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비싼 '루왁커피'…고양이 '응가'로 만든다고?
세 치 혀를 위하는 즐거움, 식도락(食道樂)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세계적으로 희귀한 ‘루왁커피’(luwak coffee)가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루왁커피가 다소 ‘충격적인’ 것은 먼저 엄청난 가격 때문. 커피원두 50g 한 봉지가 무려 65만원. 커피 한 잔에 커피원두 3.5~4g이 들어가므로, 루왁 커피 한 잔에 4만5000~5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루왁커피 12%와 다른 아라비카 커피원두를 블렌딩한 ‘루왁-T10’은 100g 한 봉지에 15만원. 100% 루왁커피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지만, 이 역시 싼 값은 아니다. 루왁커피를 들여온 김광림 ‘토나커피’ 사장은 “루왁커피는 연간 생산량이 800㎏에 불과한데, 그나마 추정치라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루왁커피가 귀하고 비싼 건, 엽기적이랄만큼 독특한 생산과정 덕분이다. 여기서 ‘무슨 커피가 그리 비싸냐’고 놀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당황한다. 루왁커피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슬라웨시·자바 지방에 사는 야생 긴꼬리 사향고양이 루왁(paradoxurus hermaphroditus)의 배설물로 만든다.
루왁은 커피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커피열매를 따 먹는다. 소화되지 않은 커피씨가 배설물에 섞여 나온다. 이 커피씨를 골라내 얇은 은회색 속껍질을 벗겨낸 다음, 물로 씻어 햇빛에 말린 뒤 로스팅하면(볶으면) 루왁커피가 된다.
이렇게까지 해가며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루왁커피를 높이 평가하는 커피 마니아들은 “깊고 부드럽고 은은하며 독특하다”고 루왁커피의 맛과 향을 묘사한다. 루왁커피가 이처럼 훌륭한 풍미를 갖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원재료인 커피원두가 다른 커피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흔히 벌레 먹거나 새가 쪼아먹은 과일이 가장 달고 맛있다고들 한다. 루왁도 짐승이니 본능적으로 가장 잘 익은 커피열매를 골라 먹었을 것이고, 가장 잘 익은 열매에서 나온 커피원두도 품질이 우수할 것이란 추정이다. 또 루왁 몸속을 통과하면서 침이나 위액과 섞인 커피원두가 발효돼 독특한 맛과 향을 품게 된다는 주장이다.
루왁커피를 롯데백화점에서 열렸던 무료 시음행사에서 맛봤다. 진하게 우린 보리차 정도의 농도와 색이었다. 커피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쓰고 떫은 맛이 적으면서 신맛이 강했다. 그런데 삼키고 난 다음에도 커피 맛과 향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다.
최고급 커피로 쳐주는 ‘블루 마운틴’과 전체적으로 느낌이 비슷했다. 한 잔에 5만원 주고도 아깝지 않은 맛인지는 의문이다. 토나커피 웹사이트(www. tonacoffee.com)에는 루왁의 생태, 습성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승완기자 wanfo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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