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사람 살이] 생태주택 길라잡이
벽지 대신 진흙 바른 새집 - 처음엔 한숨나고 추웠지만…
환절기면 꽃가루와 먼지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나는 평소 너른 마당에 아담한 집을 꿈꿔왔다. 더욱이 여러 세미나에서 생태건축 강좌를 하는 나로서는 강의 뒤 받는 이러한 질문에 난처한 때도 있었다. “교수님은 어떤 집에서 사세요?” “아, 예.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내가 아파트를 편해해서요.” 궁색한 대답으로 아내를 팔긴 했지만 언젠가 흙과 나무로 건강한 집을 짓겠노라고 다짐한 바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농가주택을 얻어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방 세 개에 흙을 발랐다. 깔끔한 아파트와 같은 실내를 기대했던 아내는 터덕터덕 벽에 흙이 발라질 때마다 긴 한숨을 내쉬었고 쩌억쩌억 흙이 갈라질 때는 “그러게 내가 뭐랬어. 그냥 벽지 바르자고 했잖아”라며 핀잔을 주었다. 급기야 진흙이 벽에서 벌러덩 자빠졌을 때는 거의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도 겨울바람이 쌀쌀한 이곳 제천에서 잔뜩 물먹은 흙이 그리 쉽게 마르질 않았다. 요즘 황토흙으로 벽을 바랐다고 하는 곳은 대부분 화학적 혼화재를 섞어 흙의 강도나 굳기를 빠르게 하지만 이는 흙이 갖는 고유의 탈취력·습도조절능력·단열기능 등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나는 이러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온 식구가 오리털 파커를 뒤집어 쓰고 3월 이른봄 추위를 견뎌내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집은 아내 취향의 깔끔한 벽지와 나의 의지가 묻어난 건강한 흙집의 오묘한 조화 속에 마무리를 지어갔다. 흙을 바른 방 세 개에는 동물성 단백질인 카제인과 붕사, 천연색소 및 돌가루 등을 섞어 마감하였다. 이사온 지 한달 만에 짐을 풀고 아내는 이제 흙집 예찬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새집살이가 시작됐다.
현관문 열면 사르르 옅은 솔향이 "어서오세요"
이번 봄에 집을 수리하면서 그 전에 있던 문틀과 문도 새롭게 단장하였다. 다행히 방문이 원목으로 되어 있어 그 위에 칠해진 페인트만 깎아내고 송진으로 만들었다는 천연도료를 바르기로 했다. 이틀 내내 연마기에 사포를 대고 일을 하던 인부가 이런 일은 처음 해 본다며 처음에는 적잖이 투덜댔다. 그러나 그 작업 뒤에 천연도료를 바르면서 이렇게 향기 나는 칠은 처음 해 본다며 나의 의도를 이해해 주는 듯하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천연도료는 아직까지 수입되는 상품이 많으며 일반페인트보다 3배 가량 비싸다. 그러나 일반 도장을 할 때 니스나 래커를 6~7회 정도 바르게 되는데, 천연도료는 2회 정도면 돼 전체비용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더구나 일반페인트는 화학냄새로 인해 작업과정에서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마르기까지 많은 시일이 걸리는 데 반해 천연도료는 나무결을 타고 스며들기 때문에 빨리 마르며 바르는 과정도 쉽다. 더욱이 일반적인 석유화학계 페인트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것이 장기적으로 방출되므로써 두통이나 호흡장애, 알레르기, 피부 가려움증, 점막부분 자극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이것들은 나아가 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더욱 문제가 된다.
방에 흙을 발랐을 때는 흙냄새가 나를 즐겁게 해주더니 이젠 솔향까지 더해준다. 옷이 인간의 ‘제2의 피부’라면 집은 ‘제3의 피부’라 해도 과언은 아닌데, 건강에 좋고 천연 향까지 더해 주니 아내에게 고집부린 덕에 자연을 껴안고 사는 셈이다.
단열은 확실한 투자, 긴긴 겨울 훈훈함으로 보상
겨울로 들어서면서 난방비가 가정경제에 적잖이 부담을 준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기름값 인상 소식을 들으니 그 걱정이 더하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어 있는 요즘에는 겨울에도 반팔 차림으로 생활하는 것이 별스럽지 않지만, 그 옛날 우리들이 내복을 껴입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다. 나도 올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는 겨울철 난방에 대해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초 지금의 집을 보러 왔을 때 방 한쪽에는 시커멓게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창틀에는 이슬이 맺혀 흘러내린 물이 가득했다. 한참 비어 있던 집이기도 했지만 외기와 닿는 벽마다 그런 상태여서 당시엔 이걸 어떻게 고치나 싶었다.
우선은 단열을 위해 천장 부분에 10㎝ 정도의 단열재를 넣고 높이를 낮추었다. 워낙 천장고가 높았던 집이라 방, 거실, 목욕탕까지 천장을 낮추고 외기와 닿는 벽 부분은 다시 한번 단열재를 집어넣었다. 원래 바늘구멍에 황소바람이라고 좁은 벽 부분이라도 일일이 단열재를 넣고 그 위에 합판으로 대고 하는 과정이 여간 잔손이 가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일반 단독주택 치곤 외기가 전혀 없는 편이다.
외국에선 자연소재인 짚이나 코코넛 열매, 또는 폐지를 이용해 천연단열재를 만든다. 한때 우리 나라에서도 왕겨를 압축해 단열재를 만들었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공사 때 구하기가 힘들어 그냥 시중에서 판매하는 스티로폼으로 시공했다. 지난번 한 세미나에서 외국의 전문가가 말하기를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단열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실상 연료를 적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 데워진 실내온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에너지 절감의 관건이다.
