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친환경 `퇴비화 화장실` 쓰자
-조셉 젠킨스
어릴 적 시골 외가에서는 잿간에 오줌을 누도록 했다. 그 오줌은 바둑이의 배설물이나 재, 음식 찌꺼기 등과 잘 섞여 농사철에 요긴한 퇴비로 쓰였다. 또 ‘똥장군’이라 불리던 들통에 분뇨를 담아 구덩이에 모으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마치면 이웃 도시의 가정집 변소를 찾아 돈을 받기는커녕 ‘단골집’을 뺏기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분뇨를 수거해 퇴비로 이용했다고 한다.
‘똥살리기 땅살리기’의 저자 조지프 젠킨스는 이 같은 우리의 전통 농법을 극찬하며 20년 넘게 직접 실천해온 미국인이다. 책의 원제목은 ‘인분 안내서’. 저자는 사람의 분뇨를 가정에서 어떻게 퇴비로 만들어 농사에 이용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또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인용, 인분 등을 버리는 데 급급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병원성 생물’이 된 인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서구문화를 꼬집는 문명비판서이기도 하다.
‘퇴비화 변기’에 ‘볼일’을 처리하면서 오수 한 방울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젠킨스는 이웃 친구와 친지의 외면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실인 ‘똥살리기 땅살리기’는 책을 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처음 자비로 250권만 인쇄했다. 국내외 언론을 타면서 전 세계 퇴비화 변기 보급에 한몫 했다.
젠킨스는 똥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싫어하는 서구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분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거름)이며, 그렇게 볼 때야 이를 활용할 수 있는데도 버려야 할 폐기물이라고 믿음으로써 인류 스스로 엄청난 짐을 지고 있다는 것. 즉 인류는 먹을 물을 대소변으로 더럽힌 뒤 다시 그 물을 마시려고 정화하는 데 돈을 펑펑 쓰고 있으며, 오염의 원인이 되고 비용도 비싸면서 그 장소 또한 점점 구하기 힘든 매립에만 매달리는 형편이다.
인간 배설물 처리의 문제점은 1999년 젠킨스의 경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새 천년을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해 나타날 불상사, 즉 ‘Y2K 사태’에 대비하던 정부의 위기대응팀은 단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전기 물 식품 연료의 공급이 오랫동안 차단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대응책을 세웠으나, 변기를 씻어 내리지 못해 쌓이는 똥오줌은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전염병 창궐을 감수하고라도 그냥 내다버릴 수밖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것.
그럼에도 서구인은 수돗물에 용변을 보지 않으면 야만인으로 여기고 있다. 젠킨스는 어릴 적 한국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한국인은 (농사를 위해) 자신의 화장실을 행인들이 이용하도록 꾸며 놓는다”며 비웃던 장면을 떠올리면서 미국인의 어리석음을 개탄한다.
젠킨스는 수세식 화장실 대안으로 퇴비화 화장실을 제안한다. 톱밥 등을 채운 들통에 대소변을 본 뒤 이를 다른 유기물과 섞어 퇴비실에서 숙성하는 것. 그는 일정한 훈련만 거치면 냄새 없이 위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끝없는 처리비용이 드는 수세식에 비해 운영비도 저렴한데다 부식토라는 덤까지 얻는다고 충고한다.
화학비료 없이 4000년 넘게 농사를 지어 오면서도 서양과는 달리 토지를 황폐화시키지 않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의 ‘인분 농법’에서 ‘똥 살리기는 땅 살리기다’라는 명제가 증명되고 있다고 그는 밝힌다. 젠킨스의 말대로라면 ‘똥대가리’나 ‘머리에 똥만 찼느냐’는 등의 욕지거리가 반시대적 발언으로 지탄받을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녹색평론사 황계식기자 /cult@segye.com
세계일보 2004.03.05 (금) 16:18 |
퇴비화 화장실 만드는 법
송광사의 친환경화장실, 해우소와의 비교
이곳 송광사 화장실의 특징은 해우소를 마당의 끄트머리에 짓고 대변과 소변을 보는 곳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대변소 입구에는 항상 아궁이에서 나오는 재가 쌓여 있고 볼일을 보고 난 후에는 악취 제거와 시각적인 불쾌감을 없애기 위해 이 재를 뿌려 분(糞)을 덮는다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인근에 지척으로 깔려있는 풀을 베어 놨다가 가끔 한줌씩 뿌려 상큼한 풀향기가 남과 아울러 퇴비를 만들기도 한다.
대.소변이 서로 분리되어 있으니 고체와 액체가 완전히 따로 저장되었고 재를 뿌리고 풀로 덮어 놨으니 악취와 구더기는 이제 완전히 해결되었다. 그럼 이제 여기서 나와 밑으로 한번 내려 가보자. 대변이 한 켜, 재가 한 켜, 또 풀이 한 켜, 이렇게 해서 마치 시루떡 시스템마냥 쌓인 대변소에는 통풍이 잘되게 칸을 막고 밑에서 위를 볼 수 없도록 엇갈린 칸을 한나 더 만들어 단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배설물은 공기와 적당한 온도 그리고 미생물들로 인해 분해되고 발효되어 우리의 농경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기가 막힌 퇴비가 되는 것이다. 파리에 있었다는 대로 중앙의 오물수로나 로마인들이 만들었다는 화장실이 어찌 감히 이 '퍼세식 화장실'과 비교될수 있으랴?
이런 류(類)의 화장실은 아마도 도심에서는 설치하기가 용이치 않으리라. 그러나 도시에서 약간만 떨어진 농촌지역이라든지 고도가 있는 하천의 상류지역 같은곳에서는 쉽게 또 저렴하게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출처 : |
전통건축기술인들의 모임 | 글쓴이 : 지리산아이 원글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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