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음식대사 이광재 주부, 한국요리, 맵기만 하다고요?
너비아니 한번 드셔보세요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 음식이 건강에도 좋다고 말하는 이광재씨.
강남구 도곡동의 이광재 씨는 결혼 생활 20년차의 베테랑 주부이자 우리 요리를 외국 사람들에게 알리는 민간외교사절이다. 요리에 관한 무궁무진한 관심으로 한식ㆍ중식ㆍ일식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녀의 집은 늘 요리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북적댄다. 일본에서 한국요리 강좌까지 열어 호텔주방장까지 감동시킨 이광재씨의 요리 이야기.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이광재(49)씨 집은 동서양의 앤티크 가구가 한데 어우러져 방마다 색다른 분위기가 물씬하다. 외국 손님 접대가 많다 보니 집안 인테리어도 소홀히 할 수 없단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미모만큼이나 집안 분위기도 주인을 쏙 빼닮았다. 집안 인테리어 솜씨도 솜씨지만 요리 솜씨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수준급이다. 이씨는 한식ㆍ일식ㆍ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딴 요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사람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결혼 초부터 집에 사람이 끊이질 않았지요. 특히 여행사를 경영하는 남편 직업 때문에 외국 손님도 많이 오십니다. 다양한 손님을 접대하다 보니 잔칫날이나 행사 때면 으레 상에 오르는 잡채, 불고기 등 틀에 박힌 한식 요리에 한계를 느꼈어요. 이럴 바엔 내가 요리 공부를 더 하자란 생각으로 유명한 요리 선생님을 찾아가 요리를 배우고, 집에 와서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한식ㆍ일식ㆍ중식 조리사 자격증은 그래서 따게 되었지요.”
우리 요리에 대해 한 단계씩 밟아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떡과 한과에도 관심이 생겨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떡과 한과까지 배우게 되었다. 요즘은 손님을 초대하면 메인 요리는 물론 디저트까지 한식으로 차릴 정도로 한식 전문가가 되었다. 외국 손님을 집에서 접대할 때 그녀는 어김없이 구절판을 만들어 대접한다.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한국 요리를 물어보면 대부분 불고기나 잡채를 들지만 그건 한국요리의 종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이라고. 다양한 채소와 고기, 달걀지단이 화려하게 어우러진 구절판을 본 외국인들은 일단 그 색과 모양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게다가 음식을 맛보고 나선 눈이 즐겁고 새콤담백한 맛에 입까지 즐거워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한단다.
일본 호텔 주방장들을 대상으로 한식요리법 강좌
이광재씨는 결혼 전 승무원 생활을 오래해 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그것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승무원 생활을 할 때 해외에 나가보면 제대로 된 한식집에 없었어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은 물론 불고기, 잡채도 그 맛이 그 맛이었죠. 결혼 후에 집에서 손님을 많이 치르면서도 항상 제대로 된 요리에 목말라 했던 것 같아요.”
이광재씨가 민간 요리 외교사절이 된 건 우연이었다. 일본 오사카 근처 시라하마 고가노이베이 호텔에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호텔 식당에서 나온 김치가 너무 맛이 없었던 것. 마침 호텔 지배인을 만나게 되고 김치를 제대로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시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호텔 지배인이 그 후 서울에 출장을 오게 되어 집으로 초대했는데 그녀가 만든 음식을 맛보고 일본에 돌아간 후 호텔 주방장들을 상대로 정식으로 요리강좌를 열어줄 것을 부탁했다.
“일본인 호텔 지배인이 그 동안 일본에서 맛본 한국요리는 너무 자극적이고 매운 것만 있어서 선입견이 심했답니다. 한국요리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집에서 대접한 요리는 나물, 김치, 너비아니구이, 가자미조림 등으로 일반적이지만 담백한 요리와 매운 것을 적절히 섞었어요. 다양한 요리를 맛본 지배인이 매우 감동적이라며 일본으로 돌아간 후 저를 초대한 것이지요. ”
2시간 정도의 짧은 요리강좌였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고가노이베이 호텔 체인 주방장들은 물론 일본의 유명 골프장 클럽하우스 주방장 등 25명의 요리 전문가가 모여들었고 배추김치와 백김치, 모둠전, 해물탕, 너비아니 만드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시식까지 겸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한류 열풍으로 일본 내에서 한국요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요리를 배우고 싶어도 가르치는 데가 없어서 그 동안 배우지 못했다는 일본인들의 말을 듣고 이씨는 책임감과 동시에 요리강좌를 연 보람을 느꼈다.
