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이 일구어 낸 전통문화의 맥, 청송옹기 현장체험 | ||||||||||||||||||||||||||||||||||||||||||||||||||||||||||||||||||
일본이 주목하고 있는 전통옹기의 가치를 재 발견하다. | ||||||||||||||||||||||||||||||||||||||||||||||||||||||||||||||||||
혹독한 추위가 있었던 지난 2006년 12월 첫주, 여행학교를 통하여 사람이 살아가는 가치를 발견하고자 경북 청송을 방문하였다. 늦은오후 대지에는 벌써 어두움이 깔리기 시작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빠져나와 내부순환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여주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여행학교의 멤버들과 만나 넉넉한 저녁식사와 함께 따끈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졌다.
이번 여행학교의 목적은 경북 영덕군 창수면에 있는 전통테마마을 인량리에 들러 그곳의 자연과 역사, 전통문화 등을 체험하고 돌아오는 길에 몇몇의 지인들과 만남도 생각했던 여행이었다. 영덕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7시간쯤 걸리는 대단히 돌아보기 어려운 육지속의 섬이다. 그러기에 오후에 출발하여 당일날 그곳에 도착하기란 힘이들고 불편하여 중간 기착지인 원주에서 조금 못미치는 여주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여주 남한강 풍류굿 보따리팀의 일원들을 만나고 농촌으로 내려온 연유와 생명을 아우르는 역사, 문화축제가 있는 농촌현장을 들러보기 위해 우선 약속을 정했고 늦은저녁 막상 손곡리라는 아담한 농촌마을에 찾아 도착하니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갑작스레 마을에 초상이 난 것은 이해하겠는데 초청한 분이 다른 모임에 참석하여 술에 취해 있더라? 아~ 이럴수가 어렵사리 통화가 됐지만 횡설수설 실망만을 안겨주어 더 이상 머무룰 이유가 없어 곧장 경북 청송에서 생명농업을 일구는 김도형(50세)님과 의논하여 청송군 진보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맞게 되었다.
때 마침 인도에서 요가수련 중인 안온다 비(40세)를 만나 그들이 추구하는 정신적인 가치를 듣고, 김도형님의 농촌현실에 대한 실상을 소상히 전해들었다. 서로간의 격의 없는 대화는 새벽2시까지 이어지다가 저마다 잠자리를 틀고는 청송에서의 첫날밤을 맞았다. 밤새 싸늘한 느낌이 들어 보니 창문이 열려 있었다. 아침밥은 집주인의 손길이 듬뿍 들어간 천연식으로 밥과 야채, 과일, 구황식물 등을 맛있게 먹고는 곧장 인근에 있는 청송옹기 가마 터로 향했다.
청송옹기 가마터에 도착하자마자 매서운 추위가 온 몸을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다. 오래된 초가옆에는 지네같이 기다란 가마터가 초라하게 버티고 서있었다. 고집스럽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삼형제가 발벗고 나선 청송옹기는 눈으로 보아 그동안의 어려움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옹기장은 출타중이고 대신 맏형이 나와 가마터를 돌면서 청송옹기만의 특색을 감칠 맛 나게 설명해주었다. 막내 아들은 아버지의 가업을 잊지 않기 위하여 가출도 했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옹기장이들이 살아가리란 실로 버거운 것이리라.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보잘 것 없는 이들이 애를 쓰는 현장에는 뒤를 이으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썰렁했다. 청송옹기를 제작하고 있는 현장에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좌욕식 옹기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고, 이웃한 옹기장이가 연신 옹기를 손수 빚고 있었다. 현재 청송옹기는 이웃한 일본으로부터 1백60만개의 옹기를 주문받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근근히 잇고 있는 천연제품인 옹기가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소중하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한다.
천연의 유약만을 사용하는 이곳에는 사과나무나 뽕나무 등으로 만든 잿물로 유약으로 사용한단다. 옹기를 이루는 흙은 다섯가지의 은은한 색채가 감도는 흙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곳 청송 진보에서 생산된다는 설명을 자세하게 해준 청송옹기의 장남과의 만남, 국내 유일하게 장작불을 태워 웅기를 굽는 가마 터로서 세계가 주목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고집스러운 전통옹기는 일일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천연유약만을 입힌다. 뿐만 아니라, 터널식 가마에다 오랜시간 제온도를 유지해 주는 소나무 장작만을 때는 등 정성과 시간을 많이 들이는 작업이다. 옹기 제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천연유약 일명 잿물은 철분이 다량함유된 약토에 소나무를 태워 물내린 잿물을 섞어 만든다. 옹기 표면에 공기가 통할 수 있는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줘 각종 발효과정에서 충분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오랜동안 저장성이 좋고, 변질되거나 썩지 않으며, 음식물의 맛과 신선도를 오래 유지시켜 준다. 옹기는 원적외선을 방사하며 오염물질을 없애주는 자정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체에 무해함은 물론, 살아 숨쉬는 바이오효과로 옹기의 특징을 고스란히 띠고 있다. 옹기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할 뿐더러 정성을 많이 들여야한다. 진흙에 물을 적당량 뿌려가며 수차례 메로 두드리고, 께끼로 얇게 썰어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정제된 흙을 판장질로 넓적하게 해서 물레에 올려 밑판과 그릇벽에 붙여 기본형을 만든다. 그 다음 물레를 회전시키면서 옹기의 모양을 잡아간다.
옹기가 다 만들어 지면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사흘쯤 말리고 소나무 태운 재와 약토를 넣은 잿물탕에서 한바퀴 정도 굴려 잿물을 고루 입힌다. 이러한 작업을 거치고 사나흘뒤 물기가 다 마른 옹기가 대략 5백에서~1천개쯤 되면 한가마분으로 불을 지핀다. 아주 낮은 온도의 불을 사흘간 피워서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고, 그다음 본격적인 돋김불을 지피는데 이때부터, 가마속 온도가 섭씨 1천 3백도 될때까지 일주일간 밤낮으로 불을 때야 한다. 불이 너무 세면 주저앉아버리기 때문에 잘해도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은 반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 ||||||||||||||||||||||||||||||||||||||||||||||||||||||||||||||||||
ⓒ www.naturei.net 2006-12-20 [ 류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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