아직까진 한낮의 햇살도 따뜻하다. 요즘 우리집의 실내온도는 거실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덕에 섭씨 21~22도를 유지한다. 봄·가을 없이 유난히 겨울이 긴 이곳 제천에서 따뜻하고 난방비 걱정없이 겨울을 나기 위해 초기에 투자비를 들여 단열에 꼼꼼이 신경을 쓴 덕분이다. 지난 여름에는 약 2주 정도만 선풍기를 사용하고 여름을 날 수 있었다. 더욱이 그 위에 덧바른 황토는 훌륭한 단열효과를 갖는다. 탈취, 습도조절뿐 아니라 단열효과까지 갖는 황토 덕을 톡톡히 본다.
마당에 구덩이 파고 소주박스 70개 묻어
지난 여름부터 파기 시작한 구덩이에 빗물이 고였다 빠지기를 여러번. 아침운동 삼아 파기 시작한 구덩이가 이제 제법 그 모양새를 갖췄다. 마당 한쪽으로 길이 10m, 폭 40㎝, 깊이 1m의 기다란 구덩이를 파기까지 서너달은 족히 걸린 듯하다. 마당은 그 동안 파놓은 진흙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두 아들 녀석한테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놀이터였을 게다. 동네사람들도 마당 한 쪽에 쌓아둔 소주박스들과 그 기다란 웅덩이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또 이번엔 뭘 하나 싶은 눈초리였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올해, 우리집 마당은 비만 오면 진흙투성이였다. 물론 마사토를 깔긴 했지만 집 앞 과수원에서 내려오는 물이 도랑을 넘쳐 마당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항시 물이 많았다. 일반적으로는 마당에 배수관을 설치해서 하천으로 흘려보내도록 되어 있지만 우리집 마당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가능한 우리집 마당에서 침투되고 저류시키고자 한 것이 나의 의도였다.
그렇게 해서 파 놓은 구덩이에 시중에서 쓰는 플라스틱 소주박스 70개 정도를 묻었다. 아마도 그곳에 저류되는 빗물의 양은 최대 박스 부피의 95% 정도인 3t 가량 될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도시에서 발생되는 홍수피해를 저감시키는 시설로 빗물침투시설이나 저류박스와 같은 것이 상당히 실용화되어 있고 상품화된 것도 많다. 특히 대규모로 저류시설을 조성할 때 쓰이는 저류박스는 기존의 자갈이 갖는 공극률 이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면에서 뛰어나다. 그래서 나도 꿩 대신 닭이라고 소주박스를 대신해 묻게 된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집 주위로 집이 20-30채뿐이었다고 하는데, 최근에 외곽도로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점점 주변이 개발되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 집 윗쪽으로도 100여 필지가 개발되고 있는데, 결국 집과 도로가 들어서면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면적이 줄어들고 자연히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빗물의 양이 일시에 많아지고 하천은 그만큼 부담을 안게 되어 우리 주변의 자연을 하나둘씩 잃어버리게 한다.
내 집 마당에 떨어지는 빗물은 내 집에서 모아 천천히 땅속으로, 하천으로 흘려보내 준다면 건강한 땅과 자연이 함께 하는 하천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 공사 내내 흙을 밟고 놀며, 흙 속에서 땅강아지를 찾으며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길이 어렵지만은 않은 길임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정화조 - 빗물탱크로 개조해 물사랑
집에 빗물이용시설을 하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어린시절 비만 오면 처마 끝에 양동이들을 놓아두고 빗물을 받으셨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비 갠 뒤, 모아두었던 빗물로 이불 호청을 하얗게 빨아 널던 어머니의 모습과, 그뒤 독일 유학 시절 여러 생태단지를 돌아보면서 그네들 마당 한켠에 어김없이 놓여 있던 나무물동이를 기억한다. 아주 작은 시작이지만 그 속에는 물을 아끼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가정집에서 세탁·화장실·세차에 수돗물의 약 50%를 사용한다고 한다. 특별히 이러한 용도의 물은 빗물을 모아서 사용한다면 많은 양의 수돗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도시에서 빗물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빗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과 이를 고려한 저장조의 용량 등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고 있는 기술로 충분하며, 또 다행히 빗물이용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여러 연구프로젝트나 사회운동이 함께 병행하니 빗물이용이 그리 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의 화장실 정화조가 빗물탱크로 변신한 것은 작은 의미에서의 프런티어 사업이다. 내년 여름 마당 한 가득 자라는 고추며 방울토마토에 싱그러이 빗물을 뿌리며 장난치는 아이들을 그려본다.
‘민둥산’ 집지붕에 야심찬 ‘녹화사업’
경기도 가평 생태주택 지붕을 덮은 새덤류 식물들. 건조에 잘 견디는 외래식물과 돌나물, 바위솔 등으로 이뤄졌다. |
||
아! 지붕에 풀 심은 집. 웬 지붕에 풀이람!
생태건축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축주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앞서야 할 것 같다. 몇 해 전 대성리에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느낀 것이다. 그때는 한참 생태건축에 관해 강의를 하던 터라 설계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아는 지식은 모두 실현시키려는 의욕이 앞섰지만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풀을 머리에 이고 어떻게 잠을 자냐는 것이다. 이웃이나 건축주가 하는 말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집 한채 들어선다고 자연을 훼손할까 했는데 한 두채 들어서기 시작한 집들이 벌써 골짜기에 꽤 들어섰다. 공사비가 비쌌지만 건축주의 이해로 결국 경사가 40%나 되는 지붕에 녹화를 하게 되었다. 물어 물어가며 고양시의 지피 식물원까지 찾아가서 새덤류를 구하고 일부는 인근에서 자라는 돌나물을 캐다 심었다.
지난 여름 장맛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이면 우리 모두 가슴을 졸였던 것을 기억한다. 무사히 여름을 보낸 대성리 집의 지붕은 어느덧 무성해진 돌나물과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은 새덤류가 지붕을 하나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녹화된 수풀사이로 벌레들도 살 것이며, 그 벌레를 잡아먹으러 새들도 놀러올 것이다.
또한 녹화된 지붕은 콘크리트지붕에 비해 열전도율이 낮아 여름철 냉방 에너지 절약과 겨울철 난방에너지 절약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콘크리트 표면은 여름철 낮에 50℃ 이상까지 온도가 올라가지만 녹화를 한 표면은 25℃ 정도를 유지하고, 겨울철 콘크리트 지붕면은 하루 17시간 이상 영하로 떨어지는데 반해 녹화된 표면은 영상을 유지한다.
