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10년까지 정부 인증식당 1000개 만든다"
태국·일본을 배워라
'타이 셀렉트' 인증
해외식당 인증 받으려면 태국인 요리사 의무고용 식자재 수출 100억弗 목표
상류층 공략하는 日食
일본 재외공관 활용 "와쇼쿠 맛보세요" 대대적으로 홍보
"인테리어? 음식 맛만 좋으면 손님이 올 텐데 그런데 뭐 하러 신경 쓰나?" "식당은 어차피 개인 장사다. 흥해도 망해도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인데, 누가 간섭을 하나." 외국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손맛'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는 외국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이들에게도 똑같이 통용된다. 정부는 '개인장사'를 하는 식당들에 전혀 지원도, 간섭도 없었고, '식문화' 수출보다는 김치류, 장류 수출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세계화에서 앞선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경제적으로 후진국이지만 미식의 고장으로 이름난 태국은 2001년부터 정부가 나서서 세계를 상대로 '입맛 장사', '식문화 장사'를 해왔다.
태국 정부의 '타이 셀렉트' 전략
작년 12월 서울 이태원 태국 대사관저에선 '타이 셀렉트(Thai Select)' 수여식이 열렸다. 태국 상무부 수출진흥국(DEP)이 해외 태국식당에 '태국 정부가 인정하는 맛과 서비스, 위생을 갖춘 음식점'이라고 인정을 해주는 제도. 주한 태국대사관 아피락 패푸앙(Paepuang) 상무관은 "한국에선 9개 식당이 신청했지만 셋만 인증서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부상은 국제 태국음식 박람회 초청, 요리사 훈련 프로그램 참여 등이다. 한국 정부는 타이 셀렉트와 비슷한 '한식당인증제'를 농림부 주관으로 준비 중으로, 오는 2009년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이 인증을 받으면 일단 '장사'가 잘된다.
싱가포르 오처드로드에 있는 태국식당 '레몬그래스(Lemongrass)'도 타이 셀렉트를 받은 곳. 식당에 들른 한국 교민 김형삼(36)씨는 "태국식당은 많지만, 아무래도 태국 정부가 인정한다니 더 제대로 된 맛을 낼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왔다"고 말했다.태국 정부가 외국 식당을 인증해주는 제도는 시쳇말로 '남의 장사' 시켜주는 일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좀 다르다. 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식당은 '태국인 요리사 또는 최소 1년 이상 태국요리 경력이 있는 조리사'를 고용해야 하고, '태국 식자재를 60% 이상 사용'해야 한다. 방콕에서 만난 DEP 프라묵 몬트리왓(Montriwat) 팀장은 "현재 800여 개인 타이 셀렉트 레스토랑을 2010년까지 1000개로 끌어올리고, 동시에 식자재 수출을 100억 달러로 증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태국 요리사'를 수출하기 위해 정부는 타이 셀렉트 심사항목에 '태국인 요리사 고용'이라는 항목을 넣는 것은 물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요리사 교육 프로그램에는 자금까지 지원한다. 태국 일부 대학 조리학과 태국요리 수업의 경우, 외국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에게 수강료 2만 밧(약 63만원) 중 절반인 1만 밧을 정부가 지원한다. 카세차르트(Kasetsart) 대학 조리학과 교수 수라차이 주차로엔사쿠(Jewcharoensaku)는 "수강료를 지원받는 수업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요리사 양성이 목표다. 과정에는 조리기술과 음식재료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고 읽고 쓰는지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태국 맛'을 알리는 '요리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한 나라 음식이 세계화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경제력과 문화적 잠재력 등 수많은 요인이 존재한다. 일본의 경우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건축가 안도 다다오, 요리사 마스히사 노부유키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일본 이미지를 만들어 온 게 사실. 그러나 세계 각지에 진출한 일본 대사관의 '일본 음식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지난 2006년 10월 10일 주(駐)핀란드 일본대사관에서는 일본 정부가 핀란드 요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화제가 된 건 이어진 만찬이었다. 일본 대사관은 니가타산(産) 쌀과 도치기산 배, 시즈오카산 멜론, 야마나시산 포도 등 일본 최고의 식재료로 만든 일본음식을 떡 벌어지게 차려냈다. 상을 받은 건 핀란드 사람이었지만, 최후의 승자는 일본 요리였던 셈이다.
외무성과 농림수산성은 지난 2006년부터 '와쇼쿠-일본의 좋은 음식을 맛보세요(Washoku·和食·일본음식-Try Japan's Good Food)'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 재외공관을 전진기지로 활용, 현지 상류층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전략을 통해 5년 뒤인 2013년까지 일본 농수산물 수출액을 1조엔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같은 해 11월 17일부터 12월 13일까지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멕시코, 러시아, 중국, 두바이 등에서 열린 일본식 만찬은 모두 27회였다. 모두 신흥성장국의 상류층을 공략한 것이다.
해외 대사관에서 일하는 요리사는 성과급도 받는다. 2008년 일본 정부는 정부가 보조하는 월급 상한선을 16만 엔에서 18만 엔으로 올렸다. 요리사 월급은 나라와 요리사 국적, 업무강도 등에 따라 10만~40만 엔으로, 정부 보조금 이외의 급료는 공관 예산으로 지급한다. 이 밖에도 일본 정부는 요리사, 식당 주인, 요리학원 강사, 일본식품 수입업자 등 해외에서 일식 보급에 나선 공로자를 2006년부터 매년 선발해 표창하고 있다. 2007년에는 5명이 수상했는데, 일본·영국·중국 등 국적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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