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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연골 손상 알아낸다

세칸 2008. 2. 3. 00:40
관절염- 피 한 방울로 연골 손상 알아낸다

혈액 속 연골 성분의 농도 파악해 관절염 조기진단·치료 가능
GPS 응용한 내비게이션 기술로 인공관절 치환술 정확도 높여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 소비자는 그에 대해 의료인의 짤막한 설명만 들을 수 있을 뿐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치료가 불가능할 것으로 속단하곤 한다. 의료현장에 도입돼 성가를 올리고 있는 치료기법, 의료기기, 신약 등 진화하는 의술의 세계를 소개한다.

 

내비게이션 장치를 이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인체 노화 중에서도 관절의 노화로 인해 찾아오는 관절염은 전 세계 인구의 12%, 국내 65세 이상 노년인구의 85%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래에는 과격한 운동, 비만,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한 관절 피로 누적으로 젊은층에서도 관절염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관절염에는 ‘완치’의 개념이 아직 없다. 그래서 관절염이 의심되면 나이가 들면 으레 나타나는 증상으로 치부해 파스나 소염진통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자가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관절염에 최근 새로운 의료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관절염 조기진단에 혈액을 이용한 검사법이 도입됐는가 하면, 자신의 연골을 이식하는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에는 생체접합제를 이용해 생착력을 높이기도 한다. 인공관절 치환술에서는 GPS(위치추적 시스템)의 원리를 관절수술에 응용해 정확도를 높인 내비게이션 수술도 행해지고 있다. 이런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동남아와 영국에서까지 국내 관절전문 병원에 찾아오기도 한다.

혈액을 이용해 조기에 관절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첨단검사술은 바로 COMP(Cartilage Oligomeric Matrix Protein) 검사다. COMP란 연골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 중 하나로 연골이 손상되면 이 성분이 연골에서 떨어져 나가 혈액 속을 돌게 된다. COMP 검사란 혈중 COMP 농도를 측정하여 연골의 손상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검사다. 혈액 속 COMP의 양을 측정하면 연골 손상 정도를 알 수 있으며, 현재의 연골상태와 퇴행 정도, 진행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COMP를 연골 손상의 지표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혈액 속 COMP의 양을 측정하는 키트(실험용지)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웨덴으로부터 키트를 연구용으로 들여와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병원이 등장했다. 혈액을 2㏄ 정도 뽑아 이 키트를 이용하여 COMP 수치를 간단히 측정하면 관절염의 조기진단,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관절염에서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인공관절의 수명 때문이다. 현재 인공관절의 수명은 길게 잡아야 15~20년인데, 고령화 사회에서는 수술 받은 인공관절을 중도에 다시 한 번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인공관절의 발달이 아무리 첨단을 달린다고 해도 조기에 진단하여 최대한 오랫동안 자신의 관절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를 통해 연골의 손상 여부가 밝혀지면 손상된 연골을 복구하여 통증을 완화시키고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골이 완전히 손상되고 관절이 망가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인공관절 치환술이 발달된 편이다. 인공관절 치환술은 한마디로 인체에 해가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인공연골을 기존 연골 대신 끼워주는 수술법이다.

손상된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끼워 넣을 때 관절 손상으로 인해 비뚤어진 환자의 다리 각도를 맞추는 것이 인공관절 치환술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 다리의 일직선 허용 각도인 0~3도에 가장 가깝게 맞추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그만큼 인공관절 치환술은 정확도가 생명이다. 정확도가 떨어지면 재활기간이 길어지고 통증도 수반되며 대치해 넣은 인공관절이 쉽게 닳아 재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시스템이 인공관절 치환술에 적용돼 수술의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위성을 이용한 GPS의 원리를 인공관절 치환술에 응용한 것이다.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치환술은 수술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입력하면 수술 도중 컴퓨터에 연결된 투시카메라를 통해 수술부위의 3차원 영상을 직접 모니터하면서 시술할 수 있는 수술법이다. 즉 환자의 하지 정렬축 및 관절면을 정밀하게 계측해 인공관절 삽입 각도를 정확하게 안내 받을 수 있어 인공관절이 정상상태의 다리 모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엑스레이(X-ray)나 의사의 경험에만 의존하던 기존 인공관절 치환술에 비해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치환술은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수술 후 무릎의 움직임이 훨씬 원활하다. 또 이로 인해 삽입한 인공관절의 수명도 13~15년 정도로 늘어났다.

또한 기존의 내비게이션 인공관절 치환술은 센서를 부착하기 위해 절개 부위가 큰 단점이 있었다. 절개 부위가 크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 속도가 그만큼 더뎠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최소절개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관절염 혈액검사가 필요한 증상
다음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무릎이 소리가 나면서 아프다.  

- 2번 이상 무릎이 부은 적이 있다.
- 무릎을 굽혔다 펴는 것이 잘 안 된다.  

-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다.
- 걸을 때(근육이) 아프고 절뚝거린다.  

- 허벅지 근육이 가늘고 약해진다.
- 무릎 뼈 안쪽을 만지면 아프다.  

- 앉아있다 일어나기가 힘들다.
- 갑자기 무릎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고 싶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

 

[인터뷰] "생체 접합물질 사용으로 수술 부위 작아져"

“관절염은 완전히 원상회복을 시키는 완치의 개념은 없지만 새로운 시술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과거처럼 큰 고통을 겪지 않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관절염 조기진단 혈액검사인 COMP검사와 내비게이션 수술법을 시행하고 있는 연세사랑병원의 고용곤 원장은 “아무리 관절염 치료기술이 발달해도 조기진단을 통해 관절염이 진행되는 것을 막아 최대한 자신의 관절을 보존·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절염 초기라면 진통·소염제와 근이완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 운동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골이 많이 손상됐을 경우엔 손상된 크기에 따라 다양한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고 원장은 과거에 비해서 수술이 비교적 간단해졌다고 설명했다.

“자가연골을 시술에 이용하는 자가세포배양 이식술은 예전에는 수술부위가 커서 환자들이 불편함과 두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체접합제인 피브린을 첨가해 겔 상태로 굳히는 시술법이 등장하면서 수술 부위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관절염이 너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할 수밖에 없다. 인공관절 치환술에서 내비게이션 수술법을 적용할 때 예전에는 절개부위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요즘은 절개 부위를 기술적 한계치인 10~12㎝ 수준으로 줄인 최소절개수술도 자주 시행되고 있다.

“절개 부위가 작아지면서 수술 시 불가피하게 발생하던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게 되어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감염 및 기타 부작용에 대한 위험이 적어진 것이죠. 수술 후의 통증과 흉터도 작고 입원기간이 단축됨으로써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고 원장은 인공관절 치환의 경우에도 과거에 비해 보다 정교하게 제작돼 시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관절 치환술의 경우 기존에는 남성용 인공관절을 여성에게도 사용해 통증의 부작용이 있었고 관절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최근에는 여성 전용으로 만들어진 ‘여성 고굴곡 인공관절’을 도입해 움직임도 자연스럽고 심미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박준동 기자
jd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