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훔쳐보기]의 즐거움

디자인을 실험한다… 고로 그는 존재한다

세칸 2008. 1. 16. 00:09

디자인을 실험한다…

고로 그는 존재한다

 

덴마크 디자이너 트르페
정규 교육 전혀 안받아 "한국 나이트클럽 구닥다리"

 

 김미리 기(글)자 miri@chosun.com , 정경열 기자(사진) krchung @chosun.com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요즘 중국에서는 스타 디자이너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덴마크 디자이너 요하네스 토르페(Johannes Torpe·사진)도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디자이너 중 하나. 지난달 베이징 금융거리에 문을 연 캡슐 형태의 레스토랑 '수부(Subu)'를 디자인해 CCTV 등 중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최근 베이징에서 55번의 인터뷰를 '해치우고' 서울을 찾은 그를 만났다. "중국에 비해 한국은 디자인 보는 눈이 성숙한 느낌이에요. 특히 신세대 남자들 차림새에서 차이가 느껴지네요." 그가 장난기 가득 묻어나는 곱슬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토르페는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폰', '페라리' 여행용 가방 등을 만들었고, '코스튬 내셔널', '로베르토 카발리', '돌체앤가바나' 등 패션 브랜드의 매장 디자인에 참여했다. 뮤지션으로도 활동 중. 동생과 함께 만든 일렉트로닉 밴드 '아티피셜 펑크(Artificial funk)'가 발매한 싱글앨범은 지난해 영국과 프랑스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샘솟는 창의력의 원천은 뭘까. '무(無)학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화가인 어머니와 음악가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코펜하겐의 히피 마을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에서 자랐다. 캐러밴을 개조한 집에 살았고, 정규 교육은 안 받았다. '히피 마을 아이의 성공 스토리'라는 소재로 덴마크 국영 방송에도 소개됐다.

 

덴마크 디자이너 요하네스 토르페.  

 

12살 때 우연히 마을 페스티벌에 조명 디자인을 했다가 재능을 발견한 뒤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창작 도구는 '오감(五感)'. 모든 소재를 손으로 만져보고 감으로 익힌다. 웬만하면 30분 이내에 쓱싹 디자인 스케치를 해낸단다. "싫어하는 걸 교육 받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즐기고 보자는 식이죠."

그가 한국에서 관심있는 분야는 부티크 호텔, 나이트클럽, 자동차 내부 인테리어. "유명하다는 청담동 나이트클럽에 들러봤는데 솔직히 구닥다리였어요." 그가 디자인한 코펜하겐의 나이트클럽 '나사(NASA)'는 실내가 온통 하얀색으로 돼 있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컬러 사용으로 전세계 700개가 넘는 언론에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