배기가스와 먼지로 인해 공기중의 더러운 미세먼지가 초기 빗물에 섞여 하천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데 지붕녹화는 이러한 오염된 초기 빗물을 토양과 식물을 통해 여과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수질오염을 경감시킨다. 소량의 비가 내릴 경우 녹화된 옥상에서는 빗물을 함유하여 다시 공중으로 증발시켜 하나의 작은 생태적 순환체제가 이루어지게 된다.
흙을 상실한 우리의 도시는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는 풀 한포기, 작은 벌레조차도 함께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창하게 도시의 열섬현상이나 홍수를 예방한다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풀내음을 가까이서 맡을 수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60~70년대 우리가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듯이 모든 민둥머리 건물에 초록을 입혀 자연을 끌어안고 사는 도시를 그려본다.
온실은 ‘보일러’다. 30'C공기가 집안으로 솔솔
무엇에든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추운 겨울철 내복을 입으면 한결 따뜻하듯이 건물에도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건물 내피나 외피에 단열재를 충분히 그리고 꼼꼼히 넣는 것이다. 기초를 단단히 한 다음 가장 적은 에너지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름이나 가스 형태의 에너지원은 화석연료로서 한번 이용하고 나면 재활용이 될 수 없고 또한 사용과정에 환경오염을 일으키니 이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건축물이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는 설계기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온실은 아주 훌륭한 구조물로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보일러를 두는 셈이다. 주택 전면에 온실을 남쪽 방향으로 설치하면 태양열로 인해 겨울철 낮에 섭씨 30도 이상의 따뜻한 공기를 집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게 된다. 다만 여름철에 더운 공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온실 천창을 설치해 더운 바람은 위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하고 찬 공기는 아래의 창문으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렇듯 단열이 잘 이뤄지고 온실의 규모를 적정하게 설치할 경우 겨울 낮에 특별한 난방 없이 20도 이상의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온실을 ‘겨울정원’이라고 해서 건물 내부와 외부의 완충공간 구실을 하게 하며, 더욱이 이러한 공간에 화초를 놓음으로써 겨울철에도 항상 푸르름을 집안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몇 해 전 설계한 단독주택에도 이러한 개념을 적용해 온실계획을 한 적이 있다. 지난 가을 온실을 설치하면서 목재와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하고 이중유리로 최대한 단열효과를 꾀하려 했으나 아직까지는 국내에 그러한 재료를 이용한 제작기술이 미흡해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 단열창틀로 대체했다. 또한 온실 천창을 자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게 하는 창문도 수입제품밖에 없어 수동으로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변경해야만 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온실을 달았고, 그 덕분에 건축주는 추운 겨울 산 속에서 난방비 걱정없이 따뜻한 햇살과 함께 포근한 겨울을 나고 있다고 한다.
배설물을 자연으로…친환경화장실 뜬다
불과 20~30년 전 대부분 재래식변소를 사용했던 우리는 어느덧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해져 있다.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면 깨끗이 씻겨나가는 그 편리함에 어느덧 화장실은 응접실만큼이나 화려해져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들이 깨끗하고 화려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어느덧 자연은 심한 몸살을 앓게 되었다. 화장실에서 깨끗하게 씻겨진 분뇨는 정화조에서 몇 단계의 정화과정을 거치지만 질산과 인 성분은 제대로 정화가 안되어 하천으로 흘러들어서 주요 오염원이 되고 있다. 하천은 부영양화되어 물고기가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토양과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게 되고, 그렇게 오염된 하천에서 우리는 또 물을 얻는다.
이와 비교하면 옛날 우리네 변소들은 비록 춥고 냄새나는 불편한 곳이었지만 그 아래에서는 수많은 미생물에 의해 자연으로 돌아갈 훌륭한 거름을 만드는 곳이었다. 요즘 선진 외국에서는 옛날 우리네 변소와 비슷한 자연발효 화장실을 가정 안에도 설치하고 있다. 세정시 물이 필요 없는 자연발효 화장실은 미생물을 이용해 대·소변을 먹이로 취하면서 완전 발효시켜 이를 흙으로 되돌리므로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건축방법이다. 다만 자연발효화장실은 미생물 분해시 산소의 공급이 필요하므로 발효화장실 내부에 공기의 강제순환과 흡입을 위한 공기공급용 관이 설치되어야 한다. 여기에 발효를 돕기 위한 통기성 매질로 낙엽이나 볏짚, 왕겨, 굵은 톱밥 등 흡습성이 높고 잘 부풀며 썩을 수 있는 소재를 넣고 음식물 찌꺼기 등도 함께 발효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체 배설물에 들어 있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는 죽는다.
