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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나 매생이 넣은 색다른 떡국 어때요

세칸 2008. 2. 4. 13:19

굴이나 매생이 넣은 색다른 떡국 어때요

 

 

Q 다음 주면 설입니다. 매번 명절마다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들여 준비해도 식구들 반응이 시큰둥하니 음식할 맛도 안 나네요. 게다가 이번 설 연휴는 4박5일이나 돼서 열 다섯 끼니에 간식까지 차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도망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생색도 안 나고 힘만 드는 명절음식, 무슨 대책이 없을까요?

 

떡국 / 조선일보 사진DB  

 

A 남편들은 설 연휴 길다고 좋다지만 여행을 가는 게 아닌 이상, 주부들 입장에선 긴 연휴가 반갑지만은 않죠. 허리가 휘도록 명절음식을 준비했는데 차례상이나 명절상 첫 끼니만 좀 생색이 나고 나머지는 질린다는 소리뿐이니 화가 나고 피하고 싶죠. 기름지고 든든한 명절 음식을 연휴 내내 데워먹다 보면 입도, 위장도, 눈도 지치고 맙니다. 모둠전에 고기, 나물에 떡국까지…. 고열량 고칼로리 고단백 음식을 양껏 먹은 후에는 졸음이 밀려오기 마련이지요. 방마다 식구들이 거꾸러져 있는 모습은 치우는 사람 맘을 더 늘어지게 합니다.

갖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차려 매끼 되풀이하지 말고 몇 가지로 구분해 한 가지씩 차려보세요. 떡국에 전 몇가지만 곁들인 떡국이나 만둣국상, 갈비찜이나 육전 등을 주로 한 고기밥상, 각종 나물과 잡곡밥에 고추장을 올린 나물밥상….

계속해서 '떡 벌어진 한 상'을 내는 대신 메인 요리 하나에 사이드 하나를 곁들이는 식으로 끼니마다 바꿔내면 같은 명절음식이라도 호응은 더 할겁니다. 식구들 취향을 고려해 미리 식단을 짤 수 있다면 더욱 좋고요. 아울러 끼니마다 맛과 질감에 대비를 준다면 훨씬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떡국은 고기뿐 아니라 버섯, 굴, 매생이 등으로 '첨가물'을 살짝 바꿔 끓여보세요.

그리고 하루에 한 끼는 최대한 단순한 음식, 특히 천연 효소로 소화를 돕는 음식에 승부를 거세요. 잘 삭은 동치미 국물에 참기름 한 방울 넣고 양념한 김장김치와 찬 밥을 넣은 이북식 김치말이, 매실 장아찌와 마른 굴비를 고추장에 무쳐낸 마른반찬상, 오이와 배를 얹은 시원한 냉면, 영양부추 무침을 얹은 비빔밥, 입맛 도는 달래 양념장 얹은 콩나물이나 무밥, 매실액이나 유자청을 이용한 상큼한 냉채 같은 음식에는 소화를 돕는 천연효소가 듬뿍 들어 있어 거북한 배를 꺼지게 할 뿐만 아니라 느끼한 명절 음식에 지친 미각을 생생하게 살려줍니다. 상치우기도 훨씬 간단하겠죠. 중간중간 부엌을 환기 시키고 산책을 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배은주 요리사
입력시간 : 2008.01.30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