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喫茶去(끽다거) 서각공방

세칸 2008. 7. 26. 05:16

喫茶去(끽다거) 서각공방

 

공방으로 쓸 요량으로 작은 찻집을 빌렸습니다만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습니다. 

찻집 이름이 끽다거,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는 말이겠지요.

찻집 이름으로는 상당히 건방지다 해야 할까요, 그러나 풍기는 어감은 범상치 않습니다.

 

몇 년을 비워둔 집을 빌려서 공방으로 쓸 생각을 합니다만 의외로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공방이라야 대단한 것은 아니고 찬바람이 불면 밖에서의 서각작업은 힘이 들므로 외풍을 막을 방이 필요해서지요.

살림집에서의 나무 다루는 작업은 아무래도 성가시고 지저분할 수 밖에 없어서랍니다.

가끔은 대패를 쓸 일도 있고 사포로 곱게 다듬는 작업도 있으며 깎고 파낸 나무 부스러기나 미세먼지는 청소하기 성가시다 못해 짜증이 나기도, 먼지 알레르기를 일으키게도 합니다.

 

하동, 화개면의 모암마을에 있는 끽다거 찻집입니다.

쌍계사에서 칠불사 방향으로 4Km, 칠불사 8Km 못 미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몇 년을 비워둔 집이라 넝쿨이며 거미줄, 잡초로 덮여 있었습니다만, 며칠 품을 팔아 그런대로 볼만 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웨딩촬영을 하기도 했다니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으나 도로보다 한 층 높기도, 한 걸음 물러나 있어 눈썰미가 없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면 삼 칸의 초가집을 두 칸을 합해 찻집으로 나머지는 허드레 칸으로 쓰고 있습니다.

초가를 슬레이트로 덥고, 모양이나 단열을 위해 칡넝쿨을 올려놓았고, 벽은 온통 아이비와 담쟁이로 덮였습니다.

옆의 별채는 불을 때는 방이 한 칸, 거실용도의 방이 한 칸 있으며 이곳을 서각공방으로 쓸까 생각 중입니다.  

 

별채의 처마를 달아내고 문을 새로 고쳐야 할 것 같고, 아궁이 위에도 처마를 달아야 합니다.

헌 집을 새로 고치는 일은 30여 년을 해 온 일이라 걱정은 않습니다만, 이 집의 원래 이미지나 경관을 헤치지 않아야 하겠지요.

무엇보다 돈과 공력이 적게 들고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일이 더 신경 쓰입니다.

  

7~8개의 계단에 올라서면 입구에서 먼저 반기는 곳인 누마루입니다.

오랜만의 벗들과 막걸리 한 잔 하며 수다를 떨기에는 이 시기가 적기이지 싶습니다만, 아직은 청소며 손을 볼 일이 남았습니다. 

8월 중순까지 손을 보고 입주를 할 계획이고 내년쯤엔 제 방을 찾으시는 여러 님들도 차나 한 잔 마시며 노시다 갈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어떤 일에 빠져 있을 수 있음이, 본인에게는 행복일 수 있을지 모르나 식구나 타인이 보기에는 민망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의 제가 꼭 그 짝이라 무슨 말로 어떤 변명을 한다 해도 소용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변의 권유가 유별나기도, 또 다른 마음이 내심 있기도 해서 공모전에 두 점의 작품을 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安禪, 좌선하여 선의 경지에 이름을 의미합니다.

새김작업을 완료하고 초벌의 바탕칠을 하고 있습니다.

 

君子有三樂에서의 三樂이며 새김작업을 끝내고 바탕 칠인 '잿소'를 칠했습니다.

 

잿소위에 초벌칠을 아크릴릭의 올리브 그린으로 칠하고 있습니다.

전통서각과 달리 현대서각은 새김작업도 중요하지만, 채색작업이 더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채색에 신경 쓰고 다양하고 적절한 방법을 찾으려 고민하고 모색하는 것이지요. 

 

초벌칠을 마치고 말리는 모습입니다.

완성된 모습을 올리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이 작품들은 접수되어 심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결과가 어떨지, ...저도 모릅니다.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제가 사는 하동지방에도 제법 세찬 빗줄기가 뿌리곤 합니다만, 강우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도 오락가락하고 습도도 높고 더위도 예년보다 더 한 것 같습니다. 

뉴스도 들을 만 한 게 없고 온통 짜증 나고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제 방을 찾으시는 님들의 몸과 마음이 늘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저보다 제방을 더 자주 찾으시는 님들에게 사죄드립니다.

눈요기나 입에 맞는 군것질거리라도 제때 올려 드리지 못함을 항상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세칸이 이런저런 일에서 정리가 되면 실망스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복중의 하동 하개에서 반푼 세칸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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