자연에서 난 모든 것은 자연의 힘을 빌려 자연으로 돌아갈 때에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똥도 마찬가지다. 물로 쓸어버려 한곳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숨쉬고 썩어져 흙으로 되돌려질 때에 건강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발달된 기술이 옛날의 불편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주차장에 푸른 잔디 - 땅에 숨통이 트인다
맑은 날은 그런대로 괜찮다. 그런데 요즘처럼 눈이라도 쌓였다 녹으면 신발 밑창에 두껍게 달라붙는 진흙 때문에 가끔 난처한 경우가 있다. 올 겨울 우리집에 손님이 왔을 때 함께 온 꼬마가 새로 산 빨간 부츠에 진흙이 묻자 울상을 지으며 엄마에게 흙을 떨어달라고 떼를 쓴 적이 있다. 물론 아이 엄마는 아이의 울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에 가서 닦아주겠노라며 아이를 달래 우리 모두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도시에서 흙을 밟아보기란 여간해서 쉬운 일은 아닌 듯싶다. 도시에 있는 우리네 아파트단지를 들여다보아도 회색 주차장 일색과 각양각색의 깔끔하게 단장된 보도며 집 앞 골목길까지 평평하게 깔린 아스팔트길이 우리에게서 흙냄새를 잊게 한다. 그러기에 어느덧 흙은 지저분하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나마 요즘 다행히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 도시의 도로포장으로 인한 열섬현상이나 도시홍수 등의 문제점들이 거론되면서 일부 주차장을 잔디주차장으로 조성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네 주거공간에서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주차장만이라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푸른 잔디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이 도시속 땅에 숨통을 터 주는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서울시에서도 토양포장 제한에 관한 조례를 수립 중에 있다고 하니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지구는 반지름이 약 6000㎞에 이르지만 그 가장 거죽에 10~30㎝ 두께로 깔린 토양은 부식질을 함유하고 있어 먹이사슬의 1차 생산자인 식물을 위해 자양분을 공급해주는 기초가 된다. 또한 그 위에 떨어지는 낙엽은 토양속 미생물이나 곤충, 벌레 등에 의해서 식물과 결합할 수 있는 형태의 미네랄 자양분으로 변화한다. 이렇듯 건강하고 성숙한 토양은 기후적 보호 구실뿐 아니라 장소에 따라서 부식질 형성을 활성화시켜주기도 하는데, 뿌리가 뻗어 있는 지면층에는 성숙하지 않은 토양에 비해 40배 이상의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모든 생명체의 기반인 땅이 숨 쉬어야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우리들도 건강하게 숨쉬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내의 볼멘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여전히 아이들은 신발 바닥에 신발보다 더 두꺼운 진흙덩이를 달고 당당히 현관을 들어선다.
건물외벽에 덩굴, 푸르름뿐 아니라 건물도 지킨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건물들이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하면서 나무도 새도 벌레도 자취를 감추고 그곳엔 콘크리트 벽과 주차장들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일렬로 늘어선 많은 콘크리트벽들은 그저 무표정한 색깔을 뒤집어 쓴 채 도시를 채우고 있다.
건축물에서 일반적으로 북쪽으로 난 벽을 제외한 다른 벽들은 계절적인 일광 리듬 속에서 햇볕을 받고 데워진다. 특히 남쪽 벽면은 동서벽면과 달리 태양열을 가장 많이 받게 되며 겨울철에 수평면의 3~4배 정도의 열량을 얻는다. 반면 여름에는 3분의 1정도 열을 받는다.
건축물에서 외벽은 햇볕을 받아들이는 면과 기후조절을 위한 열 축적 시설이 될 뿐만 아니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벽면를 타고 오르는 식물을 심게 되면 태양열을 받기 유리해 식물이 잘 자라며 건물에서 열이 빠져나가거나 외부의 기후조건 등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한여름 벽을 타고 무성하게 자라는 식물은 도심에 사는 사람들에게 푸르름 뿐 아니라 건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게 되며 더욱이 이러한 환경이 인간만이 아니라 작은 벌레와 새들까지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니 더할 나위 없이 많은 기능을 하는 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벽을 타고 자라는 식물들은 벽면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식물이 70년 이상 외벽 마감상태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호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조그마한 뿌리들 대신 점착판들로 고정되어 있는 담쟁이덩굴의 덩굴손은 외벽마감 사이의 빈틈으로 침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잎의 앞면과 뒷면은 여름철 낮에 5℃ 정도의 온도차를 낼 정도로 냉각효과가 크다.
벽면 녹화는 큰 면적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도시에서 식물의 생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조밀하고 교통량이 많은 도심지역에서는 ‘푸른 외벽’이 제공해주는 냉각 효과, 공기 정화와 소음 흡수 효과 등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만큼 그 효과가 크다. 외벽의 녹화를 통해 건물이 하나의 식물섬을 만든다면 이것이 궁극적으로 연결되어 도심속 ‘그린네트워크’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자리할 수 없는 도시에 우리의 벽 한쪽을 내어 준다면 인간은 푸르름과 곤충, 새와 더불어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온 태양열 주택 - 두마리 토끼를 잡아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태양을 생명의 근원으로 하고 있다. 태양광선을 받는 모든 물체는 근본적으로 열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신의 체열로 바꾸었다가 다시 방사한다. 특히 해바라기는 자동적으로 태양을 향하다가 태양이 비치지 않으면 폐쇄하는 자연형태의 집열기이다.
인간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을 누가 더 빨리 내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릴 적 동네에 한 채 밖에 없었던 태양열주택. 너무나도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했던 그 집에 대한 기억은 훗날 그 때가 오일쇼크로 인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때임을 알았다. 한 때 유행처럼 지어졌던 태양열 주택은 그 후 기름가격이 다시 하락하자 사라지게 되었는데, 이는 우리 자체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유지관리나 효율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설치하다보니 많은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태양열주택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기술이 제시됨으로서 청정에너지원 이용으로 다시 접근되고 있다.
건축물에서 태양열 이용은 햇빛이 비치는 곳이면 어디에나 가능하며, 설치규모에 따라 필요한 열을 얻을 수 있다. 주택에서 많이 쓰이는 형태로는 평판형 집열기로 그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집열기에서 태양열을 받아 열매체가 가열되면 비중이 낮아져 집열기 상부를 통하여 축열조 내 열교환기로 자연순환되는 자연순환형과, 태양열에 의해 가열된 열매체를 순환펌프에 의해 강제 대류시켜 축열탱크에 열을 축적하는 강제 순환형이 있다.
집열기 표면은 검은색으로 코팅하여 열의 반사를 지속적으로 막아줌으로써 다른 검은색 표면들에 비해 20% 이상의 열 보존 및 온도상승 효과를 낸다. 평판형 집열기의 적용범위는 섭씨 100도 이하의 저온으로 건물의 급탕과 실내난방에 사용할 수 있다. 평판형 집열기의 효율은 40~50% 정도이며, 이에 상응하는 축열조를 설치할 경우 집열기 표면은 ㎡당 매년 500kWh까지 열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양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양의 20~40%까지 차지한다. 이러한 시설은 투자회수기간이 10년 내외로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에너지이용 방안이다.
