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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으로 짓는 전원주택 - 스트로베일 하우스

세칸 2007. 8. 15. 01:27
볏짚으로 짓는 전원주택

 
볏짚으로 만든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튼튼하고 단열성 높은 친환경 건축으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배워 지을 수 있는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전원이나 시골 삶을 계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민과 설렘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일 중의 하나가 집짓기입니다. 전혀 경험하지 못해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취향을 살려 예쁜 집을 짓고 사는 꿈을 꾸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희망일 것입니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자기 집 정도는 지어야 한다’ 라고 하면서도 ‘집을 짓고 나면 갑자기 늙어버린다’ 라고도 말합니다. 그만큼 스스로 집짓는 것이 녹녹치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50년이나 10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대부분 스스로 집을 지었거나 마을 주민들의 공동작업으로 집을 지었습니다. 즉 전문가의 손이 필요치 않은 비교적 손쉬운 작업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그런 스스로 집짓기 전통을 되살리면서도 자기 취향대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였습니다. 게다가 단열성능은 이제까지 이어졌던 어떤 방식의 건축보다 뛰어납니다. 고유가 시대에 진정한 대안 주택으로 손색없는 이 집이 바로 스트로베일 하우스입니다.
소먹이용으로 사용되는 직육면체 모양의 압축 볏짚을 벽돌 쌓듯이 벽체를 올리고, 그 양면에 황토로 미장하는 건축 방식을 스트로베일(strawbale, 볏짚) 하우스라 합니다.

작년 초여름, 스트로베일로 집을 짓느라 한창 바쁜데, 동강 백운산에 등산하러 수십명씩 무리지어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우리가 짓는 집을 보고 서로 한마디씩 합니다.

“한옥 골조에 너와를 올린 것이 제대로 집을 짓는구먼! 그러면 벽은?”
“짚으로 쌓아올리고 황토를 바르죠.” 라고 대답했더니,
“응, 짚과 황토를 섞어 벽에 바른다고! 제대로 된 전통을 살리는구먼.”
백이면 백 다들 이런 오해 속에, 바쁜 우리는 해명도 못 하고 지나갔습니다. 며칠 지나 압축짚단으로 벽을 쌓는 단계가 되었을 때,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다들 우리 하는 꼴을 보느라 가는 길도 멈춰서서는 물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짚단을 쌓아서 집을 짓겠다고? 설마 아니겠지.”
그러면 우리는 대꾸를 합니다.
“이 짚단 속에 철근을 박고, 짚단 양 벽에 황토로 미장을 합니다.”
“그런다고 별 수 있나? 짚단은 짚단이지.”
“비가 벽에 들이치면 결국 황토 속에 짚이 다 썩을 것인데…”
이렇게 한창 바쁜 우리가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일에 매진하고 있으면, 등산객들은 걱정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산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집이 거의 다 되어가 내부 인테리어가 한창일 때 역시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참견을 합니다.
“음, 제대로 지었구먼. 그런데 벽이 엄청 두껍네 그려.”
“네, 속에 압축 짚단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라고 우리는 대답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입니다. 왜냐하면, 압축 짚단이라는 것을 보지 못한 사람이 많고, 그 속에 쌓여질 수 있다는 것도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참 설명한 후에야 사람들은 벽을 직접 두드려보고 밀어보면서 벽의 튼튼함에 신기해합니다.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는 첫째형이 짚으로 집을 만들었다 늑대의 입김에 다 날아가버리고 맙니다. 이 첫째형의 집과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다른 점은 첫째, 무거운 압축 볏짚 블록(35cm×50cm×80cm)으로 쌓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쌓여진 볏짚 블록을 철근으로 상하 좌우 박아 서로 엮여놓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볏짚 양 벽면을 황토로 미장한다는 것입니다. 이 황토 미장 벽은 샌드위치 판넬의 철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판넬 속의 부드러운 스티로폼을 얇은 철판으로 감싸서 세우면 아무리 무거운 지붕도 견딜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스트로베일 하우스에 대해 걱정하는 점 중의 하나가 습기에 약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습기가 침투하기 쉬운 창문이나 문 주변 그리고 황토벽에 갈라진 틈만 없다면 전혀 습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황토벽은 마감 미장시 발수제(한천 끓인 물이나 우유에서 추출한 카세인 등)를 발라주기 때문에 습기가 직접 침투되지 못합니다.
공기를 통해 흡수된 수분은 건조한 날씨에 다시 공기를 통해 빠져나오기 때문에 볏짚이 썩을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작용 때문에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새집증후군의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가습기보다 뛰어난 습도조절능력과 공기정화기보다 성능 좋은 실내공기 정화능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인위적인 장치와는 다르게 외부의 공기를 직접 내부로 끌어들이면서 외부와 내부의 습도차까지 조절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외부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온다고 설명하면 단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단열능력은 일반 주택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경주에 지은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저녁에 보일러가 한번 돌아가면 아침까지 전혀 돌아가지 않습니다. 실내 온도의 변화가 밤새도록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던 한겨울에도 보일러 조절기를 외출로 맞추어놓고 지내면서 전혀 추운줄 모르고 지냈다고 합니다.

이러한 집을 짓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평당 얼마나 해요?” 라는 것입니다. 아마 건축에 관계된 분이라면 이러한 질문이 얼마나 잘못된 질문인지 잘 알 것입니다. 평당이라는 개념은 아파트처럼 정해진 틀 속에서 짓는 집에나 적용되는 것이고, 일반 주택의 경우는 아주 다릅니다. 집 짓는 주체가 업자일 수도 있고 건축주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건축자재를 얼마나 고급으로 쓰느냐에 따라, 건물의 구조가 얼마나 복잡하냐에 따라 그리고 날씨, 장소, 구성원 등의 집짓는 상황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직접 짓는다면 누구나 배우기도 쉽고, 매우 싸게 지을 수도 있습니다. 볏짚을 쌓아 올릴 때나 벽에 흙미장을 할 때 등 몇 차례의 단계를 주말을 이용해 친구, 친지, 이웃을 동원하여 지으면 손쉽게 지을 수 있습니다. 설사 다른 건축과 비슷한 건축비가 들었다 해도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싼 집입니다. 난방비가 고공행진을 하는 시대에 단열로 생기는 연료비의 절감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로베일 하우스에서 20년을 살면 집값을 뽑는다고 할 법합니다.

19세기 말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 생겨난 이 스트로베일 방식은 현재 전 세계에 수 천채가 지어졌고, 가까운 일본, 몽골, 중국 등지에서도 수백채가 지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도입되어 현재 강원도 동강과 경주 강동면에 2채가 지어졌고, 올해 두세채의 집을 지으면서 동시에 워크샵을 통해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기술을 확산시킬 것입니다.

또한 워크샵에 참가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나 책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게 할 예정입니다.
직접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지어보려고 하시는 분 중에 건축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 엄두를 못 내시는 분들을 위해 스트로베일 컨설턴트를 보내드리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글/이웅희(글쓴이 이웅희님은 영국 에머슨 대학에서 생태농업을 연수하고 호주에서 스트로베일 워크샵을 수료하였으며, 국내 최초로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건축하였습니다.)

■ 글쓴이 : OK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