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행복한 집짓는 생각

실매리에서 03 -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세칸 2007. 10. 21. 00:26

경남, 산청군 차황면 실매리

우리 농촌의 현실......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제가 한달여째, 상주하고 있는 실매리는 제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농촌의 현실을 대변하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도 봅니다.

 

지금이야 부산에서 2시간 내외로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예전에는 산골 중에서도 오지 산골임에 틀림없는 그런 곳입니다.

수십여호의 빈집이 있고 방치되어 허물어지고 자연화 되어가는 집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자연화 되어가는 집들이 새집을 짓는 이방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그 앞에서 자주 한참을 서성거립니다.  

삶이 무엇인지, 산다는게 그냥 그렇게 살아 지지 않고 무슨 투쟁이나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머리가 반이 넘게 허연 사람이지만 하늘의 뜻을 알기는 고사하고 삶이 무엇인지, 산다는게 어떤 의미 인지도 새삼 멍멍한 못난 사람이 빈집에서 그 집의 지난 이야기를 반추하듯 기웃거리기란 여간 난해한 일이 아닙니다.

허나 가만히 지켜 보고 있으면 집이 이야기 거리를 하나씩...... 들려주는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는 높은 솟을대문만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거의가 삽작문도 없는, 있을 이유가 없는 그런 삶들을 살았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웃은 물론이고 개나 가축들도 수시로 자유로이 더나들수 있는 형식만의 '경계'인 이런 대문앞에 서면 현대인은 어쩌면 당혹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도둑이란 말도 없던 시절이었고 어쩌다 식은밥이라도 가져가는 경우엔 '밤손님'이라 높여 부르기도 하며 오히려 측은해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의 눈높이로 보면 그야말로 세칸의 누옥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이런 적은 집에서도 10여명의 식구가 그리 부대끼지 않고 살았습니다.

아파트 평수로 계급이 메겨지는 요즘의 세상살이가 정직한 삶인지......많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정지 옆의 탱자나무 울타리에는 몇개의 탱자가 노랗게 달려 있었고 세숫간의 흔적과 쓰러진 돌절구도 있었습니다.

지붕위로 솟은 감나무의 감은 유난히 크고 맛도 달았습니다.

 

대낮이었지만 마당에 한참을 서 있으니 두런거리는 어른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제 어릴때의 기억인지도 모릅니다.

  

한쪽의 마루옆에는 오래된 텔레비젼과 라디오가 옛날의 영화를 되새김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아마 시골에 사신분들 중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나무통의 진공관식 라디오와 높은 나무에 세운 라디오 안테나를 기억하실런지....

흑백 드라마의 '여로'를 저녁을 굶으며 온 마을 사람들과 같이 본 기억을 하실런지.....

 

좌우로 열리는 슬라이딩 스크린도어의 '차르르~~'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텔레비젼을 보며 비록 브라운관은 없지만 혼자서 옛날의 흑백 드라마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정지옆의 판장벽에는 녹슬은 온도계의 베이스만 남아 있고 온도계는 없어졌습니다.

제가 어릴때는 이 온도계가 얼마나 신기 하던지 입김을 불어도 보고 더운물에 담가도 보며 한나절씩 가지고 놀았습니다만 요즘의 아이들은 아마 싱겁다 하겠지요!

 

마루밑에는 주인잃은 한껼레의 검정고무신이 버려져 있습니다.

여명기부터 저녁 늦게까지 주인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고 주인과 같이 들로 산으로 내달렸을 그때가 그리울지도 모릅니다.

뒷축이 닳은 검정고무신......그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런 문은 대나무가 풍부한 남부지방의 서민가옥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행랑채나 아랫채, 정지에서 방으로 편하게 더나드는 협문에 주로 만들어 애용했습니다. 보기에는 어설퍼 보여도 보기보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문입니다. 대나무를 쪼개어 다듬고 서로 엇갈려 역어서 마무리는 문틀에 끼워 고정을 합니다. 더러는 무명이나 광목을 창호지 사이에 덧붙여서 더 튼튼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 집의 식구가 몇이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잇솔걸이' 랍니다. 아마 주변 어디에는 소금통도 있었을거라 짐작합니다.

정지옆이나 세숫간옆의 판장벽에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이었습니다.

 

어른 둘에 아이 다섯의 칫솔이 나란히 걸린 사진으로 보시면 그때 그 시절로 가실 수 있습니다.

마을의 어른께 여쭤보니 아이가 여섯이었답니다. 칫솔질할 나이가 아닌 아이가 하나 더 있었나 봅니다.

 

실매리는 오지는 아닙니다만 사진속 같은 풍물이나 풍경이 아직은 남아있는 그런 곳입니다.

그만큼 환경과 생태가 파괴되지 않고 유지되어 있음이 어쩌면 '살기가 힘든 곳' 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지를 소개하고 돌아서면 이미 오지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제가 실매리에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은 행위가 환경과 자연경관을 헤치는 짓이나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기억하기도 싫은 가난하고 고달픈 삶들이 지금은 추억과 향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실매리!

생태농업과 환경친화적인 농사를 실천하는 경남, 산청군 차황면 실매리!

 

"가을걷이 끝나면 어떻게 소일 하세요?"하고 여쭤 봤습니다.

"그냥 놀지요. 별로 할게 없으니....노가다도 다니고...."

"다른데 같이 비닐 하우스도 안 하시나 봐요? 하우스도 보이지 않고...."

"하우스 하면 농약 안하고 되나? ......허리 골병들기 꼭 맞고....."

이 지역의 주민들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대략 해발 500여M의 고지대이며 무농약으로 하우스 작물을 재배할 품종 선택이나 판로 개척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합니다. 

"친환경! 친환경! 해싸도 우리에겐 별 도움도 안돼요!" "말로만 친환경 해삿지 비싸다고 누가 사먹어야 말이지!"

생각 있으신 소비자들은 새겨들어야 할 말이지 싶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은 농약을 안치니 그만큼 소출이 적을 수 밖에 없고 가격이 다소 비쌀 수 있습니다.

말로만 친환경을 외칠것이 아니라 '친환경 실천은 친환경 산물을 소비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셔야 겠습니다.

 

여기...... 이 곳이 실매리입니다.

 

이 글은 비공개로 된 원고를 11, 02. 수정하여 게시 합니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