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세칸 2006. 12. 18. 12:50

 

한때, 무슨병에 걸린 것처럼 한달에 서너번 섬에 가지 않으면 미칠것만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섬에 갇혀 있는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섬에서 떠나올 때가 되면 속으로 제발 주의보좀 내리게 해 달라고 빌기까지 했으니 짐작 하시리라 봅니다.

 

섬에 사는 이들이 부럽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무슨 치기인지......민박집이나 하며 살고도 싶었습니다.

요즈음도 섬에 갇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또 주의보를 빌며 떠나 오겠죠?

섬에 갇혀 스스로 섬이 되지 못하면 미쳐서 떠나오겠죠?

 

 

 

                     

                                       안   도  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을 쓰는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곳에

      파도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아래

      혼자 한번

      섬이되어 앉아 있어 봐라.

 

      삶이란게 뭔가

      삶이란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거문도,가거도,추자도.......파도소리가 그립습니다.

갈매기소리, 바람소리는 더 그립습니다.

어부들, 민박집 아지매의 '밥 먹으소'하고 부르는 소리는

정녕......꿈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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