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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에너지 산업을 주목하라

세칸 2007. 11. 24. 19:10

대체에너지 산업을 주목하라

Clean Energy, Sustainable Opportunities
모건스탠리 에드워즈 이사의 [대체에너지 보고서]

 

-2030년 전체 에너지의 30% 차지… 시장규모 1조달러 이를듯
-풍력·태양에너지 전망 밝아… 각 분야 선도기업에 집중투자를

 

선정민 산업부 기자 sunny@chosun.com

입력 : 2007.11.23 13:05 / 수정 : 2007.11.24 03:18

캐나다 퀘벡주 가스페 반도 마타네(Matane) 근처에 위치한 르 노르다이 풍력 발전소. 발전기를 모두 가동할 경우 1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 1만6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다. /블룸버그

 

고유가 시대의 투자 포인트

고유가 시대 대체에너지 산업에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고, 공모에는 뭉칫돈이 몰린다. 그러나 유가(油價) 상승의 반사이익이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시작하기에는 망설여진다. 대체에너지 산업은 행진을 계속할 것인가. 각 분야별 특성과 장·단기 변수는 무엇인가. 지금 어떤 분야에 투자하고 어떤 분야의 투자를 유보해야 하는가.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데이비드 에드워즈(David Edwards) 북아메리카 리서치 이사가 지난달 발간한 ‘대체에너지, 지속가능한 기회(Clean Energy, Sustainable Opportunities)’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대체에너지 투자의 포인트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유가 급등으로 대체에너지 산업은 최고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풍력·태양광·지열 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은 현재 1.3%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전체의 29.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대체에너지 시장 규모는 2020년 5000억 달러, 2030년에는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산업은 첫걸음을 내딛으며 뒤뚱거리는 아기와 같다. 전 세계적으로 시가총액이 5억 달러가 넘는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은 42개뿐이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총 17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올해 태양에너지 기업의 일일 평균 주가 변동폭은 5%를 웃돌았다. 기업의 비즈니스모델보다 시장의 관심이, 펀더멘털보다 모멘텀이 주가의 등락을 좌우했다.

투자자들은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대체 에너지 산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개별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구조를 철저히 검증하며

-기술 변동의 큰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대체에너지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제조공장과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수억 달러의 자본이 필요하다. 우후죽순으로 모방기업이 출현한 인터넷산업 보다 자본 집약도가 훨씬 높다.

대체에너지 기업의 성공 여부는 첨단기술 개발보다는 기존 기술의 효과적인 활용에 달려 있다. 최근 등장하는 많은 신제품들은 1970년대에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한 것이다. 대체에너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석유는 물론, 다른 대체에너지와도 한바탕 가격 전쟁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각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시장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

대체에너지 산업에는 장기적으로 ‘4단계 물결’이 일어날 것이다. 첫 번째 물결은 풍력이다. 10년 전부터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막 시작된 1세대 바이오연료와 태양에너지의 물결이다. 1세대 바이오연료는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단기적으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세 번째 물결은 향후 1~3년에 걸쳐 일어나고 3~5년에 걸쳐 시장 규모를 확장할 2세대 바이오연료와 2세대 태양에너지이다. 둘은 1세대에 비해 높은 기술 수준과 효율을 갖게 될 것이다. 네 번째 물결을 일으킬 기술은 5~10년 내로 등장할 것이다. 이산화

(탄소 원천 감축 기술과 지열을 이용한 발전이 등장하고, 전기가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수송수단에도 광범위하게 쓰이게 될 것이다. )

 

현대중공업이 전남 장흥에 설치한 200㎾급 태양광발전 설비. 현대중공업은 전남 해남군 등 메가와트급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수주했다. /조선일보DB

 

태양에너지
태양에너지 산업의 장기 전망은 매우 밝다. 태양광 발전 관련 산업은 2002년 이래 연평균 42%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독일(56%)과 일본(17%)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으로 성장세가 강하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한 해 전 세계가 소비한 전기 중 태양광 발전이 0.0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많은 확장의 기회가 열려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초강력 폭풍(perfect storm)’의 위험이 내재돼 있다. 2009~2010년 사이 태양에너지 산업은 재평가를 거치게 될 것이다. 일단 태양에너지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현재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초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일본 태양에너지 산업은 연간 3% 성장에 그쳤다. IBM, LG, 삼성 등 대기업들의 급부상은 기존 기업들의 경쟁 압력을 높이고 있다. 빛을 전기로 바꾸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시장 수급과 효율도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변수다.

