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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친환경 바람이 불어온다

세칸 2008. 1. 30. 14:24

[자연이 미래에너지다] 국내 기업 대체에너지 개발 현황

 

대한민국, 친환경 바람이 불어온다


수자원공사, 조력발전소 규모 佛 능가… 강원풍력, 작년 한해 순익 총 40억원
한전, 간쑤성 풍력단지 700여억원 투입… 현대, 2012년 수소연료전지 車 상용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국내 수출업계엔 "이러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선진국 경쟁기업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우리나라 기업에겐 결국  무역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수(內需) 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각국이 2013년부터는  예외 없이 온실가스를 의무 감축한다"고  합의됐기 때문이다. 5년 뒤부터는 정해진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변화를 괘념치 않거나,  오히려 반기는 기업들도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경우가 그렇다.  이런 기업들에겐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오히려 호재(好材)로 작용하고 있다.  청정 개발사업에 새로 뛰어드는 기업들도 점점 늘고 있다. 


바닷물과 바람으로 돈 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2003년부터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방조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潮力)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조력 발전은 밀물과 썰물의 높이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 12.67㎞에 이르는 방조제의 가운데 댐 아래에 터빈을 설치해 하루 두 차례씩 댐 안쪽으로 들어오는 밀물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발전소가 완공되면 50만 명에게 공급이 가능한 하루 25만 400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지금까지 최대 규모인 프랑스 랑스조력발전소(24만㎾)를 능가하게 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조력발전소가 본격 가동되면 연간 13만 8000t(900여억원)의 원유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생기고, 매년 31만 5440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며 "여기에 해수 유통이 지금보다 더 확대됨에 따라 시화호의 수질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전국 대형 댐 주변의 유휴지를 이용한 태양광발전 계획도 준비 중이다. 우선 경남 진주시 남강댐 일대에 연간 3887㎿(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전지판을 오는 7월부터 설치해 올 10월부터는 상업발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자원공사 곽결호 사장은 "댐 주변의 노는 땅을 재생에너지의 텃밭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남강댐 사업의 시행 성과를 봐가며 소양강댐을 비롯한 전국의 댐 유휴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대관령 강원풍력단지에 설치된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설경(雪景) 속에 줄 지어 서 있다. 강원풍력은 높이 40m, 날개 지름 50m인 풍력발전기 49기를 가동해 작년 한해 동안 40여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풍력 제공 

 

2006년 11월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 2㎿급 풍력발전기 49기를 설치,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단지를 갖춘 강원풍력은 대관령의 칼바람이 돈다발을 안겨다 준 경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7년 한해 동안 강원풍력이 벌어들인 순익은 풍력발전기 1기당 8000여 만원씩 총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에 대해선 정부가 일반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사주는 '발전단가차액제도' 덕분이다.

강원풍력은 여기에다 올 3월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국제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풍력발전을 한 점이 2005년 유엔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온실가스 배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인증을 받은 것이다. 전기 매각 수입 외에 또 다른 수익 창출원이 생기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말 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햇빛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 기업은 이 권리를 국제탄소시장에 팔 수 있다. 강원풍력 박대문 사장은 "배출권 가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언제 매각하는 것이 좋을지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해외투자에 눈 돌리고, 기술개발에 사활 걸어


한전은 해외 합작투자로 돌파구를 찾았다. 2005년, 중국의 풍력발전 사업에 처음 투자한 뒤 현재 투자규모를 점점 키우고 있다. 간쑤성과 네이멍구에 있는 풍력단지(총 420㎿ 규모) 회사에 투입된 돈은 총 700여억원. 이 회사는 가동된 지 2년 만에 연간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정부 역시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비싼 값에 사줬기 때문이다. 이 회사도 탄소 배출권을 확보한 상태다. 한전 베이징 지사 조죽현 부장은 "탄소 배출권을 팔 경우 올해엔 3억원, 이후부터는 연간 20억원 가량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 같은 연료를 태워 여기에서 발생하는 추진력으로 굴러가는 방식이지만,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와 메탄올 등을 활용한 연료전지로 전기모터를 돌려 동력을 얻는다. 현대차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3종의 연료전지 자동차 모델을 선보여 왔으며, 2004년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시범운행을 실시해 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2년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8월, 태양에너지 연구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어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중 박막(薄膜) 태양광전지 분야 등에 대한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와 효성 등도 태양에너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정유회사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대에 대비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 충전할 수 있는 수소스테이션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 마냥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潮流) 발전소 건설 사업이 막판 단계에서 차질을 빚은 게 대표적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이순신 장군의 '명랑대첩'으로 잘 알려진 전남 해남 울돌목 해협에 당초 작년 말까지 조류발전 시범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작년 11월 강한 해류로 인해 일부 설비가 파손되면서 현재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조류발전은 바다 아래에 터빈이 달린 프로펠러 형태의 기구를 설치해, 자연적인 물살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댐을 활용해 전기를 얻는 조력발전보다 훨씬 더 환경친화적인 발전 방식이다.
 

베이징(중국)=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김수영 인턴기자(서울대 정치학과 4년)

입력 : 2008.01.29 22:33 / 수정 : 2008.01.29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