건축물이 이제까지는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연을 훼손해왔던 것에 대해 보상해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돼야 할 것이다. 유행지난 옷처럼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다가 이제 다시 환경이라는 유행을 타고 태양열 주택을 다시 생각해 보지만, 이것이 한때의 유행만이 아닌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건축행위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으로 여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겨울에 자른 목재를 써라
건축을 하는 나로서는 나뭇결이 살아 있는 고색창연한 옛 건축물을 만나면 마치 오래 된 연인을 만난 듯 반갑다. 더욱이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반들반들해진 나무를 쓰다듬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건축재료로도 목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목재는 인간과 같은 유기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사람과 동일한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돌이나 철과 같은 차가운 느낌의 재료보다 자연적인 나뭇결이 살아있는 목재를 선호하고 신체도 다른 재료들과는 달리 목재에 대하여 좋은 감각을 느낀다.
그러나 언제부터 나무는 콘크리트와 철에 밀려 건축재료로서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지난 1960~70년대 헐벗은 산을 녹화하는 데 주력한 나머지 나무를 벤다는 것이 금기시돼 온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제 30년 이상 된 나무들을 전국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나무들을 벌채하고 다시 심어서 이용해야 하는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벌채를 하는 것과 더불어 조림을 함으로써 건강한 자연의 순환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목재가 운반으로 인해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렇게 국내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생태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나무를 벌채할 때 수액이 없는 겨울철이 적당하며 이때가 목재 수축이 가장 작고 곰팡이나 벌레의 발생도 가장 적다는 것이다. 많은 생명체가 달의 기울고 차는 시기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나무도 달이 기우는 그믐의 영하기온에서 잘라 만든 목재는 방부제와 방충제가 필요없다 한다.
이렇듯 목재는 사용 뒤 재생이 가능하며, 가공과정 중 화학적 처리만 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건강한 실내공기를 유지시켜 준다. 이는 목질부의 많은 공극이 수분을 흡수하고 저장하였다가 서서히 내뿜는 과정에서 실내습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자연성과 친근한 색채, 고유의 냄새 때문에 쾌적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창출하는 목재는 커다란 내부표피(2000㎠/g)의 미세기공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자연적으로 높은 통기성능 및 흡수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요즘은 나무의 자연느낌보다는 여러 색깔을 덧입히고, 접착제로 붙이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나 페놀, 화학본드로 처리하기 때문에 나무 고유의 매력을 잃고 오히려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목재가 단순하게 가공되면 가공될수록 에너지수요가 감소되며 동물뼈나 식물, 우유로 만든 아교와 목재에 들어있는 리그닌을 사용하여 제품의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방부제 대신 나무기름이나 나무타르, 아마기름, 와니스, 봉랍 등과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하거나 10~15%의 붕사나 소다수를 사용하면 곰팡이나 벌레의 기생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화재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늘 가능하면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자연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은 마치 의학 기술처럼 수천년에 걸쳐 개인 경험에 의해 각 지역마다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그래서 더욱이 자연의 일부로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만 목재로 건축된 건물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아름답고 오래 보존되기 위해서는 좀더 지속적이고 많은 관리를 요구하게 된다.
정화조 대신 정화연못을…조경시설로도 가능
예전 전통 마을에는 하수관이 없었다. 대신 마을을 관통하거나 돌아서 흘러 나가는 냇물이 있었고, 냇가에서는 낮 동안 동네 어린이들이 멱을 감고 밤에는 아낙네들이 목욕을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 집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를 집 근처에서 정화시킬 수 있는 텃밭이나 미나리가 심겨 있는 도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의 수용력 안에 사는 삶의 형태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겠지만 자연이 갖고 있는 정화능력을 생활 속에서 적용하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물이 깨끗하다고 해서 시골마을 냇가에서 선뜻 멱을 감기는 어려울 듯 싶다. 이는 각 집 정화조를 거쳐간 하수가 하천으로 직접 흘러들어 오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집마다 또는 마을 안에 정화연못을 설치한다면 정화조가 필요 없게 된다. 유기물질이 포함된 생활하수는 생물학적인 자연정화 기능을 하는 연못을 통하여 아주 깨끗하게 정화가 가능하다. 자연적 정화방식은 토양과 식물뿌리의 미생물을 이용하는 육상처리 방식과 연못을 이용하는 수생처리 방식이 있는데, 장소가 좁거나 심하게 오염된 생활하수를 처리할 때는 정화연못이 적합하다. 정화연못의 원리는 자연하천의 정화작용을 응용한 시설로서 모래와 자갈층 두어 미생물의 생물학적 분해작용을 이용하고 양분흡수력이 뛰어난 갈대나 골풀, 부들, 수생붓꽃 등의 습지식물을 심어 여과기능을 향상시킨 것이다.
이러한 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물론 지역적 제약이 있다. 하지만 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중소도시에서는 주택 안에 조경시설로도 적용가능하며 공동주택단지에서는 풍성한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이 되기도 하여 자연의 다양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가뭄에 대비하여 지속적으로 물을 확보할 수 있고, 설치비가 저렴하며 물고기까지 키울 수 있어 풍부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다만 지하수를 음용으로 사용하는 인접지역에 설치할 경우 지하수 오염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오염방지에 신경 써야 한다. 이러한 단지나 건물에는 하수관거가 필요없어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하수관으로 오수를 쏟아버리면 더러운 물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자연에 주는 부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화연못은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는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다.
