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행복한 집짓는 생각

실매리에서 08 - 산청의 먹거리

세칸 2007. 11. 6. 11:32

실매리에서 08 - 산청의 먹거리

 

실매리에서 작업하는 동안 대략 일주일에 한번꼴은 산청읍으로 나들이를 다녔습니다.

특별한 손님이 방문한때도 있었고 그동안의 피로를 사우나로 풀기도 했지만 김소장의 틀에박힌(?) 밥맛에 싫증도 났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김소장이 밥하는 데 염증을 낼만한 시점이 산청으로 목욕가고 저녁먹으러 가는 시점과 일치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쨋던, 실매리현장에서 졸지에 '밥쟁이'가된 김소장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이었던건 사실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둘의 뒷치닥거리를 한다지만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제 집사람이 이런저런 편으로 너댓번의 김치와 밑밥찬을 보내왔지만 매끼니를 같은 반찬 대하는것이 주는 사람 먹는사람이 말은 않지만 똑 같이 싫을 것입니다. 

또, 김소장 으로서는 아침먹고 설겆이하고 돌아서면 점심때고.....돌아서면.....간식때......돌아서면.....저녁때니 현장에 머물러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지요.

직업도 아닌 50대 남자가 그 잘난솜씨로 아침 저녁으로 국이며 찌게 끓이느라 마음 고생한 것을 이글을 빌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무 타박없이 잘 드셔주신 노모와 식구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산청이 토박이인 건재상의 사장께 여쭤봤습니다.

"산청 먹거리 중에 뭐가 맛있고 유명합니까?"

"산청 흑돼지 구이와 메기찜이 맛있다고들 합디다. 유명한 메기찜집을 제가 안내 하겠습니다."

Restaurant이라는 문구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경호강변에 위치한 '강변식당'이라는 상호는 그럴듯했고 집안 분위기도 훈기가 있었습니다.

이날 저녁, 몇푼어치 되지도 않은 건자재를 써준 턱으로 건재상 사장이 계산까지 대신하였고 그래서 그런건 절대 아닌 정말 맛있는 메기찜으로 오랫만의 만찬을 즐기고 얼큰히 취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노모를 모시고 같이한 저녁이었습니다. 목욕도 저희와 시종 같이 다녔습니다.

이 집을 이용하실때는 가능하면 예약을 하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예약손님이 상당히 밀려 있었습니다.

특이한 메뉴는 '자연산 민물 자라찜'이라는데 가격은 '시가'로 표시되어져 있었습니다. 산청 토박이 분들이 즐겨 �O으신답니다.

 

밑반찬은 특이한 것이 없었고 산청하면 약초의 고장이라 혹시나 하고 "산나물은 없어요!" 했더니 "지금이 어느철인데 산나물을 �O소!"하는 타박만 들었습니다. 타박만 들은것이 아니라 하우스 재배가 분명했지만 맛있게 무친 참나물 무침을 몇접시 얻어먹기도 했습니다.

 

이 집이 메기찜만 유명한게 아니라 유명한 명물(?)이 한가지 더 있었습니다.

서빙하시는 분이 몸이 불편하신 분이라 접시를 옮겨 드릴려고 손을 내밀었더니 손등을 찰싹 때리더니 윙크를 살짝 하면서 "내가 알아서 딱 맞춰 놓을테니 손대지 마시요~이!" 하면서 찬그릇들을 사열하듯 정확히 배분하여 정열시키더니 "손 대지 미시요~이!" 하면서 사라졌습니다. 우습기도 멀쑥하기도 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찜솥이 들어오고 불편한 몸으로 시키지도 않은 이런저런 빈접시를 계속 체워주면서 몸에 밴 친절을 느끼게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마워서 맥주잔을 권하니까 "하이고 어짜까~ 내가 술을 먹었으면 산청술을 다 먹었을 낀데....멋있는 아자씨가 권하는 술도 몬 받고~"하며 사양을 했습니다. 40대의 그 아주머니는 분명 강변식당의 또다른 명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메기는 찜보다 탕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 싶습니다. 부산에서도 수제비넣은 메기탕을 많이들 드십니다만 찜은 또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육질의 쫄깃함, 양념이 잘 밴 감자며 야채의 향기가 메기와 잘 어울리며 밥보다는 술과 더 어울리는 찜요리 였습니다.

  

제 기억속의 찜요리는 양평 어느곳의 민물 잡고기와 민물새우를 넣은 '잡어찜'과 가거도 3구의 임선장댁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우럭과 감성돔 대가리로만 찜을한 '대가리찜', 울산 어느집의 '잉어찜'이 있습니다만 강변식당의 메기찜도 버금가는 맛으로 제 기억속에 남을것 같습니다.

 

산청의 명물이라는 흑돼지 구이는 산청온천 1층 식당에서 몇번 맛을 봤습니다. 특이하고 아주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고 '괜찮네!'하는 정도였으며 제주도의 '제주흑돼지구이만 못하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일 따름입니다.

허나, 식육점에서 산청의 흑돼지를 두껍게 썰게해서 사와 현장의 군불때는 아궁이에서 구워먹는 맛은 유별났습니다. 약7~9m/m정도로 두껍게 썬 돼지고기를 석쇠에 가지런히 펴고 왕소금을 뿌려 석쇠의 손잡이를 대나무에 꼿아 이글거리는 불속에 넣었다 빼면 맛나는 구이가 완성이 됩니다. 걸리는 시간이야 불과 1~2분! 육즙이 고소하고 불냄새가 살짝나는 아주 맛있는 돼지구이가 이 맛이지 싶습니다.

부뚜막에 둘러서서 두어차례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소주 서너병이 순식간에 없어졌고요.

   

현장에서 군불때기를 하면서 구운 산청의 흑돼지 왕소금 구이랍니다.

 

카메라를 챙기지 못해 사진으로는 남기지 못했지만 소개해 드릴 음식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현장일이 막지지로 접어든 10월 하순의 쌀쌀한 바람부는 저녁에 산청으로 목욕을 나왔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찬바람을 쐬면서 노모를 기다리고 있자니 시큼한 김치찌게 생각이 간절 했습니다.

"어머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라고 여쭸더니

"너거들 먹고 싶은거 먹자!" 하시더니 "요 옆 어디에 보신탕 집이 있을낀데"하십니다.

"보신탕도 드세요?"하고 살폈더니 "엣날에야 먹고싶다고 다 먹을 수 있냐?"하십니다. 즐겨 드신다는, 좋아하신다는 이야깁니다.

묻고 물어서 어머님이 말씀하신 영양탕집을 �O았습니다. 산림조합 맞은편이고 성당옆의 '골목집'입니다.

상호대로 골목끝에 간판은 있으나 불도 켜져 있지 않아 한사람을 보내 장사를 하는지 알아보라 했습니다만 곧 손짓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왜 간판에 불도 안켜요?" 했더니 "시즌도 아니고 아는 손님은 알아서 잘 �O는데 뭐하러 불을 켜요?"하고 반문을 합니다.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어서 왜그런지 물었더니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은 거의가 진주에서 출퇴근을 하기때문에 저녁은 파리를 날린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그나마 우리집은 낮손님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씀을 덧붙입니다.

특탕을 시키고 소주와 같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주 잘 먹었습니다.

혹시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실것 같아 맛이 이랬니 저랬니 하는 말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이날 음식값은 어머님께서 내셨습니다. 아마 밥 한끼라도 사 먹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겠지 생각하고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이글을 빌어 인사드립니다. 어머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산청에도 똥돼지가 있었다!]는 다음에 게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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