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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아랫목이 좋다!

세칸 2007. 11. 30. 16:23

시선을 낮춘 멋 … 좌. 식. 생. 활. 법

뜨끈한 아랫목이 좋다!

 

요즘 침대와 소파를 걷어낸 우리의 좌식 문화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좌식은 예스러운 멋은 물론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어 좁은 공간에도 쉽게 접목할 수 있다. 최근엔 한층 더 실용성을 강조한 좌식 인테리어가 호응을 얻는 중. 올겨울 우리 집에도 따라하고 싶은 좌식 인테리어.

집안의 눈을 낮추다

집안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 것만으로 좌식은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집안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침대와 소파를 치우면서 벽지나 가구 대신 방석과 쿠션 등 패브릭으로 연출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이 주목받았다. 한동안 전통 자수가 아름다운 보료나 멋스러운 오리엔탈 소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좌식공간은 여백의 미를 갖추면서도 디자인적인 요소가 중요시됐다.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좌식 문화. 이젠 좌식도 좀더 모던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소파를 치워버리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 좁은 공간이라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쪽으로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 소파 옆 자투리 공간에 좌탁과 방석을 놓아 입식과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꾀하거나 현관이나 방으로 이어지는 밋밋한 공간에 러그를 놓아 바닥에 멋을 불어넣기도 한다.


키 낮은 가구, 방석, 쿠션… 좌식 인테리어의 대표 아이템은 모던한 가구에도 영향을 줬다. 기존에는 등받이 쿠션과 방석으로 별도의 좌식공간을 꾸몄지만, 요즘은 15~20㎝로 낮아진 좌식 형태의 소파가 속속 출시돼 좌식의 본질은 살리면서 실용성도 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입식 소파와 달리 좌식 소파는 소재와 디자인이 다른 방석을 놓아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다. 오리엔탈 일색이던 커다란 쿠션과 방석 역시 모던한 내추럴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집안 공간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연출이 쉬워졌다.

 


Idea 1 바라보는 시선을 낮춘다 공간에 맞춰 생활은 따라가게 된다. 좌탁을 놓고 나니 실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히 낮아졌다. 테이블 위 공간은 비워두고 시선이 닿는 바닥에 사진이나 그림 액자를 여러 개 겹쳐뒀다. 크기가 제각각인 프레임을 놓아두었더니 눈높이에 맞는 미니 갤러리가 완성됐다. (이안수 씨 제안)

 

Idea 2 그 공간과 어울리는 가구매치에 신경 쓴다  한복디자이너 김영석의 숍에는 우리나라 전통 느낌을 그대로 살린 안방이 꾸며져 있다. 예로부터 여자들이 기거하는 방이라 그에 걸맞게 횟대에는 단아한 여자 저고리를 걸어놓았다. 좌식 공간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 확보를 위해 화초장과 문갑을 깔끔하게 한쪽으로 붙여놓고 문갑 위에 족두리, 화관을 올려놓아 이곳이 여자들이 기거하는 안방의 좌식 공간임을 여실히 드러나도록 했다. (김영석 씨 제안)

 


Idea 3 나무의 미덕을 살린다
서재에 놓인 책장과 좌탁은 모두 나무를 대패로 밀어 면만 가공한 것. 장백산 소나무를 잘라 만들었더니 세월이 더해질수록 윤기를 더해 자연스러운 멋을 풍긴다. 바닥에 앉으면 무릎과 거의 높이가 같은 좌탁엔 책장을 만들고 남은 나무로 지지대를 삼았다. (이안수 씨 제안)

 

Idea 4 사용자의 편리성을 생각한다 한복디자이너 김영석은 숍의 안방에 낮은 보료를 깔아놓았다. 그리고 숍을 찾는 고객들을 고려해 테이블 역시 그 높이에 맞추어 낮은 찻상을 두었다. 찻상의 크기 또한 아담해 마주 앉은 사람 사이의 공간을 좁혀 친밀감을 높이도록 했다. (김영석 씨 제안)

 

바닥으로 내려앉은  좌.식.마.니.아

편리한 소파와 침대 대신 넓은 공간을 택했다는 좌식 마니아.
시선을 낮추고 뜨끈한 아랫목에 엉덩이를 붙이니 세상 어느 곳보다 편안하단다.
비운 만큼 채워져 행복하다는 그들의 좌식 예찬.

 


좌식 마니아 1 | 한복디자이너 김영석 씨

 “보료 위에서는 누구나 자유롭죠”

한복디자이너 김영석의 집은 트렌디한 숍들이 즐비하다는 삼청동의 조용한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곳을 틀만 두고 리노베이션한 이 집은 좌식과 입식의 공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별채에 앙증맞은 크기의 아이보리색 보료가 깔린 사랑방이 있고, 집안으로 들어가면 아일랜드 주방과 좌식으로 꾸며진 또 다른 사랑방 하나가 더 있다.

