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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미래에너지다

세칸 2008. 2. 5. 12:26

자연이 미래에너지다

 

 

째깍째깍 다가오는 화석연료의 고갈 시점, 세계경제를 무너뜨릴지 모르는 고유가 위기…. 이런 위기상황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이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컴퓨터가 조정하는 하이테크 연(鳶)이 거대한 배를 끄는가 하면, '청정 석탄'으로 날아가는 비행기까지 등장했다. 화석연료 대신 햇빛과 바람, 바이오매스(bio-mass), 조류(潮流) 같은 자연자원을 이용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선박 끄는 하이테크 연 

 

파도가 드세기로 유명한 포르투갈 북부의 아구카도라(Agucadoura) 해안. 이곳은 곧 거대한 '인공 바다뱀'들의 놀이터로 바뀐다. 포르투갈 정부는 아구카도라 해안에서 5㎞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에 세계 첫 상용 파력(波力) 발전소를 세워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온 종일 해안으로 밀어닥치는 파도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른 바 '펠라미스(Pelamis· 라틴어로 바다뱀이란 뜻) 프로젝트'다.

발전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강철로 된 원통형 실린더(지름 3.5m, 길이 30m) 4개를 연결한 뒤 바닷물에 이 몸체를 반쯤 담그면, 파도가 들이치면서 4개의 실린더가 마치 바다뱀이 꿈틀거리듯 상하운동을 하게 된다. 이 때 실린더 연결 부위의 피스톤이 함께 움직이면서 운동에너지가 전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1단계로 3개의 '바다뱀'을 우선 설치한 뒤 향후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발전설비를 만든 영국의 펠라미스 웨이브 파워(Pelamis Wave Power)사는 "30개의 펠라미스를 설치할 경우 1만 5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면서 연간 6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파도가 만드는 깨끗한 전기
 
비행기·자동차가 석탄으로 움직인다

파도만이 아니라 기존의 연료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석탄이다. 석유와는 달리 앞으로 200~250년은 더 캐낼 수 있을 만큼 매장량이 많다. 그렇지만 지금 석탄엔 '더러운 에너지'란 낙인이 찍혀 있다. 석유와 함께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석탄이 깨끗한 에너지로 변해 비행기와 자동차의 주 연료로 쓰일 날도 머지 않았다.

실제로 미 공군은 2006년 12월, 석탄을 '인공 석유'로 전환시킨 액화석탄(CTL·Coal-To-Liquid))으로 B-52 전투기를 시범 운행시키는데 성공했다. 미 펜타곤은 향후 10년간 전투기 연료의 절반 가량을 액화석탄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액화석탄 제조과정에서 석탄에 포함된 탄소(C)가 따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 인공석유는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사실 액화석탄은 1920년대 나치에 의해 이미 만들어져,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연료의 90%까지 공급할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액화석탄을 만드는 장비 제작비와 설치비, 가공비용 등이 워낙 높은 데다, 싼 석유값 때문에 그후 거의 주목 받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다 수년 전부터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액화석탄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에 대규모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선박업계, "반갑다, 하이테크 연(鳶)"

1만t급 독일 선박 'MS 벨루가 스카이세일스(MS Beluga SkySails)'는 지난 23일 화물을 가득 실은 채 독일 브레머하펜을 떠나 현재 대서양을 항해 중이다. 이 배에는 면적이 160㎡(가로 27.5m, 세로 5.8m)짜리 초대형 연이 100~300m 상공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매달려 있다. 배의 주 동력은 디젤이지만, 항해 과정에서 시속 12㎞ 이상의 바람이 불면 이 초대형 연은 최대 6800마력의 힘으로 화물선을 끌게 된다. 화물선에 설치된 첨단 컴퓨터 시스템은 연의 고도와 방향 등을 바꿔 배를 끌어당기는 연의 힘을 조절한다. 이 시스템과 연을 갖추는 데 든 비용은 50만 유로(7억여원). 하지만 연 제조회사인 스카이세일스사 측은 "20~35% 가량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데다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주로 발전하는데 이용돼온 바람 에너지가 이제는 선박의 연료를 절감하는데 까지 진화한 셈이다.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입력 : 2008.01.29 22:27 / 수정 : 2008.01.29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