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현장답사 또는 다니는 즐거움!

세칸 2007. 5. 18. 04:16

저를 포함하여 세사람이 어제(5/17) '현장답사'를 다녀 왔습니다.

경남, 산청군 신등면과 차황면 두군데를 둘러보러 갔었답니다.

5월 중순의 녹색 신록은 눈을 얼마나 시원하게 하는지, 가슴속으로 시원하고 달콤한 바람이 들어차는 느낌입니다.

지금의 시골길을 다니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출발이 늦기도 했지만 점심때가 조금 지나니 배고 고파왔습니다.

저는 언제부터 아침을 먹지않는 '하루 두끼'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두 사람도 어제의 숙취가 속을 무척 쓰리게 하나 봅니다.

여행에서는 먹는 재미도 솔솔하고 먹는재미 없는 여행은 싱겁지요.

일행중에서 '의령의 [수정식당]을 제안했고 마침 지나는 길이라 동의 했습니다.

의령 군청과 경찰서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첫번째 골목으로 죄회전하면 바로 보입니다.

입구도 허름하며 간판도 요즘 스타일이 아니고 '형식적'이라 자칫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0여년 전통의 쇠고기국밥과 수육만을 취급합니다.

 

반찬은 '달랑' 세가지 뿐입니다. 배추김치, 무우채 무침, 양파절임이 전부 입니다.

배추김치는 경상도 김치답게 짭쪼롬하지만 배추도 달고 조미료맛도 없습니다.

무우채 무침도 아삭하니 씹는맛도 좋고 무우에서 물냄새도 안나고 보기보다 먹을만 합니다.

 

음식 쓰레기를 줄일려고 찬의 가짓수를 줄였다는 안내글과 남은 음식은 원한다면 포장을 해 주겠다는 안내글도 보입니다.

그외 벽에는 '달랑' 두가지의 메뉴와 가격표, 어느 일간지의 맛집탐방 기사를 스크랩한 '광고성'벽보도 보입니다. 

 

뚝배기가 넘치게 양도 푸짐합니다만, 우선은 냄새가 '옛날냄새'가 났습니다. 추억의 장터국밥같은......

어떤이들은 음식이 보는 맛도 있다지만, 우리음식은 '폼'보다는 맛이 중요한것 아닙니까?

  

수저로 저어가며 내용물을 보며 국물맛을 봤습니다. 역시......젊은 분들은 좋아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선지며 내장이 적당히 썩이고 조미료로 맛을낸게 아니라 구수하고 담백하니 좋습니다. 

 

"양이 적지 않느냐"며 거의 반뚝배기 분량의 육수에 삶은 국수를 내 왔습니다.

국수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제가 사양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행은 국수 별로라니......혼자 차지가 되었습니다. 

먹는데 정신팔려 사진들이 흔들렸습니다. 앞으로는 정신 차리겠습니다. 양해 하시길.......

오히려 음식사진은 촛점이 잘 맞아 깔끔하고 선명한것보다 약간은 흐릿한게 더 먹음직 스럽지 않은가요?

 

국밥과 국수에 겯들여 막걸리까지 스텐공기로 한 사발 하고나니 일어서기가 거북합니다.

말끔하게 비워진 뚝배기들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어디서 온 거진가 하고..... 

올해 85세되신 원조 할머니와 며느리, 손녀가 같이 계셨습니다. 할머님은 아직 가마솥옆을 지키며 앉아 계셨고요.

제가 사진한장 찍어도 되겠느냐고 여쭤봤더니 미소로 그러라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지키고 앉은 가마솥옆입니다. 점심시간도 지났지만 요즘은 손님이 별로라고 했습니다.

젊은 분들은 이런음식 좋아하지도 않지만 주변에 번쩍거리는 간판을 달고있는 음식점도 꽤 생겼기 때문인가 봅니다.

국밥 세그릇에 막걸리 한병이 17,000원입니다. 가격은 비싸지도 착하지도 않다 할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착한가격'이라 생각됩니다.

鄕愁까지 포함한 값으로는 착하지 않은가요? 어떤분들은 가마솥 주변이 지저분하다 할 것입니다만 정겹지 않습니까?

오래된 집임을 실내의 구조나 장식에서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5~60년대의 살림집을 개조한....... 

 

신등면의 답사현장입니다.

보름전에 무너질려는 집을 위험하여 아예 철거한 모습입니다.

집터 앉은 모양이 집짓기에는 아주 '상거럽게' 생겼습니다. 진입부도 좁고.......

집뒤의 대나무 숲과의 경계부도 축대를 다시해야 될것 같아 보입니다.

 

구조를 조적조에 지붕은 샌드위치 판넬로 하고 싶으시답니다. 시골에는 아직은 경량목구조가 제되로 자리 잡힐리가 없습니다.

우선은 값싸게 짓고 싶어 하십니다. 

 

부산에서 사시다가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시려고 내려오신 노부부이십니다. 인정 많은(?) 부산 말투가 듣기 싫지 않습니다.

별채가 있으니 11~2평에 구들놓은 방과 거실겸 주방, 욕실만 있으면 된답니다.

 

설계사무소와 협의하여 며칠있다 다시 들리겠다고 하고 떠나왔습니다.

선걸음에 가시면 어쩌냐고, 산채라도 좀 가져가라고 붙들며 대문앞까지 따라 나오십니다......시골은 아직 '인심'이 남아 있습니다.

 

차황면의 또다른 답사지입니다.

길을 잘 못들어 황매산의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셋트장 부근까지 같다 되돌아 왔습니다.

황매산 철쭉은 유명하답니다. 쩔쭉은 졌지만 평일에도 등산객은 아주 많았습니다.

산청은 골이 깊어서 볼거리가 아주 많고 '오지'냄새가 나는 곳도 아직은 많습니다.

 

차황면의 농가는 오래된 흙집에 지붕을 슬레이트로 '개량'했습니다. 아는 형님의 본가이고 늙으신 어머님만 혼자 사십니다.

돌아 가시기 전에 새집을 지어서 살아보시게 하고 싶으시답니다. 저 멀리서 일행에게 열심히 아래 윗집의 경계를 설명하십니다.

 

시골집이라는게 경계가 모호합니다. 실제 측량을 해보면 아래로는 남의집 경계를 침범하고 위로는 윗집에서 경계를 침범하고......

동시에 같이 집을 짓지 않는다면 경계를 �O기가 참 난감합니다.

 

더러 보이는 방치된 옛집들이 여러채 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도 생명이 짧아지고 기울어 집니다.

도시에서 시골생활을 동경하여 시골집을 장만했지만 살아보니 생각같지 않아 방치된 집들이 제법 있답니다..... 

시골 사람들은 이들을 '또라이들'이라 부른다는걸 아시고 계시는지요? 팔십 노 할머니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전원생활이나 귀향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새겨 들으시고 신중한 판단을 하실것을 권합니다.

 

오랫만에 봄바람 신나게 맞고 돌아 왔습니다.

산청! 저도 살고 싶은 곳의 한곳으로 꼽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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