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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건축의 의미와 전개방향

세칸 2007. 8. 15. 03:46
생태건축의 의미와 전개방향

김현수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1.생태학

환경오염이란 이 시대 문명의 부산물로 인해 환경보전이 인류생존과 직결된 최대의 현안으로 부각됨에 따라 다가오는 21세기는 기계, 전기, 전자시대를 거쳐 필연적으로 생태학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이 생태학( kologie)이란 낱말은 원래 희랍어 'Oikos'와 'Logos'의 합성어이다. 여기서 오이코스(Oikos)는 '집(Haus)' 또는 '생존을 위한 공간(ein Platz um zu leben)'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오이코스란 낱말은 '가계(家計, 살림살이,경제)'란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생태학이란 어원적으로 각종 생물의 '삶의 터', '삶의 꼴' 그리고 '삶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말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독일의 생물학자 E. Haeckel(1834-1919)이 처음으로 ' kologie'란 단어를 창조했다. 그는 "생태학이란 유기체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유무기 환경과의 연관관계에 관한 총체적 학문이며, 넓은 의미에서 외부환경 속에 모든(정신적, 물질적) 생존조건을 포함시킬 수 있다."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생물학이 동물, 식물 등의 개체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반면 생태학은 유기체와 무기체 그리고 개체와 집단을 모두 포함하여, 이들 간의 상호작용 또는 상호관계를 주연구대상으로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생태학의 연구성과에 의해 점차 인간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과의 관계, 더 나아가 유기체 상호간 그리고 유기체를 둘러싸고 있는 유 무기 환경의 유기적 연관성이 명확하게 밝혀지고 더불어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2. 생태학과 건축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 널리 전파되고 있는 새로운 건축경향의 한 갈래로서 생태건축은 자연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생태학적 인식에 기인한다. 이미 1960년대 이러한 인식을 주생활과 건축에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 합리와 경제성의 기치아래 획일화, 비인간화, 자연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한 근대건축 이념을 지양(止揚)하려는 한 대안으로서 생태건축 개념이 발생하게 된다.

1973년에는 문명비평가이자 건축가인 R. Keller(스위스)가 그의 저서 『환경파괴 행위로서의 건축』에서 기존건축의 생태학적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함축적으로 요약한다.

"건축은 -모든 경우 한결같이, 기간이 길면 길수록, 양이 증대될수록 - 본질적으로 환경파괴 행위로 변하고 말았다. 모든 사람이 환경파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고작 그 일부에 불과한 물, 공기 또는 폐기물 처리를 언급하는 정도다. 아무도 건축으로 인한 본질적 환경파괴에 대해 말하는 이가 없다."

이처럼 '건축에서의 생태학적 문제들'을 깊이 인식하고 자연생태계의 구성원칙을 좇아 자연과 건축환경이 공존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강구하려는 것이 최근 생태건축의 움직임이다.

위 그림은 자족능력(자립성)을 가지는 작은 생태계인 한 그루 나무의 생명활동을 자연상태와 인공이 가해진 상태로 비교하고 있다. 자연상태에서 나무는 아무런 방해 없이 뿌리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광합성에 의해 영양물질을 생성시킨다. 낙엽이 되어 토양 위에 떨어진 영양물질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뿌리에 영양소로 흡수되는 완전한 생명활동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오른쪽은 토양포장, 배관의 매설 등 건축행위로 인해 생명활동이 제약된 상태를 보여준다. 왼쪽이 생태학적으로 자립성을 갖춘 닫힌 순환체계를 이루는 반면, 오른쪽은 수분공급이 차단되고 낙엽이 영양물질로 재생될 수 없어 새로운 영양물질 공급 등의 시스템 외적인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한 비경제적 의존적 상태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생태건축이 추구하는 바는 인간의 주 생활무대인 건축환경 -예를 들어 주택, 주거단지 또는 도시-를 하나의 인위적 생태계로 구축하여 자연생태계에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려는 것이다 건축을 닫힌 순환체계를 가지는 자족의 소단위 인공생태계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 순응
- 자연의 잠재력 활용
- 순환체계의 구성
- 다양성과 연계
- 자립성과 적절한 밀도 등 기본적인 생태계의 구성원칙에 대한 통찰이 요구된다.

