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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 성공 요령은?

세칸 2008. 1. 6. 17:05

미술과 돈 7

미술품 투자 성공 요령은?

 

 

1994년 뉴욕에서 135만달러(약 13억5000만원)에 경매된 클로드 모네의 유화 ‘앙티브(Antibes)’는 3년 만에 5억원 정도 올라 1997년엔 185만달러(약 18억5000만원)에 경매됐다. 이렇게 미술품 투자로 수익을 왕창 올리는 경우가 서양 경매에서는 종종 일어나는데,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K옥션에서 천경자의 채색화 ‘북해도 천로에서’가 9500만원에 낙찰돼 화제였다. 2002년 3600만원에 낙찰됐던 작품인데 3년 반 만에 2.6배 오른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지난 25년 동안 미술품 투자의 수익률은 연평균 8~13%였고, 서울옥션의 통계 결과 우리나라도 박수근, 김환기 등 블루칩 작가 15명의 경우 지난 7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2%였다. 이런 성공사례만 모아 놓고 보면 미술품은 정말 장밋빛 투자대상처럼 보인다.

 

 지난 2월 15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미술투자 설명회에서 소더비 경매회사의 인상주의 미술 담당자 존 탠콕씨가 강의를 하고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에 질리셨습니까? 그럼 캔버스(그림)에 도전해보세요.’ 영국의 ‘아트펀드(Art Fund·그림에 투자하는 펀드)’회사인 ‘파인아트펀드(The Fine Art Fund)’를 세운 필립 호프먼(Philip Hoffman) 대표는 최근 하나은행과 K옥션이 연 미술품 투자 설명회에 와서 “이젠 캔버스에 도전해 보세요(Try Canvas)”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의 뒤를 이어 소더비 경매회사의 인상주의 미술 스페셜리스트(작품 판매담당 전문직) 존 탠콕(John Tancock)씨와 현대미술 담당자인 블레이크 고(Blake Koh)씨가 왔다. 서울옥션 고객을 대상으로 미술품 투자 강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은행 금리는 낮고, 주식·채권·부동산 외에는 여유자금을 투자할 곳이 그리 다양하지 않고. 그래서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이 뭔가 색다른 투자 대상을 찾을 때 미술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포브스 잡지에 오르는 세계 100대 부호 중 30명 이상이 미술품에 투자를 한다. 일반인에게도 전혀 먼 얘기는 아니다.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일반인을 위한 대중 경매도 많이 생기고 있어서 이젠 일반인들도 미술품 투자에 점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2월 8일 서울 인터콘티네탈호텔에서 열린 미술투자 설명회에서 영국 파인아트펀드 대표 필립 호프먼씨가 수익창출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술품의 투자요령은 대체 무엇일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전문성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자문을 받거나 미술을 보는 안목을 길렀다고 가정하면, 그 다음부터 주의해야 할 ‘플러스 알파’의 요인은? 미술 투자 전문가들이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투자요령 베스트 5를 골라봤다.

첫째, 분산투자다.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자금 유동성을 주기 때문이다. 실례로 영국 파인아트펀드사는 고전 25~30%, 인상주의 30%, 근대미술 20%, 1985년 이전의 현대미술 15~20%, 1985년 이후의 현대미술 5% 이내로 분산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둘째, 너무 비싼 것을 사지 마라. 특히 기록가를 세우면서 사는 일은 피할 것. 이미 값이 오를 대로 오른 작품은 되팔 때 살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안목과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현재는 저평가되어 있어도 수년, 수십 년 후엔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작가를 알아보는 게 바로 투자의 핵심이기 때문. 그래서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면서 참신한 신인작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 뜨는 작가를 사더라도 너무 새로운 작가를 사지는 말라는 게 투자요령 세 번째 항목이다. 올해 반짝 했다가 내년에 사라지고 마는 작가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참신한 작가가 있으면 어느 정도 눈여겨보다가 ‘막 뜰 때’를 잡아 투자하라는 얘기다.

넷째, 좋아하는 그림을 사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투자가 제1의 목적일 땐 본인의 취향에 너무 사로잡히지 마라. 위에서 말한 아트펀드의 귀재 필립 호프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과 우리 회사에서 투자하는 그림은 완전히 별개”라고 했다. 투자하는 그림 중 좋아하는 것은 40% 정도, 나머지 60%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이라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쳐다보기도 싫은 그림도 있지만 그 그림을 사는 이유는 단 하나, 전문직 직원들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컬렉터에게 이 점은 가장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미술투자라는 게 어차피 위험 부담을 안고 하는 것인데 내가 좋아서 그냥 걸어놓고 바라보는 행복마저 버린다면 어찌하라고.

미술투자의 마지막 요령. 미술투자 역시 ‘정보 싸움’이라는 걸 잊지 말자. 현대미술에서 누가 각광받고 있는지 파악하고 미술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소장자가 지금 어떤 그림을 절실히 팔고 싶어하는지 그런 정보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부동산도 급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처럼 그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요령을 훑고 나면 드는 생각은? 아마 ‘미술투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일 수도 있다. 사실 맞는 말이다. 미술투자는 다른 투자와 달리 정신적 만족감도 주고 재미있는 투자인 건 분명하지만 매우 위험한 투자이기도 하다. ‘안전한 화가’라고 믿고 샀다가 수십억원을 그냥 잃을 수도 있다. 르누아르의 유화 ‘빨래하는 여인들’(1912)은 1993년에 490만달러(49억원)에 낙찰됐지만 2005년에는 290만달러(29억원)로 값이 반토막났다. 국내 중견 서양화가들의 경우 일부 블루칩 작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30년 전보다 값이 훨씬 내려갔다는 게 중론이다. 미술투자, 아무나 하면 안 되는 참 머리 아픈 투자이다.

 

미술품 투자 불변의 원칙 TOP 5

1. 분산투자를 하라. 2. 너무 비싼 것을 사지 마라. 3. 너무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사지 마라. 4. 본인의 취향에 사로잡히지 마라. 5. 정보싸움이다.

 

이규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kyu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