태양전지판 - 지붕뿐 아니라 벽에도 붙인다
한낮의 나른함이 싫지 않은 요즘 벚꽃이 만발한 봄 풍경을 보면 태양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낀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태양은 밝은 빛으로, 따스함으로 그동안 잠들어 있던 생물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다. 요즘처럼 환경과 더불어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태양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다. 대체에너지원으로서, 청정에너지로서 태양만큼 전세계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듯하다. 태양광전지는 헨리 베크렐이라는 물리학자가 규사를 포함하는 물질에 빛이 비추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데 착안해 발명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이 인공적으로 빛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혁명적 발견이었다. 현재 지구상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평방미터당 약 342W로 이 가운데 태양 전지판를 이용해 15~25% 정도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태양전지는 반도체로 이뤄져 있다. 규사를 주원료로 해 만들어지는 태양전지판은 플라스틱이나 유리로 씌워져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드는 편이나 한번 시공하면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특히 소비가 촉진돼 대량 생산되면 가격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으며, 일본이나 독일, 덴마크, 네델란드 등 환경 선진국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재생가능한 에너지생산에 관심을 가져 태양광발전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은 대부분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해 이를 각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듯 대규모 시설은 시공에 따른 환경파괴와 전기공급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를 발생한다. 그러나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그에 비해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을 이용해 전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햇빛이 비추는 낮동안 전기를 생산해 축전지에 저장했다가 흐린 날에나 야간에 쓰면 된다. 이미 외국에서는 지붕에 설치한 태양전지판으로 생산한 전기가 남으면 전기회사에 팔고 모자라면 전기회사에서 받아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 건물 안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양에 따라서 설치할 태양전지판의 규모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건물지붕뿐만 아니라 면적이 넓은 건물벽면에 태양전지판을 붙여 벽면마감과 에너지획득의 이중효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벽면은 에너지취득 효율이 낮지만 상대적으로 지붕보다 면적이 넓어 유리하다.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은 태양에너지 이용 면에서 유럽이나 일본보다 우수하고 반도체분야의 기술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규모의 시장만 형성되면 외국의 태양전지 산업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각 개인이 내 집에서 쓸 에너지를 스스로 조달하려는 마음이 늘어갈 때 정부나 지자체도 대체에너지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하 10도 한겨울, 목욕하고 나와 창문에 기댔는데…
중세 유럽의 유명한 성당이나 건축물을 보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판유리가 생산되기 시작했던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창문 소재로 작은 조각유리를 이어붙여 만들었던 것이다. 그만큼 유리는 귀했고 가공과정도 세밀했기 때문에 유리로 만든 창문이 있는 집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 시대에 이사를 갈 때는 유리창을 떼어 갔다고 하니 그 만큼 귀한 소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창호지를 이용하였는데 옛날 건물이 춥고 에너지 소비가 많았던 것은 창문으로의 열손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물에서의 열손실은 창문이 차지하는 면적과 창문의 성능에 따라 차이가 크며, 공동주택의 경우 일반적으로 창문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양이 건물 전체에서 25~35%를 차지한다. 특히 단창과 이중창, 덧창의 설치여부에 따라 에너지의 손실이 3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홑유리는 삼중유리나 아르곤과 같은 기체를 넣은 창문에 비해 연간 기름소비가 4배까지 많다. 평균적으로 건물에서 홑유리가 연간 40ℓ의 기름을 소모하는 반면 삼중유리나 아르곤가스를 넣거나 단열코팅을 한 유리는 10ℓ 이하를 쓴다.
유리뿐만 아니라 창틀도 에너지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제품생산과정에서도 상당한 에너지소비의 차이를 보이는데 한가지 예로 목재에 비해 합성제품으로 창틀을 만들 경우 6배, 알루미늄은 25배의 에너지가 든다. 또한 목재는 독성이 없는 칠로 마감하면 무리없이 자연적으로 분해될 수 있으나 알루미늄이나 합성소재는 재활용하지 않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창문에 덧붙여진 루버(사진)나 덧창은 유리를 한겹 덧대는 것보다 효율이 높으며 외부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리를 여러 겹으로 하면 빛 유입량이 줄어들지만 덧창은 필요한 시간에 맞추어 조절할 수 있다. 아울러 외부의 침입이나 프라이버시 유지, 겨울철의 차가운 외부공기를 차단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과거 우리네 전통가옥에 덧창이 달려있는 것도 이러한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었다.
독일 유학시절 영하 10도 이하의 한겨울에 목욕을 하고 나와 기숙사 창문에 기대어도 차가움을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단열창호를 사용하는 독일과 비교하면 겨울철 우리의 아파트 관리비가 왜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 한번 지으면 100년을 쓰려고 짓는 건물이 될 때 초기투자를 아끼지 않고 유지관리상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땅에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인 삶을 살려면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다시 한번 검토해볼 일이 아닐까 한다.
자연소재 단열재로 건강한 집을 짓자
한참 언론을 통해 ‘새집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소개되면서 일반인에게까지 친숙하게 되었다. 새집으로 이사 간 이후로 원인 모를 두통과 구토를 경험한 사람들도 ‘아, 그것이 새집증후군이었구나’ 싶을 게다. 그 원인은 건물 마감재와 건축자재 등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독성이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건축재료 중 단열재로 쓰이는 것은 화학제품이 대부분이다. 인체에 유해하고 버릴 때 자연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는 재료들인 것이다. 전에는 건물 전체를 난방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난방을 하다 보니 단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요즘은 대부분 건물 전체를 냉난방하기 위해 단열재를 많이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더욱 화학재료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볏짚이나 수수 등의 자연재료를 건물 구조체에 첨가하여 단열성능을 강화하기도 하였으나 요즘은 이같은 자연소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 이런 경험을 한 외국에서는 건강한 건축재료와 건축방법에 관심이 높다. 시장에 유통되는 건축재료에도 자연소재가 많아 선택의 폭도 넓다. 자연소재라면 일반적으로 섬유질의 공극이 많은 재료로서, 톱밥이나 폐목을 분쇄하여 판넬 형태로 만든 것이나 녹여서 분사할 수 있게 한 섬유단열재가 많이 쓰인다.
