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훔쳐보기]의 즐거움

스타 일러스트 작가 ‘밥장’

세칸 2008. 1. 25. 15:18

“난 비정규 아티스트”

스타 일러스트 작가 ‘밥장’

원래 전공은 경제학. 직장 생활 10여 년 만에 장난삼아 그림 그리기 시작
정규 미술과정 안거치고 광고·옷 등 다방면서 활약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일러스트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광고에서부터 쇼핑백, 옷, 인테리어 상품까지 일러스트의 따뜻한 손맛이 급속도로 퍼지는 중. ‘스타’ 일러스트 작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가 ‘밥장’(본명 장석원·38)은 그 대표주자. 가느다란 아트펜으로 그린 정교한 손 그림을 무기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방영 중인 국민카드 광고에서 효리가 뉴욕 거리를 걷는 마지막 장면, 형형색색 놀이동산처럼 꾸며진 일러스트가 그의 작품. 배우 얼굴 없이 일러스트로만 만들어 화제를 모은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의 포스터, 지난 2006년 등장했던 자동차 ‘미니’ 일러스트 작업도 밥장의 손을 거친 것이다.

이름부터 독특하다. “밥 많이 먹어 ‘밥짱’이냐”라는 오해도 받는다. 실은 영어 이름 밥(Bob)에 성(姓)인 장을 붙인 거란다. 이력도 특이하다. 그림 경력은 이제 겨우 만 3년. 원래 전공은 경제학(연세대). 졸업 후 선경텔레콤(현 SK텔레콤)에서 뉴미디어 기획을 담당했다. ‘넥타이 부대원’으로 산 세월이 10여 년.

 

밥장의 일러스크가 쓰인 국민카드 광고  


그림과의 ‘인연’은 부인과의 ‘악연’이 맺어줬다. 2005년 이혼 뒤 ‘소심한 스몰a형’(소심한 A형 중에서도 소심하다는 뜻)은 세상과의 문을 걸어 잠갔다. 인생의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때, 집안의 소소한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손톱깎이를 장난 삼아 그렸다. 그리고 녹즙기, TV, 크래커, 가스 스토브…. 연습노트가 빼곡해졌다. 2006년 그간의 그림 부스러기를 그러모아 일러스트집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을 펴내 밥장의 존재를 알렸다. 블로그(blog.naver.com/jbob70)로 닫혔던 세상과의 소통도 정상화됐다.

밥장이 규정하는 자신의 직업은 ‘비정규 아티스트’. 대한민국에서 미술가로 거쳐야 할 ‘정규 과정’을 밟지 않아서란다. “저는 ‘엉덩이’로 그림 그려요. 늦깎이 주제에 게으름 피울 순 없죠.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쉬지 않고 그립니다.”

 

섬세한 작품 탓에 여성 작가로 오해받았다가,‘ 남자다운’얼굴 공개로 팬이 떨어진다고 너스레 떠는 작가‘밥장’.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밥장 그림에는 수많은 선이 면발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멀쩡한 꽃처럼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안테나와 전구가 빽빽이 들어차 있다. 그는 “탱화의 밀도 있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며 “멀리서 봤을 때와 들여다봤을 때 다른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시간만 나면 중고차 시장을 헤집고 다닌다. 조만간 ‘복고’를 주제로 오래된 중고 국산차를 일러스트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오는 9월엔 뉴욕 맨해튼에 디자인 편집숍을 열고 일러스트 소품을 판매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 신세대 펜화 아티스트 '밥장' 인터뷰, 본명 장석원. /정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