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살창과 맑은 물을 간직한 강화도의 사찰 |
![]() 마치 패션쇼를 하듯 울긋불긋한 단풍이 좁고 긴 오르막길 옆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고 그 사이에 강한 햇살이 내리 쬐는 전형적인 가을을 말해주는 풍경 사이에 정수사의 입구가 주차장을 좌로 하고 오른 쪽으로 나있다.
가짜 나무 옷을 입고 있는 어울리지 않는 흉한 임시 화장실 앞에는 ‘解憂所’라는 목간판이 걸려 있다. 세상 살면서 화장실 급한 마음을 대변하듯 그 근심이 얼마나 하길래 근심으로부터 해방되는 곳이라 이름지었나 하는 생각에 화장실보다는 ‘解憂所’가 훨씬 어울린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게 했다.
정수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물은 정수법당이라는 대웅전(보물 제 161호)으로 세종 5년(1423년)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로 중창했다가 후에 한 칸 규모의 툇마루를 증축했다. 지붕은 맞배지붕이다. 四樑高柱로 작지만 늘씬하고 안정된 구조미를 띠고 있다. 대웅전을 장식하고 있는 꽃창살은 화병에 담긴 꽃을 투조한 것이다. 오색찬란한 단청이 화려하게 채화된 꽃을 화병에 담아 부처님께 공양하는 마음씨가 가득 담겨진 살창이다. 이곳 꽃살창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살창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정수사는 지붕을 보수하고 단청을 입히고 사라진 건물을 복원하느라 약간 어수선 하지만 대웅전 마당으로 들어서는 계단 왼편의 다방은 아주 운치 있게 꾸며져 있다. 작은 건물이지만 다방 벽체 하부를 통유리로 비추게 해 산사 아래쪽 숲을 바라보면서 원목좌탁에 앉아 차를 즐길 수 있게 꾸민 방이다. 자연과 좌탁과 차와 방해받지 않은 사람들의 대화와 숨결이 작은 우주를 만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전해지는 이 다방은 정수사의 참 매력이다. 정수사의 약수로 가장 운치 있는 방에서의 차 한잔은 세속의 시름을 있게 해주는 진정한 ‘해우소’다. 찻잔을 덮고 있는 무명천에는 ‘벗 자네와 차 한잔이 그립네’라 적힌 문구는 아련한 벗과의 헤어짐을 꺼내게 한다.
적당하지만 범상치 않은 바위와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온 나무가 법당과 잘 어우러져 한 폭 그림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름다운 곳 정수사의 가을은 깊어 간다. 윤형운 기자 yoon@woodkore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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