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사는 즐거움 3
우리가 켜야 할 마음속의 촛불은...
집앞 현관 축대에 이름 모를 오래된 넝쿨이 자라고 있습니다.
한두 그루가 아니고 제법 군락을 이루어 여러 그루가 자라서 통행에 여간 성가신 게 아니라 베어버릴까 했었지만 참았습니다.
이놈들이 요즘에, 제 참을성에 보답이라도 하려는지 아름다운 꽃들을 송이송이 하염없이 피워내고 있습니다.
참, 혼자 보기 아깝고 차츰 무슨 꽃인가? 하는 궁금증이 더 생기기도 합니다.
7월 초순부터 벌써 한 달째 예쁜 꽃으로 현관 앞에서 인사를 합니다.
먼저 핀 꽃들이 떨어지면 다음 꽃들이 피어나고, 또 다른 줄기에서 꽃망울들이 맺히기도 합니다.
속되고 야한, 허벅진 주황에서 청순함까지 느낄 수 있는 이 꽃의 이름을 알 수 없을까요.
비가 잦은 요즘에는 나들이나 외출도 어른들은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기름진 음식이나 잘 차려진 밥상에도 달려들어 먹을 식욕이 없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메실 동네인 다압의 친구 내외와 옆 마을의 형님 내외를 청하여 모처럼 집에서 추어탕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미꾸라지는 구례 장에서 사왔고 채소는 텃밭에서 자급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텃밭에서 고추와 깻잎을 따고 식전에 전을 부치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 고소한 튀김기름 냄새는 식욕도 자극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어떤 정취를 느끼기도 합니다.
집 안에서의 튀김 냄새가 좋지 않다며 밖에서 부치고 있습니다만, 어째 모양이 좋지 않네요.
밖에서의 작업대가 필요하지 싶습니다.
고무신 신은 예쁜 발은 어느 님의 발일까요? 하얀 고무신 구경도 빼지 마시길...!
다들 사진 찍히는 걸 별로 달가워 않습니다. 블로그 뉴스로 나갈 걸 두려워하는 거지요.ㅎㅎ
사진은 다압에 사는 제 친구(찬샘)랍니다.
3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하동 인근의 다압으로 살러 왔지만, 작년에 직장에서 다시 불러 또, 그놈의 월급쟁이(?)를 하고 있답니다.
말이 주말 부부지 서울서 하동까지 주말마다 다녀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냥 쉬러 오는 것도 아니고, 금요일 저녁 차로 내려와서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까지 메실 밭과 농장일을 하고 올라간답니다.
참, 대단한 돌아이(도라이, 또라이, ... 이름자에 석 자가 있답니다.) 아닙니까?
형님(문학산) 내외분의 사진도 찍었습니다만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이곳으로 살러 온 계기를 만들어 주신 분이고 여러 가지를 챙겨 주시기도, 소득 없는 대부 노릇을 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인천에서 오랫동안 공직에 계셨지만, 정년을 앞두고 화개에 내려와 정착해 계십니다.
마을의 새마을 지도자이기도, 노래교실의 강사이기도 합니다.
시골의 어른들은 일이 없으면 몸이 아프다며 보건소를 찾는 답니다. 몸을 일로 혹사를 시킨 결과겠지요.
농한기를 이용하여 노래교실을 열어 같이 즐기면 아프지 않다니 참, 신기한 일이지요.
기타도 노래도 신명도 가히 프로급인 형님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더 존경합니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은 자연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훌륭한 산과 깨끗한 골과 물, 철 따라 달리 피는 꽃과 친환경의 산물도 좋지만, 가까운 친구와 좋은 이웃이 있으므로 더 즐거운 게 사실입니다. 꽃보다 더 진한 향기가 나는 사람들과 같이 사는 즐거움은 진정 여기에 사는 즐거움입니다.
오늘도 세이장의 물은 맑기가 명경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세이장에 굴착기가 들어가 작업을 하기에 "왜 그러느냐?"라고 물었습니다.