이런 판넬은 단열성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재료자체가 숨을 쉬고 또한 버릴 때 쉽게 고 분해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때 부식이나 습기를 막기 위하여 타르를 칠하는 것은 실내에 유해물질을 방출할 수가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대신 목재 자체에서 추출한 수지비누나 왁스를 입혀 부식을 막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목재 섬유질을 접착하는 재료로 화학본드를 많이 쓰고 있으나 여기에도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또 하나 목재와 유사하게 쓰이는 재료가 폐 신문지인데, 이를 분쇄하여 제작한 판넬 형태나 반죽 상태로 분사하는 셀루로즈 제품이 있다. 화재나 벌레에 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붕사를 섞어 수증기를 이용하여 접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품은 접착제나 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은 생산과정에 에너지 소모가 많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단열 성능이 우수하고 통기·방풍성도 있다. 방음효과 또한 뛰어나서 주로 벽면이나 천정 단열재료 많이 쓰인다. 나중에 퇴비로 만들거나 태울 수도 있다. 그밖에 지역적 특성에 따라 아마 줄기나 코르크 등을 이용한 판넬 등은 식물성 섬유를 이용한 단열재로서 성능이 우수하고 유해한 성분을 방출하지 않으므로 건강한 집을 지을 때 적합한 재료이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참으로 편리해진 것이 많다. 대량으로 물건들을 만들어내면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 자연은 생명체에게 건강한 삶을 제공하려는 준비가 되어있으므로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때 인간과 생태계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단지안에서 쓰레기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면‥
음식물 쓰레기 발효조 |
||
많은 물건들이 목적없이 섞여 있으면 ‘쓰레기’가 되어 소각이나 매립을 해야 하지만 분리수거가 되면 쉽게 ‘원료’로 이용되어 우리 생활에 요긴한 용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요즘 한 가정의 연간 배출 쓰레기양은 4인 기준으로 1.2t이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약 60% 정도를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소각하기도 쉽지 않고 매립할 경우 지하수 오염원이 되기도 한다.
요즘 각 아파트 단지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여러날 동안 썩고, 또 주방의 각종 세제가 섞여 들어가고, 이것을 먹인 돼지나 그밖의 동물들을 또 우리가 먹는다고 할 때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듯 하다. 차라리 단지내에서 바로 퇴비화시켜 식물에게 주는 방법은 어떨까 이러한 접근방법이 도심의 고밀도 아파트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도시 외곽이나, 저밀도 주거단지에서라면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즉 단지 한켠에 유기물 발효조를 두어 건강한 퇴비를 만들뿐 아니라 그것을 채마밭에 사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처리시스템으로 가는 것은 생태적으로 바람직하다.
유기적인 쓰레기의 처리는 발효를 돕기 위한 통기성 매질의 구조나 통기가 안되는 구조로 처리가 가능하며, 여기에 쓰레기와 낙엽이나 볏짚, 왕겨, 굵은 톱밥 등 흡습성이 높고 잘 부풀며 썩을 수 있는 소재를 넣고 함께 발효시킨다. 이 과정에서 열이 많이 발생해 인체 배설물에 들어있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는 죽게 된다. 이렇게 가족당 발생되는 일일 800~1000g의 유기질 쓰레기 2/3 가량은 퇴비화돼 식물 재배에 쓰일 수 있다.
자연에서 난 모든 것은 자연의 힘을 빌어 자연으로 돌아갈 때에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생태주택은 건물을 짓는 방법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도 중요하다. 건물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한곳에 가둘 것이 아니라 숨쉬고 썩어게 해 흙으로 되돌릴 때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집은 제3의 피부
여름밤 학교 연구실에서 느지막이 일이라도 하면 풍뎅이나 날벌레들이 방충망 사이로 어느 틈엔가 들어와 윙윙거린다. 불빛을 보고 들어온 벌레들은 다음날 여지없이 연구실 구석 어딘가에 널브러져 죽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산속에 자리 잡아 공기 좋은 연구실이건만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내부는 벌레들에겐 그렇지가 못한 듯 하다.
이와는 반대로 우리집은 그런대로 벌레들도 살만한 집인가 보다. 가끔씩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풍뎅이며 거미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흙과 나무로 마감한 우리집에선 벌레들을 죽이지만 않으면 스스로 살아 돌아나간다. 물론 아내는 징그럽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겐 신기한 자연관찰감이기도 하다.
오늘날 현대화된 도시에서 사람들은 생애의 80~90% 가까운 시간을 건물 내에서 보내게 된다. 이는 건물의 내부공간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형성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의복이 인간에게 제2의 피부라면 집은 제3의 피부이다. 따라서 건축재료는 살에 닿는 의복과 같이 화학적·물리적인 영향을 막아주는 기능은 물론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고, 이미 사용하여 오염된 공기는 외부로 나가게 하는 최대의 환기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요즘 잘 지어졌다고 하는 건물들을 보면 대리석이나 유리, 합금, 합성수지 등 비싼 재료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재료들은 자체적으로 통기가 불가능해서 인공적인 환기장치를 통해서나 외부공기가 드나들어, 두통이나 피부가려움증 등의 건물 증후군(Building Sick)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건물 내부공간의 마감재료는 숨을 쉬고 유해물질이나 냄새를 제거하는 기능을 하는 자연 회반죽, 석고, 황토 성분 등이 좋다. 회반죽은 전달율이 높아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건물내부에 곰팡이류와 같은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기능이 뛰어나 건강한 실내공기를 제공한다. 방화성과 방음기능, 쾌적한 표면온도가 좋을 뿐만 아니라 열을 축적하고,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데다 가격이 저렴해 이용이 편리하다. 반면 습기에 약하여 외부에 사용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많다.
회반죽에 첨가하는 접착재료로는 시멘트와 석회, 석고, 마그네사이트 등이 많이 사용된다. 시멘트는 제조과정에서 1450℃의 고온으로 재료를 소성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므로 생태적으로는 추천할만한 재료는 못된다. 반면 석회와 마그네사이트는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재료로 석회 블럭이나 회반죽, 몰탈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재료이다.
