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미래에너지다]
나무로 차 굴린다
바이오 에너지 강국, 독일·미국
식물이나 미생물에서 에너지원을 찾아 연료로 만드는 바이오에너지. 이 중 수송용 바이오 연료는 주로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용 작물을 사용했던 1세대에서 섬유소나 목재를 이용하는 2세대로 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2세대 바이오 연료는 곡물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원료를 구할 수 있어 수급 안정이 강점이다.
나무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에탄올을 생산하는, 새로운 바이오 연료 개발기술이 미 메인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메인대학의 숲과 주유기 사진을 합성시켜 나무에서 기름을 뽑아낼 수 있음을 암시한 합성사진이 흥미롭다. /메인대학교 제공
BTL 디젤 만드는 독일 코렌사
독일 옛 동독 지역 프라이베르그에 위치한 코렌(Choren)사는 2세대 바이오 디젤 개발에 앞장서는 회사. 코렌이 내세운 '선 디젤(Sun Diesel)'은 이른바 'BTL(Bio To Liquid) 디젤'로, 기존 차량 엔진에 그대로 갖다 쓸 수 있어서 기존 바이오 디젤이 지닌 한계를 극복했다.
'선 디젤'은 과일상자나 화물 받침대 등으로 쓰이던 폐목재를 화학처리해 만든다. 그래도 일반 석유에서 나오는 디젤과 성능에서는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천연재료를 쓰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일반 디젤보다 최고 90%까지 감소한다는 게 코렌측 설명. 이미 석유회사 쉘(Shell)이 이 디젤을 사주기로 했고, 자동차회사 폭스바겐과 다임러크라이슬러도 관심을 보여 기술 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코렌은 1997년 BTL 디젤 개발 실험을 위해 지었던 조그만 '알파(Alpha)' 공장 바로 옆에 2002년 대규모 생산 시설인 '베타(Beta)' 공장을 짓고 대량 생산 채비를 끝냈다. 내년 여름부터 쉘에 연간 1억5000만ℓ 디젤을 공급하고 본격적인 상업화에 착수할 계획. 이 물량은 승용차 2만대가 1년을 굴릴 수 있는 규모다. 생산가가 석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세금을 면제받더라도 가격은 기존 디젤 수준인 ℓ당 1.3유로(1800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마티아스 루드로프 마케팅 담당 이사는 "친환경적이라 같은 값이면 소비자들이 선 디젤을 쓰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도 진출했고, 미국 휴스턴에도 지사를 내면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캐나다와 국경을 접한 미국 동북부 메인(Maine)주는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숲이다. 펄프·제지 공장이 많은 메인주는 최근 나무를 이용한 에탄올 개발이 한창이다. 지금까진 옥수수, 콩 같은 작물로 에탄올을 생산해 왔지만, 2009년 나무로 만든 에탄올이 생산될 전망이다.
메인대 연구팀은 나무에서 헤미셀룰로오스를 추출해 발효 같은 과정을 거쳐 에탄올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공정은 기존 펄프·제지 생산 공정에 헤미셀룰로오스 추출 과정만 추가하면 되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메인대 펜시 교수는 "이 에탄올은 기존 자동차 엔진을 개량하지 않고, 석유와 30%까지 섞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조지아주 소퍼튼(Soperton)시에 나무 등을 원료로 한 에탄올 생산 공장을 완공, 내년 7600만ℓ 생산을 시작으로 연 3억8000만ℓ 규모까지 생산량을 늘린 계획이다. 메인대 연구팀의 엄병환 박사는 "나무 1t에서 뽑아낼 수 있는 에탄올은 750ℓ쯤으로 자동차 연비를 감안하면 최대 8000㎞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이 2000년 60억ℓ에서 2005년 150억ℓ, 2006년엔 180억ℓ까지 늘었다. 하지만 옥수수, 콩 같은 농산물이 주원료로 사용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반면 나무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우려가 없고, 수확기에만 한정되는 농산물의 한계를 넘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숲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펜시 교수는 "기존 펄프·제지 공정에서 버려졌던 폐목재와 질이 떨어지는 목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답했다.
다만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가열하는 과정에서 화석 연료가 사용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이에 대해 엄 박사는 "폐목재에 포함된 리그닌 성분은 불에 아주 잘 타는데, 나무에서 이 리그닌을 추출해 연료로 사용할 경우,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며 "아직은 경제성 등의 문제가 있어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결국은 리그닌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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