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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을 조각한다

세칸 2007. 12. 14. 13:09

스카이라인을 조각한다

부산 해운대 '우동 프로젝트' 설계 맡은 다니엘 리베스킨트

 

한국의 초대형 주거복합 단지 설계를 맡은 현대 건축계의 거장 다니엘 리베스킨트 /블룸버그 제공 

 

미국의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설 '프리덤 타워'를 설계한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가 국내 초대형 주거·오피스·상업 복합 건물의 설계를 맡았다. 현대산업개발이 부산 해운대 우동에서 짓는 '우동 프로젝트(가칭)'의 설계를 맡은 것. 우동 프로젝트는 최고 지상 72층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3개동과 최고급 호텔, 첨단 오피스, 명품 쇼핑센터 등 모두 6개 동으로 구성된 복합단지이다.

 

리베스킨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국 덴버 미술관. 마친 현대 조각작품을 보는 듯한 특이한 외관을 갖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최근 건축미가 건물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되면서 외국 유명 건축가들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동천래미안 타운하우스는 프랑스장 미셸 빌모트가, 용인 동백지구 타운하우스 동연재는 일본의 후루야 노부야케 와세다대 교수가 각각 설계를 맡았다. 외국에서도 박물관 등 주로 공공 건축물이나 오피스를 설계하던 유명 건축가들이 주택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세계 최고가 아파트 '원하이 드파크'도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를 맡았다. 펜트하우스(560평)가 무려 1655억원이나 한다. 150층 높이로 인허가를 받은 미국 시카고의 주거 복합건물 '시카고 스파이어(Chicago Spire)'라는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를 맡았다.

 

유명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은 독특한 조형미로 분양이 잘되고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있기 때문이다. 우동 프로젝트를 맡은 리베스킨트는 '건축계의 수퍼 스타'. 그는 국내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사옥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의 설계를 맡기도 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일상적인 건축물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보면 볼 수록 독창적이고도 몽상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영국 맨체스터의 대영전쟁박물관을 설계할 때는 분쟁으로 인해 산산 조각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지구본 모양의 주전자를 내던진 후 그 조각을 모아 건물 모양을 이룰 때까지 꿰맞췄다고 한다.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는 건물 표면에 지름 62m의 거대한 철골 원형 프레임이 설치돼 있으며, 원안으로는 빨간색 사각형 조형물과 수십개에 달하는 빨간색 사선들이 회화적으로 배치돼 있다. 특히 건물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사선형태의 알루미늄 막대가 건물을 뚫고 지나 하늘을 향하고 있는 건물 외관은 오피스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조각상이라는 인상을 준다.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부산해운대 우동 프로젝트 조감도. 그는 해운대의 파도와 동백꽃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현대산업개발 

 

리베스킨트는 프로젝트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살렸다. 그는 해운대의 파도,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 등 해운대가 지닌 아름다운 곡선을 형상화했다. 리베스킨트는 “각 건물은 파도의 우아함과 힘, 꽃잎의 독특한 구성, 바다 위에 떠있는 배의 바람을 가득 머금은 돛 등을 형상화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각 건물이 다양한 층고를 이루면서 상층부가 줄어 들도록 설계,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할 것”이라며 “리베스킨트와 협력, 해운대를 빛내는 주거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
1946년 2차 세계대전 직후 폴란드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 했다. 베를린 유대인박물관, 대영전쟁박물관, 덴버 미술관의 설계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특히 2003년 2월에는 미국의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들어설 '프리덤 타워'의 공모 당선자로 선정됐다.

 

[조선일보] 차학봉 기자 hbcha@chosun.com

 

"좋은 건축엔 깊은 이야기 담겨있어요"

한국 찾은 세계적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파격적인 건물 설계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한국에 왔다. 서울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신사옥 ‘아이파크타워’를 설계한 리베스킨트는 건물 준공식 참석에 앞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과연 실제로 지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급진적인 건물 디자인으로 유명한 그는 건축학도의 열광적인 추앙을 받는 인물. 이날 강연회에는 청중 1700여명이 몰렸다.

 

베를린 유대인박물관 등 ‘해체주의 건축’으로 유명한 그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이스라엘로 건너갔고 이후 미국과 유럽을 무대로 활동해 왔다. 현재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뉴욕 9·11테러 현장에 들어설 상업시설군과 추모탑·공원 등을 기본 설계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는 표면에 지름 62m짜리 거대한 철골 동그라미와 함께 붓으로 그린 듯한 추상 무늬를 담고 있다. “유리와 철로 만들어진 건물이 넘쳐나는 도시에 새로운 건축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그는 “건물 안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해 흥미로운 근무환경을, 건물 밖을 지나는 행인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모든 건축물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좋은 건축물은 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지요. 서울이라는 도시 이야기를 담은 ‘아이파크타워’는 안에서 일하는 사람과 밖을 지나는 사람이 등장하는 연극무대입니다.”

 

그는 “서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가 현대적인 메트로폴리스로 거듭난 엄청난 변신의 도시라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