그러나 이렇듯 건강한 자연재료들도 잘못된 표면처리로 인하여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료 자체 뿐 아니라 마감상태를 어떻게 자연적으로 무해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와 또한 해로운 발산물이나 마모가 유발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환경과 인간생활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더 자연에 조화하고 친환경적인 재료가 무엇인지지 분명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창유리 대신 투명단열재
투명단열재의 시공 모습. |
||
요즘 시내를 다니다 보면 깔끔하게 유리나 철로 지어진 사무용 건물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1970~80년대 지어져 냉난방 시설이 잘 안되어 있다면 한여름에는 찜통이 되고 겨울에는 그야말로 냉장고가 따로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건물 유지관리에 쏟아 부어야 한다.
요즘 짓는 유리 건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창유리 대신 단열성이 높은 투명단열재를 사용해 빌딩이나 주택의 냉난방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한냉지에서 사용하면 난방부하를 현재의 40∼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연형 태양열 시스템 응용분야에 가장 유망한 기술인 투명단열재는 최신 단열시스템 중 가장 실용성이 높은 재료이다. 투명단열재는 열관류율이 낮고 태양광투과율이 높으며, 태양열복사에 대한 열변환 효율이 우수하여 겨울철에 태양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투명단열재는 주간에 남측면의 투명단열재를 통하여 검은색으로 처리된 벽 표면에 태양열을 흡수 및 저장하여 야간에 실내로 방출하는 개념이다. 태양열 획득이 가능한 시간과 최대 열손실이 발생하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시간상의 지연을 고려하여 축열체의 밀도가 높아야 한다. 투명단열시스템은 외부유리, 차양장치, 투명단열재, 플라스틱 필름이나 얇은 유리판과 벽체 등의 구성요소들이 프레임에 의해 고정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외부유리로는 보통 강화유리가 사용되며, 차양장치로는 롤러 블라인더 등이 사용된다. 프레임으로는 낮은 열전도율을 가진 재료를 사용하고, 태양광을 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두께는 가능한 얇게 한다. 외기침투와 시스템내의 대류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밀폐된 벽에 부착한다. 단열재 내부는 낮 동안에 50~80℃까지 상승하여 축열체를 가열하게 된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실리카 에어로겔은 거의 투명하며 밀도는 0.05∼0.2g, 기공률은 90∼98%이다. 1g당 500∼1,000㎡나 되는 다공질로서 표면적이 매우 크다. 또한 태양광 투과율은 3㎜ 두께 판유리가 90%인 것에 비해, 두께가 1㎝인 에어로겔은 94%, 열전도도는 유리섬유 등 통상 단열재의 반 정도의 수치이다. 실리카 에어로겔은 뛰어난 성질을 갖는 재료이나, 실용화에는 기계적인 강도와 제조비용의 문제가 남아 있다.
투명단열재는 채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때문에 창을 대신한 채광효과 및 직접적인 공간 난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축열벽을 설치하여 이를 야간에 활용하여 에너지 절약을 기대할 수 있다.
투명단열시스템은 일반 단열재에 비해 아직 고가이다. 그러나 단열과 벽체마감을 동시에 할 수 있으며 한번 시공하면 환경에 부담을 주지않고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간을 나누고 열을 차단하는 기능만 있는 벽체가 아니라 에너지를 받아들여 굴뚝이 없는 건물들로 구성된 도시를 그려본다.
사람·자연 하나되는 그런 집을 지어봐요
우리는 이제까지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화려하고 세련된 것에 매료되고, 크고 많은 것들로 우리 주변을 채워왔다. 물론 그로 인해 풍요로와지고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런 것들을 위해 우리가 치르는 대가에 눈뜨게 됐다. 인스턴트 먹거리의 편리함, 각종 도료와 본드로 칠해진 우리네 주거의 화려함 뒤에 알게 모르게 우리가 병들어간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올해 초 ‘생태건축 길라잡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무엇을 함께 고민하고 전하고자 했던가 돌이켜 보면 그건 아마도 ‘어우름’이었을 게다. 생태건축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전혀 어우러질 수 없는 개발이란 행위를 좀 더 자연의 순리에 다가가고자 하는 건축방법의 하나라는 것에서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흙의 소박함과 옹이 박힌 나무의 거침, 콘크리트로 채우기보다는 자연에게 내어주는 방법을 건축행위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것이 생태건축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그 과정속에 작은 것이 아름답고 거친 것이 건강하다는 간단한 논리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연재에서 언급했던 흙이나 나무 등의 천연재료 이용이나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한 각종 기술, 빗물의 침투와 저류기술 등은 단순히 건축상의 접근방법만이 아닌 생태적 건축공간의 확대와 의식의 전환을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유지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최근 들어 종종 듣게 되는 생태건축이란 쉽게 말하자면, 그 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건강하고, 집을 안고 있는 주변지역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보다 자연과 조화될 수 있도록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하는 건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생태건축은 건축물이 환경과 서로 연관되어 존재하며, 또한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에 따른 환경변화에 지속성을 부여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에게 쾌적하고 이상적인 건축환경은 건물 자체의 외형뿐만 아니라 주변자연을 포함하는 전체 환경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동시에 자연에 대한 많은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적이어야 할 것이다.
몇 해전 독일 베를린의 ‘쉔아이헤’ 주거단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아름다운 떡갈나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지를 만나기 위해 말 그대로 커다란 아름드리 떡갈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야 했다. 주민들 스스로가 시의 생태적 사회지원 프로그램에 의해 13가구, 4개 동으로 조성한 그 단지는 흙냄새, 풀내음이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온전히 어우러져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더불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에선 흙냄새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서 상실되어 가는 진한 사람의 냄새까지 물씬 풍겨났다. 이렇듯 생태건축이란 생태계에서처럼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작은 노력으로 진한 사람냄새와 흙냄새를 나게 하는 건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태구 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tg_lee@semyung.ac.kr
'건축관련 자료실 > 생태건축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토집짓기와 관련하여 (0) | 2007.08.15 |
---|---|
재미있는 야외 화장실과 설계도 (0) | 2007.08.15 |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흙집 건축 (0) | 2007.08.15 |
[책]친환경 `퇴비화 화장실` 쓰자 - 조셉 젠킨스 (0) | 2007.08.15 |
잔디 지붕들 (0) | 2007.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