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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란 놈은 우리 할배 같당께요!

세칸 2007. 8. 15. 01:42

 

흙이란 놈은 우리 할배 같당께요!

때는 따땃한 봄날이었다.

긍께로 우리가 모여 앉어서 ‘도둑집짓기 캠프’를 열었던 것이 말이다. 생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도둑집을 짓는다니까 참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기도 했다.
“아니 도둑집이면 도둑놈들이 사는 집을 짓는 것이여?”라는 말에서부터 사람들 몰래 집을 짓는 것이냐는 둥 재미있는 말도 많이 나왔었다.
예전에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지을 때 온 마을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흙을 나르고 다져서 집을 짓다 보니 마치 도둑이 들 듯 금세 집이 지어진다는 이유로 해서 얻어진 담틀집의 별칭’이라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며 재미있어 했다.
이런 도둑집 짓는 방법이 이제는 우리의 곁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시작한 것이 도둑집 캠프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하는 걱정도 됐고 내가 사람들에게 도둑집 짓는 기술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됐지만 몇몇 분들이 일단 궁금한 사람들에게라도 그 방법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용기를 얻어 시작한 일이었다.
첫날은 이론적인 이야기들을 그리고 둘째 날은 실습을 통해 직접 흙벽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부드러우면서도 참 짱짱한 흙


헌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흙을 밟고 살고 흙으로 집을 짓고 흙으로 돌아가지만 막상 우리는 흙에 대해 별반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을 짓는 소재로서의 흙이란 녀석에 대해서….
흙이 현재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너무 신비화되어 가거나 아니면 건축적 소재로서 흙에 대한 불신(?) 즉 흙으로 집을 지으면 너무 약해서 무너지지는 않을는지 또는 아주 과거의 집처럼 촌스러워서(?) 현대적 건축으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에고고 그런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하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아니 할 수도 없고….
해서 일단 말로 약을 팔아놓고 나중에 지어진 집을 보면서 그 결과를 통해 사람들과 다시 정리를 하기로 했다.
“긍게로 말이요.흙이란 놈은 우리하고 참 친허지라 잉! 우리 옛날 어르신들이 그렇듯이 흙도 그 사용에 있어 생각보다는 품이 참 넓고, 부드러운 듯허먼서도 참 짱짱허단 말이요!  흙으로 집을 지을 때는 일단 제일 먼저 생각을 혀야 헐 것이 이 흙에 모래가 많으냐, 아니면 점토가 많으냐 허는 것이 중요허지라,
만약에 모래만 몽땅 있으면 그 흙이 잘 붙어 있겄소? 그냥 부실부실 떨어져 내려 버리제. 그렇다고 점토만 많이 있으면 어찌 되겄소? 잘 모르겄다고라?  에고 잘 생각해 보쇼. 논흙이 순 점토지요 잉! 그 논바닥이 마르먼 어찌 됩디여? 쩍쩍 갈라져 버리지 않던가요? 마찬가지로 흙에 점토가 많은 흙으로 집을 지으면 그렇게 금이 가는 것이란 말이요! 혀서 모래와 점토가 얼마나 섞여 있는가를 알아야 허는디 이를 알아 볼라먼 어찌 혀야 쓰겄소? 허따 간단허당께요? 아, 주딩이가 긴 병에다 흙과 물을 넣고 사정없이 흔들어서 가만히 두면 무거운 모래가 먼저 가라않고 가벼운 점토는 늦게 가라앉을 것 아니요 그것을 잘 들여다보면 대충 모래와 점토의 비율을 알 수 있지 않겄소? 이렇게 혀서 대략 모래 7에 점토 3 정도의 비율이 되면 도둑집을 짓기에 적당한 흙이 되는 것이요.
머라고라? 쪼까 틀리면 어떠허냐 이 말씀이신디.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흙이란 놈은 생각보다 품이 넓은 우리 할배 같당께요! 대충 비슷허먼 큰 탈 없이 암시랑 않응께 걱정 붙들어 매더라고….”

 

 

틀 안에 붓어 절구로 콩콩 다지고


이렁저렁 흙이야기가 끝이 나고 이제는 이제껏 말로 설명한 것을 직접 몸으로 확인해 볼 실습시간이 되었는데 질문은 여지없이 계속되었다. 허나 ‘백문이 불여일행’이라! 직접 혀 보자는디 먼 잔소리여!!! 자, 잔말말고 일단 삽질이나 하더라고!
이래서 담틀을 새우고 흙을 섞어서 틀 안에 가져다 붓고 절구로 콩콩 다지고 땀을 주렁주렁 흘리며 신나게 실습을 하시더니 슬그머니 또 물으신다.
“저! 이거 이렇게 다져서 안 무너질랑가요? 시멘트도 아니고 흙만 다져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영 불안하네요?” “요것이 강도는 얼마나 나올랑가요?”
오호 통재라! 흙이여 넌 어쩌다가 이리도 홀대받는 신세가 되었던고! 허나 조금만 기다려라. 잠시 후 너의 위용을 보여주자!
“어럴럴러 상사뒤여/ 들었다 놓았다 캉캉 놓세/ 어럴럴러 상사뒤여/ 먼디 사람은 듣기나 좋고/ 어럴럴러 상사뒤여/ 옆에 사람은 보기나 좋게…”
옛 사람들이 도둑집을 지을 때 그랬듯이 이렇게 노랫가락에 얹어서 절구질을 하다 보니 담 하나가 금세 완성되었다. 역시 일은 신명나게 혀야 힘든 줄을 모르고 허게 된당께….

 

 

흙이란 놈이 생각보다 믿을만 하더랑께!


이렇게 담을 다 다지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  허나 밥도 나중이고 어서 담틀을 해체해서 흙벽을 보자고 성화다.
그려 좋다. 흙이여 너의 모습을 보여다오!!
바삐 서둘러 담틀을 제거하고 나니 모두가 한마디씩 허는디. “얼라 흙으로 이렇게도 되는구먼! 근디 무슨 돌덩이같이 단단허네 잉!” “이걸로 집을 지으먼 백년은 까딱 없겄구먼!”
“벽면이 겁나게 멋있네! 무순 노출 콩크리트마냥 단정허네!” “이 정도먼 우리끼리도 집 한 채 지을 수도 있겄구먼!”
그렇다! 백번 말해 무엇허리. 이렇게 직접 해보면 되는 것을…. 해서 그 날 도둑집 캠프의 결론은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막상 혀 봉께 말이여! 흙이란 놈이 생각보다 믿을 만하더랑께! 느덜도 한번 혀 봐! 혀 보먼 알 수가 있을 것이여!”

 

 

 

 

기사출력  2004-05-31 12: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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