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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간 이어진 순수한 맛 '피노 누아' 의 매력

세칸 2008. 2. 5. 01:01

부르고뉴 와인의 세계

 

600년간 이어진 순수한 맛 '피노 누아' 의 매력

 

메오 카뮈제의 본 로마네(Vosne-Romanee) 

 

 

부르고뉴 지방의 중심 도시는 디종(Dijon)으로,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300㎞ 떨어져 있다.
부르고뉴는 종교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이곳의 수도사들은 숲을 개척해서 포도밭을 일구어갔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 당시 수도원이 소유하고 있던 밭은 전부 몰수돼 국유화됐고 경매에 나오게 된다.
밭 하나를 한꺼번에 사들이는 경우는 드물었고, 부르주아와 일반인들이 부분적으로 나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밭을 소유하다 보니, 같은 이름이 붙은 와인이지만 여러 생산자의 이름으로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뮈지니(Musigny)라는 포도밭은 콩트 조르주 드 보귀에(Comte Georges de Vogue), 조르주 루미에르(Georges Roumier), 조셉 드루앵(Joseph Drouhin) 같은 여러 소유주들이 품질을 경쟁하며, 와인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점 때문에 부르고뉴 와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로마네 콩티처럼 어느 한 도멘(양조업체)이 단독으로 밭 전체를 소유하고 있으면, 라벨에 '모노폴(Monopole)'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페로 미노의 샤름 샹베르땡(Charmes Chambertin)

 
 
1395년 공작의 명령에 의해 부르고뉴에서는 피노 누아 이외의 다른 품종은 심지 못하도록 금지됐다. 그래서 부르고뉴의 레드와인은 지금까지 600년 이상 피노 누아 품종의 순수성이 지켜지고 있다.
또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로 만들어진다.
드문 경우지만 피노 누아에 '가메(보졸레누보를 만드는 대중적인 포도 품종)'를 블렌딩해서 저렴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부르고뉴 와인이라고 하면,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의 순수함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고형욱 와인칼럼니스트·쉐벵상 대표

입력 : 2008.01.25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