그러나 그 이후의 전망은 밝다. 앞으로 한동안은 보조금이 수요를 떠받들 것이다. 2010년 보조금에 의한 태양광 전기 수요는 7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5년쯤 후에는 태양광 생산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 보조금 없이도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태양에너지를 장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현재 태양에너지 산업은 반도체를 통해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1세대 태양에너지’ 시기다. 향후 에너지를 흡수하는 화학물질을 얇은 막에 입히는 박막(thin film)기술, 건물 외벽과 지붕에 특수물질을 도배하는 빌딩통합태양광발전(BIPV) 등 ‘2세대 태양에너지’ 시대가 열릴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태양에너지 산업의 특성상 1세대 기술을 보유한 현재의 선도기업이 2세대 기술에서도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세대 바이오연료
옥수수, 콩 등 식물을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는 1세대 바이오연료 부문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에탄올 생산 단가의 50%는 원료인 옥수수 가격이다. 옥수수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역대 평균 옥수수 가격은 부셸(bushel·약 27㎏)당 2.55달러가 최고였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12개월간 옥수수 가격은 평균 3.2달러를 넘었다.

더 큰 문제는 원료 가격이 최종 생산물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옥수수 가격은 에탄올 생산자들의 수요 증가로 인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급속한 공급 용량 증가 때문에 에탄올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에탄올 사업은 옥수수와 에탄올 가격 변동에 극도로 민감하다. 예를 들면 에탄올 가격이 3% 하락할 때 순이익은 22% 하락한다. 옥수수가격이 5% 오를 때도 순이익이 23% 떨어진다. 옥수수 선물 가격 변동에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에탄올 시장은 1~2년간의 안정화 시기를 거친 후에 성장이 전망된다. 내년에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2009년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으며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다시 활기를 띨 것이다.

그러나 태양에너지와 달리, 1세대 바이오연료 기술은 2세대 바이오연료 기술로 쉽게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식물 구성성분인 셀룰로오스와 조류(藻類)를 활용한 2세대 기술이 개발돼 신문 1면을 뒤덮으면, 에탄올 제조업체들의 주가는 기업 내용과 관계없이 급락할 수 있다. 2세대 연료 개발 소식에 대한 ‘헤드라인 리스크(headline risk)’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에너지에 투자할 때는 그 기업이 수익을 달성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시장에는 실제 매력적인 투자 대상 기업들이 존재한다. 선도 기업은 2세대 바이오연료 전환기에도 보다 쉽게 새로운 사업으로 갈아탈 수 있다. 옥수수 가격 하락과 에탄올 가격 상승, 유가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은 주가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
 

 

 
2세대 바이오연료, 풍력, 지열
1세대 바이오연료의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2세대 바이오연료의 미래는 유망하다. 그러나 일부 기술은 상업화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구름에 가려 있는 부분도 있다. 억새, 수수 등 식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본물질인 셀룰로오스(cellulose)를 이용해 만드는 에탄올이 대표적이다. 셀룰로오스를 활용한 에탄올 생산 기술은 앞으로 1~2년 동안 계속 선을 보이고, 3~4년 내에 검증 과정을 거친 후, 지금부터 5년 뒤에는 완전한 생산체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조류를 이용한 연료 기술도 기대된다. 조류는 짧은 시간 내에 급속히 증식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원료로서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조류 관련 기술은 향후 5~10년 안에 개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제조 방법과 비용, 효율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이 큰 투자처이기도 하다.

풍력은 대체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안정적인 분야로 꼽힌다. 전력업체 등 에너지 기업들은 고유가로 인한 비용 압박 속에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사업 부문에 풍력을 추가하고 있다. 풍력 산업은 올해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국, 중국, 인도,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가 주요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다.

풍력발전기 가격은 단기적으로 4~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풍력발전기 부품의 공급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 기업들이 급증하는 수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관찰해 봄직하다. 보다 경제적으로 풍력 전기를 담아두는 저장기술이 개발된다면 전망은 더 밝아질 수 있다.

지열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혁신적일 수 있다. 강화지열시스템(EGS)은 석유·가스 탐사기술을 활용해 지표면 밑 3000~1만m를 파고 들어가 얻은 지열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MIT(메사추세츠 공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EGS는 10년 안에 경쟁력을 갖추고, 킬로와트시(kWh)당 0.05~0.07달러의 가격으로 20년 동안 생산 가능하게 된다. EGS가 성공하면 2030년에는 지열 에너지가 전세계 전력 공급량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10년 동안 건설비용 누적과 화석연료 가격 하락 등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벤처자본들은 5~7년을 목표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로서 정확한 전망은 어렵지만, 지열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값싼 대체에너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소개한 분야 외에도, 에너지 효율, 이산화탄소 감축, 연료 전지, 전력 저장장치, 전기 자동차 등 대체에너지 관련 투자 기회는 매우 많다.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유망한 투자 기회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열풍 때는 20대 창업자가 난무했지만, 대체에너지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재들은 이보다 나이와 경험이 많다.

그러나 당시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1980~2003년간 상장된 1720개 기술기업 중 2%가 전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회를 보고 돈을 맡기지만, 돌아보면 그 중 98%는 실패에 이르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2%의 선택을 위해서는 대체에너지 산업의 큰 변화의 물결을 읽고, 개별 기업 내용에 충실한 투자를 해야 한다.

공동기획 : Morgan Stan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