마음으로 만든 요리가 맛 좋고 건강에도 좋아
요리 공부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그녀가 터득한 것은 단순한 진리이다. ‘기초에 충실하라’는 것. 파 다지기, 마늘 다지기 등 아주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만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은 기계가 좋아졌다고 파나 마늘을 슬라이서에 넣고 다지는 주부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반드시 칼을 이용해 다져야 제맛도 살아나고 요리의 기본도 다질 수 있어요. 손으로 곱게 다진 재료와 기계로 다진 재료는 요리를 했을 때도 맛에서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너비아니 구이에 들어가는 마늘도 손으로 일일이 다지면 마늘 입자가 곱지만 살아있어서 알싸한 향이 고기에 제대로 배어들지요. 하지만 기계로 다진 마늘을 입자가 뭉쳐있고 물이 많아 마늘향이 제대로 나질 않아요. 우리네 어머니가 늘 하는 말씀인 ‘요리는 정성’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 음식을 만들어야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요리가 완성됩니다.”
이씨는 오랜 결혼생활 동안 쌓아온 살림 노하우와 요리를 총망라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초보 주부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새내기 주부 생활지침서를 만들 목표를 세우고 있다. 명절, 생일, 집들이 등 주부들이 난감해하는 집안 행사 방법과 요리 메뉴 제안까지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서로 만들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요즘 젊은 주부들 중엔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은 물론 시어른 생신까지 건너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정성 어린 선물을 하고 가족끼리도 화목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각박한 세상에 주고받는 정이라도 없으면 사는 게 너무 무의미해지지요. 생활 전반에 대한 살림살이 방법에 정성이 깃든 가족 행사 방법, 요리까지 제가 경험하고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를 외국인들은 물론 많은 주부들과 나누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이광재의 요리 제안
너비아니 만들기
너비아니구이.
재료: 쇠고기(등심이나 안심 등 연한 부위) 300g,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반, 배즙 6큰술, 후추ㆍ깨소금ㆍ참기름ㆍ잣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마늘과 파는 곱게 다진다. 쇠고기는 두께 0.4cm, 가로 세로 5~6cm 길이로 자른 후 칼등으로 자근자근 두드려 배즙에 재워둔다.
2. 준비한 양념장을 쇠고기에 끼얹어 잠시 재우는데 30분이 넘지 않도록 한다.
3. 석쇠에 고기를 가지런히 놓고 타지 않게 앞뒤로 구워낸다. 프라이팬에 앞뒤로 지져내도 된다.
4. 잘 구운 고기를 접시에 보기 좋게 담은 후 잣가루를 솔솔 뿌려낸다.
이광재표 조림간장 만들기
재료: 간장 2ℓ, 황설탕 1kg, 채소 달인 물 1컵(통후추 1큰술, 양파 300g, 마늘 30g, 생강 20g, 물 2컵), 청주 1컵, 맛술 1/2컵, 레몬 1개, 사과 1개
집에서 만든 조림간장.
만드는 법
1.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센불에서 한소끔 끓이다가 중불로 줄여 1컵이 되도록 30분 정도 조려 채소 달인 물을 만든다.
2. 간장과 황설탕, 채소 달인 물을 냄비에 붓고 한소끔 끓인다.
3. ②가 끓으면 분량의 청주와 맛술을 넣고 다시 끓인다.
4. ③을 불에서 내려 2mm 두께로 저민 사과와 레몬을 넣고 뚜껑을 덮어둔다. 12시간 후 체에 걸러 간장 국물만 사용한다.
행복플러스, 글=이정은 리포터, 사진=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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