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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마니아 -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활동

세칸 2007. 12. 3. 10:07
순도 100% DIY마니아  SK 텔레콤 박정은 매니저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활동”
 

 

SK 텔레콤 신규사업추진본부에 근무하는 박정은 매니저(42세). 그는 “설계하고 준비하고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고 보수하는 전체의 과정이 즐겁다”라는 한 문장 안에 DIY의 참뜻을 모두 담아낸다. 제대로 DIY를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얼핏 DIY는 ‘자신이 필요한 것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는 어쩌면 제조의 개념으로 한정지어질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팍팍한 도시생활에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만큼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써 알고 있다.

매우 주목되는 점은 가구 만들기 외에도 집짓기, 기계공구 리폼하기, 본인 소유의 공방내부 인테리어하기 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주변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와 버려진 것, 중고품 등을 활용해 가구를 만들고 기계공구를 리폼함에 따라 순도 100%의 DIY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DIY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만드는세상 23기로 입문하면서부터다. 물론 그 전부터 ‘뭔가를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터였다. 2004년에는 귀농사모 황토집짓기, 2005년에는 흙처럼 아수람에 소속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시켰다. 그리고 올해 소망했던 자그마한 개인공방을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에 만들었다.

이곳에서 본디의 DIY가 무한대로 펼쳐지고 있는 것. 그는 DIY를 하기 위해서 ‘뭔가를 산다(buy)는 것’에 얽매여있지 않다. 필요한 물건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자체가 매우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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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개인작업실을 하나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박정은 매니저는 만드는세상 회원일 때부터 황학동, 청계천 등을 누비며 목재나 기계공구 등을 수집해왔다. 따라서 그의 기계공구는 대부분 중고며 그에 의해 다른 기능이 탑재되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의 대야와 배관, 테이블 다리로 만든 싸이클론 집진기는 그 뛰어난 아이디어가 놀라울 따름이다. 보기에는 허접해도 꽤 쓸만하다고. 또 버려진 가구를 가져와 용도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기도 하는데, 가구가 버려지는 아파트 재활용 코너를 보물창고라고 말하는 그의 농담이 익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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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박정은 매니저가 만든 가구는 약 20여점이다. 베란다 수납가구, 아이들 책상, 거실 테이블 등 그의 집 곳곳에는 그가 만든 가구들이 놓여 있다. 종종 첫째아이와 공동작업도 하는데, “기획력과 설계력, 공간지각력 등도 길러져 교육적으로도 큰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는 지인들과 함께 작업한 ‘주말에만 짓는 황토흙집’도 완성했다. 본업이 있어 주말에만 지어졌고 그래서 그렇게 이름붙인 DIY였다. DIY 황토흙집은 다음 블로그에 모든 과정이 세세하게 소개돼 있다. 
 
앞으로도 박정은 매니저는 DIY를 취미로만 남겨둘 생각이다. 소재, 기계공구, 디자인 등 한계가 없는 삶의 한 분야며, 따라서 사업화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창조의 본능을 채워주는 그 자체의 매력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장영남 기자 chang@wood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