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시, 그들은 왜 빠져드나]
- 바다 낚시
한국과 일본서만 성행, 돔 겨냥한 정통파 사냥
바다낚시는 배낚시와 갯바위낚시로 나뉜다. 우리나라 낚시인은 대개 섬 갯바위낚시를 즐긴다.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세계적 주류는 배낚시다. 왜 극동 낚시인만 별스러운 걸까?
배낚시는 ‘추격전’이고, 갯바위낚시는 ‘매복전’이다. 서구의 배낚시는 어군(魚群)을 쫓아가 잡는 반면, 갯바위낚시는 어군의 길목을 예상하고 있다가 미끼를 던져 기다리는 낚시다. 낚시가 사냥의 하나라면 정통파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 꾼이 가장 좋아하는 돔류(감성돔·돌돔·벵에돔·참돔 등)는 얕은 바다를 즐기므로 갯바위가 효과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낚시의 주체다. 배낚시는 선장의 안내가 조과(釣果)를 좌우하지만 갯바위는 꾼 스스로 모든 것을 찾고 결정해야 한다. 갯바위꾼은 연약한 낚싯대와 줄로 물고기가 달아날 기회도 준다. 게임 요소를 최대화한 것이다.
갯바위낚시는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에 대응해가는 임기응변의 연속이다. 흘러가는 밑밥의 거리와 수심을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정상급 꾼은 거리 100m, 수심 20m 아래의 조류를 낚싯줄의 장력으로 가늠해 적중시키는 신기도 발휘한다.
외국 낚시인들도 감탄한다. 하지만 갯바위는 사실 위태롭다. 그래서 제대로 훈련된 전문꾼의 영역이다. 배낚시가 등산로를 오르는 것이라면 갯바위낚시는 암벽 등반이다. 아무나 즐길 수 없기에 더욱 도전 욕을 불러일으키는, 낚시의 백미다.
박현철 한국기조연맹 전 사무총장
배낚시
먼 바다 심해의 1m 대어, 흥분 아닌 공포를 즐긴다
닻을 올리면 낚시꾼의 심장 박동은 빨라진다. 미지의 세계, 저기 수평선 너머로 간다. 바닷고기엔 인공이 없다. 미역 줄기처럼 치렁치렁한 생명력만 가득하다. 배낚시는 뱃놀이 분위기의 ‘내해 낚시’와 격렬한 게임 피싱인 ‘먼바다 낚시’가 있다. 직장 출조가 많은 우럭낚시와 가족낚시로 자리잡은 갈치낚시가 대표적 내해 배낚시다. 경험 없는 사람도 선장 안내를 받아 쉽게 손맛과 입맛을 즐길 수 있다. 인천과 태안(안흥)의 우럭, 목포 갈치, 마산·진해 도다리, 속초·고성 가자미 낚시가 인기다.
‘꾼’들의 관심은 외해 배낚시다. 방어·부시리용 지깅(대형 금속루어로 심해 대어를 잡는 낚시), 왕대구·왕우럭을 노리는 침선 외줄낚시, 참치 같은 다랑어류를 겨냥한 끌낚시(트롤링)다.
항구에서 3~4시간 떨어진 공해상 난바다. 사위가 수평선뿐이다. 60~80m 수심의 암초나 어초 혹은 가라앉은 배(침선·沈船) 속 대형 어류를 노린다. 1m급 대구나 부시리, 60㎝ 넘는 우럭을 끌어내려면 인력만으론 힘겹다. ‘손맛’ 정도가 아니라, 아예 휙휙 허리가 휘고 온몸이 팔과 함께 끌려다닌다. 누군가 뒤에서 허리를 잡아주기도 한다. 짜릿함을 떠나 가벼운 공포감마저 몰려온다. 여기서 낚시는 사냥의 일종이 아니다. 사냥 그 자체다.
요즘의 외해 배낚시 전문 배들은 고성능 GPS(위성항법장치)로 심해의 고기 소굴을 찾아낸다. 대물이 자주 나오므로 배터리에 연결한 전동 릴을 쓴다. 고기밭 잘 찾기로 소문난 선장의 배는 한 달 이상 예약이 밀릴 정도로 인기다.
김성수 한국게임피싱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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