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사진 속의 세칸

세칸 2008. 8. 30. 07:22

사진 속의 세칸

읽어버린 모습

 

제 방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라는 사죄의 말부터 드립니다.

요즘 들어 이런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별로 즐겁지도 재미난 일도 없는 시절이지만 늘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빕니다.

 

사진 잘 찍는 제 친한 친구가 더위를 피하기도, 제가 사는 모습도 살펴볼 겸하여 화개골을 찾았습니다.

마침 프로필로 쓸 용량이 큰 사진이 필요하던 참이라 사진 몇 장을 부탁 했지요.

며칠 뒤, 메일로 들어온 사진을 보고 꽤 놀랐습니다.

허, ... 제 모습이 이랬는지, 렌즈로 본 제 모습에 놀라 거울을 다시 처다보기도 했습니다.

 

 

 

 

전화로 친구에게 사진 잘 받았다고 전하면서 항의(?)를 했습니다.

 

"어째 내 꼬라지가 이렇노?"

"니 꼬라지가 원래 그렇다. 화사하고 뽀사시한 사진을 원한 모양인데, 원래 니 꼬라지는 그렇다."

"그래도, ... 너무 리얼 하잖아, ..."

"사진발 잘 받으려면 더러운 성질 버려야 한다. ... 사진은 거짓말을 못하거든 ..."

 

그렇겠지요. 거짓 사진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사진이 거짓일 수는 없겠지요.

 

제가 소속된 서각실의 모퉁이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무가 제법 있습니다.

좋은 나무를 구매할 때 덤으로 얻어 왔다 합니다만, 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눈여겨 보아둔 두 장의 나무를 얻어왔습니다.

선뜻 "가져가서 잘 써보라더군요"

 

수종은 토종 밤나무입니다. 아래위의 썩은 부분을 잘라내고 깎고 다듬었습니다.

誠實,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상부에 두 개의 고리를 만들었고, 양각을 하여 칠까지 하였습니다만 완성도가 떨어진 듯하여 양환각으로 다듬고 있습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글씨에는 아무런 칠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그 나무가 맞나?'라며 기뻐했고, 버려질 뻔한 나무가 새 생명을 얻은 듯하여 저도 기쁩니다. 

  

두 장 중의 또 다른 나무랍니다.

상태를 보고 있습니다만 답이 없습니다. ... 그러나 쓰임이 없는 나무가 어디 있겠습니까?

거의 한 달을 처다보고 궁리하다 마땅한 해답을 찾았지요.

 

 

開心見誠, 見誠成佛 중의 개심견성을 음각으로 새겼습니다.

천연의 오일 스테인을 엷게 여러 번 칠하고 마감은 텅오일을 천에 묻혀 두 번 발랐습니다.

 

여러분이 나무에 제 고리를 만드는 일을 어려워합니다만,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몇 장의 사진으로 대강을 설명 드립니다. 

두께가 적당하고 재질이 단단한 활엽수를 골라서 고리를 만들 밑그림을 그립니다.

밑그림과 같이 주위를 따내고 작업이 가능한 최소 공간을 확보합니다.

  

별다른 연장은 필요가 없으며, 창칼과 몇 종의 평칼이나 끝이 길고 좁은 평칼이 있으면 구멍을 파내기가 용이합니다.

고리의 전면은 대강을 미리 다듬어야 나중에 편하고, 나무의 두께가 허락한다면 약간 경사지게 하는 게 훨씬 따내기 좋습니다.

 

고리를 완전히 따내기 전에 고리의 구멍을 따내어야 깨어짐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고리 구멍을 파내는 것이고, 가능하면 구멍의 틈이 적어야 유격도 적고 보기도 좋습니다.

아무라도 할 수 있지만 약간의 인내력과 끈기, 자신감이 연장보다 중요합니다.

나무에 관심 있는 분들은 재미삼아 해 보시면,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세칸의 글쓰기가 자꾸 게을러 지고 있습니다만, 곧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