 

3. 생태건축의 정의

1979년에 P.Krusche 등이 독일 연방환경부에 제출할 연구 보고서의 제목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자연과 인간의 상호관계 및 생태계를 고려한 다양한 건축적 시도와 개념들을 종합하여 "생태건축, kologisches Bauen"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생태건축이란 자연환경과 에너지효율을 고려한 입지선정, 건물기본계획, 건물형태, 건물배치, 재료선택, 공간구성계획, 건물내부의 기능연계, 건축설비시스템 그리고 녹지 및 수목과의 연계와 이용을 의미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 목표를 가진다.

- 건축물 시공과 유지관리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의 수요를 최소화한다.
- 자연의 순환체계와 재생 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 물과 공기의 오염, 외부로 방출되는 열, 폐기물, 폐수의 양과 농도 그리고 토양의 포장을 최소화한다.
- 대지 주변에 다양한 종의 동물과 식물이 서식 가능하게 한다.
- 건축물을 주위 경관과 어우러지게 배치하여 건강한 주생활과 업무가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P.Krusche 등은 기존의 건축과 생태건축을 다음과 같이 개념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 기존건축: 기존의 건축은 자연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치 못하고 달리는 자동차와 같이 일방적으로 에너지와 물질을 소비하여 그 부산물로 환경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위 그림은 기존건축이 일방적인 의존형(소비형) 경제체계의 한 전형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건축물은 대규모 에너지 또는 자원(특히, 물)의 공급설비와 폐기물 처리설비가 필수적이어서 설비 관리비 증가와 함께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 생태건축: 생태건축은 자연생태계의 일부로서 환경오염 없이 자연자원과 에너지를 활용한다. 고전적 개념의 지구구성 4대 요소인 토양, 물, 태양, 공기의 주순환체계를 건축물의 자원 및 에너지 순환체계로 통합하여 활용하고 있다. 각각의 순환체계들은 상호간에 유기적 연계를 가지며 전체시스템을 구성한다.

이들에 의하면 생태건축이란 기본적으로
-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건축
- 자연경관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건축이어야 하며, 생태계의 순환체계와 조화되는 에너지 및 물질의 순환체계를 가지는 인위적 생태계의 건축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4. 생태건축의 전개

위와 같은 이론적 바탕에서 1980년대에 이르러 건축의 각 분야에서 생태건축사례들이 실현되어진다. 마을건축, 소규모 주거단지건축, 학교, 기숙사, 공공건물 등 건축의 모든 분야에 생태학적 지식과 개념들이 적용된다. 특히 주거건축분야에 많은 시도가 이루어져 수 많은 생태주거단지들이 생겨났다. 이런 생태건축 사례는 몇 가지 경향으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 자연재료인 흙이나 나무 등의 시공방법을 현대기술을 응용, 개선하여 미래지향적 대안을 개발하려는 건축경향.

첫 번째 경향의 대표적 사례로는 G. Minke 교수의 현대식 목조진흙주택을 꼽을 수 있다. 이 주택은 태양열 이용을 위해 남측에 커다란 온실을 만들고 건축으로 인해 파괴되는 토양 생태계를 보상하기 위해 지붕위에 흙을 덮어 새로운 토양층을 형성시켰다. 이 토양층에 이식된 야생잔디는 산소를 공급하는 본질적 기능외에 공기중의 먼지를 제거하며 동 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한다. 더불어 밀실하게 자란 뿌리는 지붕 외부 단열재의 역할을 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진흙의 장점 즉, 재생가능한 자연재료, 축열성능, 조습기능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인 시공의 불편, 균열 및 분진발생, 내구성 부족 등의 문제를 압축 사출공법으로 말끔히 해결한 점이다. 이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우수한 질을 가진 우리 전통 목조건축의 현대화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둘째, 재생가능하며 에너지소비가 적고 무독성인 생태건축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축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움직임.

이 움직임은 생태건축 개념이 확립되기 전부터 북부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전개되어 왔으며 대표적인 건축소재로는 폐신문지를 원료로 하는 '종이솜단열재(Isofloc)'와 폐목재를 재활용한 목섬유재판재를 들 수 있다. 이 재료들은 재생이 가능할 뿐더러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크게 비싸지 않아 이상적 생태건축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독일의 킬에 위치한 생태주거단지는 이런 재료들을 활용한 대표적 예이다. 이 주거단지는 목구조를 기본 골격으로 벽체는 이른바 '복합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단열을 주기능으로 하는 외피부분과 축열과 실내기후조절을 주목적으로 하는 내피의 이중구조로 벽체를 구성하고 있다. 외벽을 예를 들어 살펴보면, 바같 부분은 내수성이 강한 목섬유판 위에 나무판으로 마감하고, 내벽은 축열성능과 조습기능이 뛰어난 굽지 않은 흙벽돌 또는 석회-모래벽돌(Kalksandstein)을 사용하며 가운데를 종이솜 단열재로 충진하였다.

