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미래에너지다] 재생에너지의 나라, 중국
세계는 모른다, 재생에너지 대국(大國) 중국의 꿈을
지난달 3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 대국(大國)'으로 지탄 받고 있는 중국의 체면을 한껏 세워줬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사흘 앞두고 중국에 대해 '칭송'에 가까운 말을 쏟아낸 것이다.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문제에 맞서고 있는 중국의 노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은 태양열과 풍력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선도국가가 되어 있으며, 2007년 중국이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분야에 투입한 비용은 100억 달러로, 독일에 이어 세계 2위의 규모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길'이다." 중국 현지를 기자가 둘러본 결과 반 총장의 언급대로였다.
중국 산둥성 톨게이트에서 더저우시 시내로 이어지는 10㎞ 길이의‘광전(光電) 대로’를 태양광 가로등 불빛이 훤히 밝히고 있다. /황밍태양에너지그룹 제공
'재생에너지 대국' 꿈꾸는 중국
베이징에서 차로 네 시간 가량 떨어진 산둥성의 더저우(德州)시. 우리나라 경기도만한 크기로 중국에선 소도시에 가깝지만, 세계에 이미 '태양의 도시'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중국은 세계 태양열 집열판 생산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독보적 국가. 더저우는 이런 중국에서 태양에너지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도시다.
톨게이트에서 더저우 시내까지 10㎞ 가량 뻗은 '광전(光電) 대로'엔 태양광 가로등이 즐비하게 서 있다. 도심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 옥상엔 태양열을 모아 난방과 온수를 제공하는 집열판이 빼곡히 자리 잡았고, 태양광전지와 지름 1m 가량 소형 풍력 날개가 함께 설치된, 이색적인 가로등도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더저우시 인민회의 쉬나이더(徐乃德) 상임위원은 "시내 주요 도로의 교통 전광판과 신호등도 이미 태양광전지로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저우는 여세를 몰아 2010년 '세계 솔라(solar) 총회'를 유치했다. 여기에 2006년 1월부터는 더저우에서 신·개축하는 모든 건물에 태양열 집열판이나 태양광전지 같은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쉬나이더 상임위원은 "건축도면에 태양에너지 설치 계획이 없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랴오닝성의 선양(瀋陽)도 작년 8월 같은 조치에 들어갔다. 태양의 힘으로 움직이는 도시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태양열뿐 아니라 햇빛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전지 산업에서도 중국은 선두 그룹이다. 2006년 현재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 뉴욕 증시에 상장(上場)한 썬테크 기업은 2006년 전 세계 태양광전지의 6.3%를 공급, 일본의 산요, 미쓰비시 같은 굴지의 기업들을 앞질렀다. 작년 초, 세계 첫 '태양광 휴대폰'을 출시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나라도 중국이었다. 햇빛뿐 아니라 실내등 불빛과 심지어 촛불만 비춰도 충전되는 이 휴대폰은 중국 현지에서 대당 4000위안(50만원 가량) 정도에 팔리고 있다. 일반 휴대폰보다 30% 정도 비싸지만 호기심 때문에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상태. 고유가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태양에너지와 함께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풍력이다. 네이멍구와 허베이성을 비롯한 중국 각지에는 모두 100개의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 총 3311기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성장 속도는 눈부실 정도다. 1995년 38㎿(1메가와트는 100만와트)에 불과하던 풍력 발전 설비용량이 2006년엔 2599㎿로 11년 만에 60배 이상 급성장했다. 2006년 한 해에만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대관령 강원풍력단지(98㎿)의 14배에 이르는 1337㎿의 신규 설비가 구축됐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연구소 리쭌펑(李俊峰) 부소장은 "단순히 풍력 발전용량뿐 아니라 기술개발을 비롯한 질적인 수준도 높아졌다"며 "중국 국내 기업의 풍력발전설비 시장 점유율이 2004년 25%에서 2006년엔 41.3%까지 뛰어올랐다"고 말했다.
중국당국은 자국의 전체 에너지 소모량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7%로 추정한다. 미국(4.7%)과 독일(4.9%), 일본(3.2%) 같은 선진국보다 더 높고, 한국(1.2%)의 6배 수준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10년엔 10%, 2020년까지는 16%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중국정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세계의 오염원(源)'이라는 오명을 씻고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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