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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도 이제 하루 만에 뚝딱!

세칸 2008. 1. 18. 10:56

가구도 이제 하루 만에 뚝딱!

벨기에 MGX ‘패스트 퍼니처’ 도입, 중국 카피품에 대한 고민에서 나와

 

 

 

나오미 캠퍼 MGX 사장.

 

 

“디자인만 있으면 사람 손을 하나도 거치지 않고, 이음매 없이 24시간 안에 디자인 가구를 뚝딱 만들어 냅니다. 마법 같은 일이죠.”

지난 2일 방한한 벨기에 조명·가구회사 나오미 캠퍼(Kaempfer·34) MGX 사장은 “빛의 속도로 진화한다는 디지털 세상에 가구도 더 이상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른바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단시간에 만들어내는 가구를 말한다.

MGX는 패스트 퍼니처 개념을 처음 내놓은 회사. ‘래피드 프로토타이핑(rapid-prototyping)’이라는 혁신적인 기술로 몰딩과 조립 등 중간 단계 없이 짧은 시간에 가구를 제작한다. 래피드 프로토타이핑이란, 제품 디자인이 입력된 카드를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레이저가 나오면서 특수 파우더로 가구를 만드는 기술. 가구가 완성되기까지 사람 손은 한 번도 안 거친다. 전체가 한 덩어리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음매도 전혀 없다.

뉴욕타임스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한 장면을 현실화시킨 기술”이라며 “기술의 진보와는 무관하게 50여년 전 제작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가구업계를 뒤흔든 신개념”이라고 호평했을 정도다.
 

 

접이식 의자‘원샷’. /MGX제공

 


캠퍼 사장은 “MGX의 획기적인 발명은 중국의 추격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했다. “요즘 유럽 가구업계는 중국의 카피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고급화는 지속하되 중국의 생산 속도를 따라가고, 그들이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고민이었지요.”

그녀는 유명 디자이너 파트리크 주앵(Jouin)이 만든 접이식 의자 ‘원샷(one-shot)’을 예로 들었다. 이 의자는 다리가 12개 있지만 이음매가 전혀 없다. 뤽 메르스(Merx)가 디자인한 조명 ‘저주받은 자(The damned)’는 수백 명의 사람이 엉켜 있는 복잡한 형태지만, 사람 손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중국에서 따라 하겠어요? 우리 제품 어느 것도 아직 카피됐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수백 명이 절규하는 모양의 조명‘저주받은 자’


MGX의 제작방식은 인건비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우리 가구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MGX는 자체 디자이너가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싸구려 가구 회사가 아니다. 아릭 레비(Levy), 파트리크 주앵, 뤽 메르스, 로스 러브그로브(Lovegrove) 등 외부의 스타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하기 때문이다. 40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캠퍼 사장은 “‘퀸(Quin)’이라는 조명을 만든 미국 디자이너 그로스먼(Grossman)과는 4년 넘게 일했는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이메일로 인사하고, 제품 디자인은 파일로 첨부받았다”고 했다.

MGX는 고객 맞춤형 주문제작도 같은 방식으로 한다. “한국 고객이 종이에 원하는 모형을 그려 보내면 본사에서 3D로 구현해 제품을 만들어 배달해 줍니다. 벨기에, 이제 가깝죠?”

김미리 기자(글·사진) mi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