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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돈 맛을 조심하라

세칸 2008. 1. 31. 00:51

미술, 돈 맛을 조심하라

 

요즘 '예술의 꽃'이 결국 지폐? 미술계서 논의 활발 '예술과 자본' 전시도

 

화가 이동기는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결합한 캐릭터 '아토마우스'를 만든 팝아티스트다. 의도적으로 상품성을 지향하는 그의 작품은 화단과 시장에서 둘 다 성공했다. 반면 한국의 작가그룹 '플라잉시티'는 도시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지만,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박스, 음료수병 등 산업사회에서 대량생산되는 물건을 쌓아 건축물처럼 만든 '플라잉시티'의 작품은 사고 팔 수 없다.

서울 홍대앞에 있는 대안(代案) 전시공간 '루프'(02-3141-1377)에서 2월 1일 문을 여는 전시 '예술과 자본'은 이렇게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예술과 돈의 관계를 다루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작가 8명의 작품을 보여준다. '루프'의 서진석 디렉터는 "예술의 가치가 물질적 보상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예술이 자본의 하위 개념이 되어버리는 단계까지 온 오늘날의 현상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동기의 아크릴화‘생각하는 아토마우스’(90×120cm?2003년작). /루프 제공

 

미술이 돈과 동거하는 현상에 대한 논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최윤석 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과장은 "프랑스에서 아카데미 전시와 살롱 전시가 공존하던 19세기부터 지금까지 미술의 시장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비엔날레 같은 대표적 비영리 전시조차 자본주의와 결합한다. 작년 6월 세계 1위의 '비영리 전시'인 베니스 비엔날레와 세계 최고의 '미술 5일장'인 바젤 아트페어가 공동으로 유럽 패키지 관광프로그램 '그랜드 투어'를 만든 것이 대표적 예다. 또 예술의 자본주의화가 비교적 더뎠던 아시아,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 앞다퉈 미술이 돈과 결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양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루프의 전시 '예술과 자본' 오프닝과 함께 열리는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도쿄 아트페어 디렉터 미사 신씨는 "1990년대에 비엔날레가 미술관 역할을 하더니 2000년대에는 아트페어가 비엔날레 역할을 한다. 미술이 막대한 산업이 되었다는 증거다"고 말한다. 영국 이콘 갤러리의 디렉터 조너던 와킨스씨는 "비엔날레조차 미술과 자본이 결합한 무대"라고 얘기한다.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거부하는 플라잉시티의 설치작품‘심리지도와 도시계획 놀이’. /루프 제공  

 

세계적 미술 월간지 '아트뉴스(Artnews)'는 작년 7월호에 "미술작품을 보는 겁니까? 가격을 보는 겁니까? (Are You Looking at Prices or Art?)"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가격표에 따라 작품성이 달라 보이지만, 시장에서 빨리 성공하는 것이 젊은 작가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교수는 "미술은 다른 어떤 예술장르보다도 돈과 밀접하기 때문에 자본과 예술의 관계는 앞으로 미술에서 점점 더 많이 다룰 주제이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 말했다.

 

이규현 기자 kyu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