 

이 집의 메인은 사랑방과 대각선을 이루는 곳에 위치한 김영석 디자이너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침실. 워낙 옛날에 지은 집이라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제일 안쪽에 있던 방을 옷방으로 꾸밀까 생각하다가 바닥을 조금 높여 밑에 남은 부분은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그 위에 보료만 깔아 침실로 만들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이 공간에서만큼은 호사를 누리고 싶었던 것. 실크 소재에 색동을 입힌 보료를 깔고 작은 찻상에 아크릴 스탠드만 켜놓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그 시간은 온전히 자신에게 선물하는 여유인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전통 옷인 한복을 짓는 사람이 보료를 놓은 좌식공간을 연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한복을 짓는 것과 전통 느낌이 나는 좌식공간을 연출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단지 좌식공간이 아름다워 그대로 연출해 놓은 것일뿐, 그를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보료를 깔아놓고 보니 너무 편하더란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움직임에 한계가 있잖아요. 보료 위에서는 내 맘대로 뒹굴 수 있어서 좋아요. 유유자적할 수 있죠. 물론 그래서 게을러질 수도 있겠지만 잠자리로도 쓰이는 공간이니 정리정돈도 잘해야 하죠.”

 


좌식 마니아 2 | 창작 예술인 이안수 씨

“좌탁을 놓으니 사람도 풍경도 넓게 보여요”

헤이리 예술인 마을, 이방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모던한 건축물들 중심부에 모티프원이 자리잡고 있다. 모티프원은 예술인들의 창작 레지던스이자 헤이리를 찾는 방문객들의 게스트 하우스. 이곳의 주인인 이안수 씨는 집안을 나무의 미덕을 살린 모던한 공간으로 구현했다. 여행과 사진, 책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좌탁’.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소나무 좌탁은 서재는 물론 집안 곳곳에 놓여 있다. 잣나무는 면만 가공한 뒤 잘라 책꽂이를 만들고, 4m나 되는 소나무는 반으로 잘라 식탁과 좌탁으로 나눠 같은 공간에서 따로 또 같이 마주볼 수 있게 했다. 

 

공간에 맞춰 사람이, 생활이 따라가기 마련이라 설명하는 이안수 씨. 라디오와 TV를 끊고 ‘가장 게으르게’ 살고 있는 그에게 ‘좌탁’은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소파가 있으면 편안함 때문에 자꾸 눕고 싶어지고, 텔레비전이 있으면 손님이 찾아와도 서로에게 집중할 필요 없이 화면을 보기만 하면 된다. 그는 좌탁의 매력이 사람 사이에 정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말한다.

 

“좌탁 가운데 놓고 빙 둘러앉으면 신기하게도 열 명도 거뜬히 앉을 수 있지요.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으면 서로 마주보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지 않겠어요.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얼굴도 한번 더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정이 생기지요.”

 

바닥에 앉아 눈을 낮추니 사소한 것들도 관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석양이 질수록 마루에 내려앉는 그림자가 길어지는 모습에 마음을 뺐기고, 서가에 꽂힌 책들도 한눈에 들어와 끌리는 대로 한 권씩 꺼내들어 책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시선을 낮춘 대신 벽은 비워둬 여백의 미를 살렸다. 서서만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이안수 씨. 바닥에 앉으니 차를 즐겨 마시게 되고, 텔레비전 대신 음악을 틀게 돼 그의 생활도 ‘느림의 미학’에 맞춰졌단다. 자신을 낮추는 좌식 생활, 그 속엔 여유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지금 카페와 찻집은 온통  좌.식.열.풍

처음 만난 사람도 아랫목에 함께 둘러앉으면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요즘 상업공간에도 좌식 인테리어 열풍이 거세다. 입식과 좌식이 함께 공존하면서도 좌식공간은 이야기방으로 특화시킨 것.  좌식으로 꾸민 상업공간 구경하기.

450 키친 원형 러그를 방석 삼아 앉는 타일 공간

트렌드세터들이 몰려드는 홍대 카페 거리에서 옐로 컬러의 문으로 시선을 끄는 곳. 번지가 405-13이라 이름도 405키친이다. 이곳은 데크, 뒤뜰, 홀, 좌식 이렇게 구역을 나누어 한 공간에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음료와 간단한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 405키친의 인기 장소는 단연 카페의 안쪽에 위치한 타일로 꾸며진 좌식공간. 아이보리 컬러의 모자이크 타일로 연출한 좌식공간은 여느 카페와는 차별화를 둬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고. 좌식공간에 맞는 낮은 원형 테이블을 곳곳에 두어 공간을 나누었고, 원형 러그를 방석 삼아 앉을 수 있도록 했다. 겨울에는 잠시 좌식공간을 없애고 테이블을 올려놓을까 했지만 단골손님들이 워낙 좌식공간을 좋아하는 통에 온열매트와 카펫을 깔아 겨울을 날 생각이라고.
문의 02-332-3949

레인트리 다양한 패브릭 매치로 꾸민 오리엔탈 공간

한때 여행기자로 활동했던 주인장이 오픈한 레인트리는 인도, 태국 음료, 간단한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카페다. 이대 앞에 자리해 여학생들의 아지트로 통하는데, 12평 남짓한 곳을 좌식과 테이블로 공간을 나누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어디든 편하게 앉는 곳이 좋았던 주인장은 이곳 레인트리에도 좌식공간을 마련했는데, 실제로 레인트리의 명당자리이기도 하다. 좌식공간의 바닥에는 연꽃 줄기를 엮은 베트남 전통자리를 깔았는데 천연소재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며 벌레가 꼬이지 않아서 좋다고. 원목 테이블을 놓고 패브릭, 공단, 마 등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쿠션을 만들어 곳곳에 놓아두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을 나누어주는 무언가가 필요해 한복을 만드는 노방 소재로 커튼을 만들어 드리웠는데 신비감까지 연출되어 실용적이라고.
문의 02-6406-2172 

 

여성조선
진행_이미종 기자, 이하나 기자
사진_조원설, 김석호, 문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