물놀이하기 좋게 해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서 바닥을 긁어내어 고르게 하고 큰 돌들을 아래로 치울 거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찾으시는 분들의 편의가 주민들의 소득과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계곡의 파헤침이 자칫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으며 대단히 위험한 짓이 될 수도 있음을 아셨으면 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히 베풀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그 베풂이 정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촛불이 변질(?)됐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촛불이 무엇입니까?
촛불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어떤 이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라 하기도, 어떤 이는 생명운동이라 하기도 합니다.
촛불을 다시 켜야 합니다.
기초질서에 반하는, 자연에 반하는, 나아가 생태와 생명에 반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아름답고 깨끗한 세이장에서 한나절을 잘 놀고, 잘 먹고는 그 껍질을 물속에다 처박아 놓았습니다.
나무 막대기로 힘들게 건져 올려 사진을 찍으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합니다.
시청 앞과 광화문의 그 많은 촛불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촛불들은 어떤 신문들에서 말하는 변질된 촛불이고 거짓 촛불이었을까?
우리의 생명은 먹거리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큰 생명은 자연을 지키고 생태를 보호하는 것이며, 그 시작은 담배 꽁초 하나, 쓰레기 한 조각이라도 제대로 처리하는 데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필요에 의해 예산을 투입하여 설치한 모두를 위한 시설물입니다.
다급하면 내가 사용해야 하는 곳입니다.
사람의 뒤태가 동물보다 못하다면 그 뒤의 상황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학교는 배움터입니다.
배움은 책 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계곡이나 주변이 좁고 불편하여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도 놀기도 하며, 먹고 쉬기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잘 이용했다면 그다음은 '안 온 듯이'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행위가 먼저 배운 사람들이 배우는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고, 배움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이런 마음이 촛불을 켜고 거리로 나간 마음이라 여깁니다.
이런 질서나 행위 위에서 생명을 운운하며 촛불을 들 명분이 있을 것입니다.
더위를 피하여 강과 바다, 산과 계곡으로 많은 분이 떠날 것입니다.
저마다 마음속에 작고 사랑스러운, 결코 요란하지 않은 촛불 하나씩은 가지고 떠나시길 바랍니다.
제가 남의 차를 박(?)았습니다.
제가 사는 화개골의 도로는 대부분이 편도 1차선의 도로며, 시속 60Km 이하로 주행해야 하는 곳입니다.
더물게 일방통행로가 한 곳이 있습니다.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기도 합니다.
일방통행로의 끝 구간은 오르막입니다. 앞서가던 차가 오르막을 지나치자마자 U-턴을 하려다, 오르막을 막 올라온 제가 상황을 예측 못 하여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
도로교통법으론 뒤 차인 제가 전방주시의무 불이행, 차간거리나 속도위반으로 더 불리할 수 있습니다만, 보험사 간 협의는 상황을 고려하여 5 ; 5로 결정 되었답니다. 상방이 반반의 책임과 과실이 있다는 의미지요.
화개골로 이사 온 5개월간 벌써 2건의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이곳의 도로는 자연하천 주변의 소로를 차로로 확보하여 만든 길이 대부분입니다.
더러는 위험한 커브길과 별도의 인도가 없으므로 아찔한 돌발상황이 생길 경우가 많으며, 추월이나 과속은 사고와 연결됨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화개에 피서를 오실분이나 운전자는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무더위와 장마로 불쾌하고, 시절이 수상하여 짜증 나는 때입니다.
피서지를 결정하지 못하셨다면 하동의 화개를 찾으시라 추천합니다.
쌍계사와 칠불사가 있고 명경옥수가 철철 넘쳐나는 그림 같은 계곡이 기다리고 있으며, 지리산의 산채와 화개의 녹차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섬진강의 은어와 참게도 아무 곳에나 없는 별미 중의 별미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무탈, 평안하시길 빕니다.
복중의 화개에서 반푼 세칸이 띄웁니다.
'사는 이야기 > 세칸의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 속의 세칸 (0) | 2008.08.30 |
---|---|
죽은 나무 살리기 (0) | 2008.07.31 |
喫茶去(끽다거) 서각공방 (0) | 2008.07.26 |
여기에 사는 즐거움 2 (0) | 2008.06.29 |
오늘의 洗耳場 (0) | 2008.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