이처럼 각 소재의 물성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체 및 구법의 개발, 그리고 이에 적합한 기본소재의 개발이 두번째 경향의 핵심을 이룬다.

 

셋째, 건축물의 공급처리시스템을 자연의 순환체계를 닮은 인공순환시스템으로 구축하려는 경향
이 경향은 자연의 순환체계와 연계된 설비시스템을 건축물에 구축하여 에너지와 자원 의 활용을 극대화하며 궁극적으로 건축물을 인공생태계로 구성하여 생태계의 일부로 통합시키려는 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뮌헨-하이드하우젠의 주거건물 개축 예를 들 수 있다. 이 건물 지붕층에는 배기설비가 연계된 중앙난방장치가 있는데 이는 집열기와 지붕층 온실을 통해 채집된 태양열을 이용할 뿐 아니라 부엌과 욕실 그리고 계단실에서 발생하는 배기공기중의 폐열을 채집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물의 절약을 위해 세탁기, 욕조에서 나오는 물을 정수하여 화장실용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중수에 내포된 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열교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외부공간이나 온실에는 빗물 또는 중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빗물저장탱크와 중수저수탱크가 연계되어 설치되었다. 주목되는 것은 가정에서 발생되는 유기폐기물, 예를 들어 음식찌꺼기 등을 발효시켜 온실이나 정원에 퇴비로 공급하는 폐기물발효기를 갖추어 쓰레기 배출량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보다 발전된 예로 이미 독일에는 음식찌꺼기와 분뇨를 동시에 퇴비화 시킬 수 있는 자연발효식 화장실 시스템도 실용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자연발효식 화장실시스템이 생산 시판되고 있어 건축가나 건축주의 인식여하에 따라 기존과 전혀 다른 생태적 공급처리시스템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넷째, 건축환경을 '생물서식이 가능한 공간(Biotop)'으로 조성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려는 시도.
이 시도는 자연과의 유기적 연계라는 생태건축의 기본원칙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한 예로 볼 수 있다. 건축으로 인해 파괴되는 생물서식공간을 건물옥상이나 건물외피 또는 실내외에 인공적으로 구성하여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보전을 꾀하며 궁극적으로 건축환경을 자연에 통합시키려는 의도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공토양을 이용한 옥상녹화기법, 소규모 습지 등의 생물서식공간 조성기법 그리고 투수성 포장재를 이용한 토양생태계 및 지하수 보전기법 등이 이 시도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편 이 시도는 도시의 환경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도시계획적 차원에서의 효율적 토지활용기법과 연계될 때 그 실효를 얻을 수 있다.

 

다섯째, 내외부 공간구성 및 건축과정에 사회생태학적 개념을 적용하려는 움직임.
이런 움직임은 주로 주거단지 건축사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 사례들은 앞서 언급한 물리적 생태건축요소 외에 건축의 계획, 설계단계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수요자가 직접 참여하는 등 단지전체의 공간구성과 주거블록구성 등에 사회생태학적 개념을 적용시켜 기존의 주거단지들과 구별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 주거단지들은 물리적인 면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일 뿐 아니라 거주자의 사회심리적 요구를 건축 전반에 걸쳐 함께 조화시킨 이상적인 생태주거건축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5. 생태건축의 전개 방향

생태건축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공 환경인 건축환경을 소단위의 인위적 생태계로 만들어 자연 생태계에 가해 없이 유기적으로 연계, 통합시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생태건축이 단순히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건축,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건축일 수는 없다. 건축을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 본다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생명활동을 억제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건축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은 자연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 욕구로 대변되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와도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생태건축이란 결국 인간이라는 군집이 처한 환경 다시 말해 역사적, 사회 문화적 환경과 그에 따른 다양한 생활욕구가 생존공간의 생태학적 특성과 균형 조화를 이루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주거문화를 이룩하고 이것이 건축으로 가시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건축의 한국현실적용을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자연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통찰이 요구된다. 우리 현실에 맞는 생태건축적 대안개발에 전통건축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전통적인 주생활과 건축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자연환경과 생태학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온 한국적 생태건축의 원형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의 생활문화와 건축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생태건축적 대안개발의 필수조건이 된다. 이러한 총체적 고찰을 바탕으로 기존건축의 생태학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대안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귀농통문 7호 (1998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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