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이런저런 이야기들

산사(山寺) 예술제에서

세칸 2007. 12. 2. 17:54
산사(山寺) 예술제에서
 
김성수  한국조형예술원(KIAD) 평생교육원 교수가람가구학교장
 

 

 
K형! 백두대간이 흘러내린 소백산 자락 산사(山寺)에 이미 가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석사에서 열리는 화엄예술제 환경설치미술 작업을 진행하면서, 문득 형과 함께 예술과 디자인에 관한 얘기들로 치열하게 밤을 토로했던 지난날들과, 열악한 당시 상황 때문에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형의 생각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훌쩍 지나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요. 우리가 추구해왔던 디자인 방향성은 이미 시대의 화두가 되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배려에 기초한 디자인의 실천, 친환경 디자인 구현과 가구디자인의 진정성 회복에 대한 노력은 우리의 철학이자 시대적 요청이기도 합니다.

이미 우리는 친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 전부터 가구를 비롯한 인간용품 디자인의 주요 소재인 목재의 수급 안정성, 유통 합리성, 재질감·물성의 조형미와 기능성, 경제성의 조화 연구 등 지속 가능한 친환경 디자인 실험과 그 구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습니다.

이제 그 결실이 가까이 오는 것 같습니다. 초창기 디자인공방이 도중하차하는 눈물겨운 상황과 그에 따른 오해로 생긴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방의 한 디자인공방부터 다시 불붙은 지역 디자인공방 활성화의 꿈은 참여 가족의 일치된 신념과 꾸준한 노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환동해권 지역 친환경디자인 연구·실행의 교두보로 출범한 이 디자인공방은 친환경 사옥 신축을 시작으로 지역 사회의 ‘디자인사회문화운동’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했지요. 그에 따라 친환경 실내건축 프로그램인 <한식음식점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지금은 동해안 지역 <도시근교형 목조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형 침대인 누(樓)마루, 꽃 살 문양, 자개문양 등을 현대화한 가구디자인은 우리의 디자인 정체성에 대한 이해 층 증가와 마니아 층 형성으로 하드우드에 천연오일이 칠해진 우리식 가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 여세에 힘입어 수도권과 서울 강남지역에도 뿌리를 내리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어떤 어려움에도 올곧은 정신과 신념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밀고 나간다면 분명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례를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늘까지도 팽배해 있는 "지역에서는 힘들다"라는 고정관념도 일대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친환경 세상의 구현,

그것은 바로 순수성 회복을 위한 자연의 요구이자 인류 공동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K형! 가을이 눈짓하며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