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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로 지구 살리는 유럽

세칸 2008. 2. 5. 12:30

[자연이 미래에너지다]

폐기물로 지구 살리는 유럽

 

연료로 쓰고 시멘트 만들고…

 

 

유럽은 재생에너지 천국이다. 기업이나 시민들 모두 지구를 살리는 재생에너지 활용에 적극적이다.

폐기물 재활용 공장 라파즈 프렌지

프랑스 파리 외곽 300㎞ 남동쪽 라파즈 프렌지 공장. 1865년 지어진 이 공장은 1980년부터 폐기물을 재활용해 시멘트를 만드는 보조원료로 쓰고 있다.

12만㎡ 넓이의 프렌지 공장에는 20층 빌딩만한 높이(70m)의 소성로(燒成爐)가 우뚝 서 있다. 이 소성로에는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폐타이어와 폐유, 폐플라스틱, 재생 기름 같은 온갖 폐기물이 석탄과 함께 불을 때는 연료로 쓰인다. 석회석이 주 원료인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도 석탄회와 하수 침전물 소각재, 비철금속 찌꺼기 같은 온갖 폐기물이 쓰인다.

공장 옆에는 트럭들이 오가며 연료로 쓰는 '가연성 고체 폐기물(Solid Sherred Waste)'을 실어다 소성로에 붓고 있었다. 이 고체 폐기물은 외부 업체에서 폐기물을 섞어 굳힌 뒤 불에 잘 타도록 담배 꽁초만한 크기로 다시 잘게 썰어서 준다. 프렌지 공장 연료 중 이런 폐기물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7%.

 

 

 
라파즈는 버트란드 콜롱 전 회장 지시에 따라 1980년부터 이같은 폐기물 에너지 재활용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전 세계 공장 중 10% 가량이 폐기물 에너지를 쓰고 있으며, 한국 옥계 공장도 이를 도입했다. 앞으로 꾸준히 활용률을 높여갈 방침. 다니엘 드마샹 부사장은 "순환자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1990년 시멘트 t당 750㎏이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6년 t당 650㎏으로 줄었다.

에너지생태마을 독일 오스트리츠

옛 동독 지역 작센 주엔 인구 2770명의 작은 마을 '오스트리츠'가 있다. 넓이 23.39㎢로 한국으로 치면 작은 리(里)만하다. 이 마을은 독일 구 동독 지역 중에서 최초로 '에너지생태 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마을에서 2~3㎞ 떨어진 로이바 평원에는 50~85m 높이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12대가 돌아간다. 이 현대판 풍차는 1384가구 마을에 넉넉하게 전력을 쏘아준다. 원래 오스트리츠에는 갈탄을 쓰는 화력발전소 3개가 있었다. 여기서 뿜어내는 분진(粉塵) 같은 오염물질은 이 일대를 '검은 삼각지(Schwarzes Dreieck)'로 불리게 했고, 주민들은 매일 콜록거렸으며, 숲은 시들어갔다.

그러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주민들이 본격적인 에너지 구조 전환에 착수했다. 독일연방 환경재단과 작센 주 정부의 도움으로 마을 개조에 나선 것이다. 1994년 화력발전소들이 완전히 문을 닫고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가 들어오면서 마을은 깨끗해졌다. 난방은 폐나무 조각을 때 중앙에서 공급하는 '바이오매스(Biomass)' 설비로 해결한다. 전에는 연탄을 써 효율도 낮고 재가 날려 불편했지만, 이젠 그럴 염려 없이 지하 열배관을 통해서 각 가정에 열이 퍼진다. 주민 하트문트 에렌트라우트(52)씨는 "오염물질로 하늘이 뿌옇게 만들던 화력발전소가 없어져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오스트리츠(독일)=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입력 : 2008.01.29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