수도 있습니다만, 쌈밥으로 먹으면 그런 생각이 끼일 틈이 없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명 마트마다 개장하고 1~2시간만에 하루의 판매물량을 처분하고 있느니, 수입쇠고기 전문점이 연일 생기고 있느니.... 

길게 늘어선 줄은 미처 순서도 되기전에 동나버린 쇠고기가 원망 스럽다는듯 발걸음을 돌리게도 합니다.

예외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는 분들도 같은 화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우와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은 내리고 있다고도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생각하거나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먹을게 많고 흔한 시절에 먹거리 문제가 왜이리 어렵고 복잡한지, 먹는 문제에 지나치게 가치를 두는것은 아닌지.....

좀은 적게 먹거나 질박하게 먹고, 다른데 가치를 두면 해결될 문제는 아날런지......

'웰빙'이나 '로하스'의 의미가 그런게 아닌지......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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