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람 다녀간 자리에는 오물밖에 없다"
피서지 오물 안 버리기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기 바란다
금강산 구룔연 계곡의 옥류담으로 온 몸을 시원케 해 줄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맑게한다.
ⓒ 박도
환경오염에 무감각한 사람들
산골마을사람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들은 외지사람, 특히 서울을 비롯한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 오는 걸 반기지 않는다. 물론 팬션이나 민박업자들이야 예외일 테지만 그저 농사나 짓는 사람들은 도시인들이 산골로 찾는 걸 싫어했다. 그 까닭은 이들이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서울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마음껏 자연을 즐긴 뒤 돌아갈 때는 오물만 남기고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도시인 가운데 시골에 집을 사두고 이따금 내려오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 가운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많기에 반기지 않았다. 이들이 내려오는 날이면 한밤중에도 고성방가에다가 고기 굽는 냄새를 온 산골에 피우기에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몰지각한 도시인들은 시골사람이라고 무시하는 무례한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이도 있다.
오늘 아침 바깥이 소란스러워 밖을 나가자 이 마을에 살았던 이가 오래 전에 서울로 나가 살다가 돌아가셨는데 마을 뒷산에 묻히고자 영구차에 실려와 꽃상여를 꾸미고 있었다. 영구차를 비롯한 20여 대의 차가 마을의 빈자리를 모두 메우고도 모자라 아무런 양해도 없이 우리 집 주차장 어귀까지 차를 세워두었다.
유족과 조문객들은 아무런 양해도 없이 내 집 마당에 들어와 수도를 틀고는 손을 닦기도 했다. 한 마디 하려다가 궂긴 일에 싫은 소리는 피차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꾹 참았다. 하관을 서둘러 마쳤는지 오후 2시 무렵 그 많던 차들과 유족 조문객들이 모두 떠나갔다.
해거름 무렵 텃밭에 가고자 주차장 어귀를 지나는데 오물 한 무더기와 휴지가 너저분하게 늘려 있었다. 바로 오전에 조문객들이 주차한 곳이었다. 삽으로 오물을 치우는데 “서울(도시)사람 다녀간 자리에는 오물밖에 없다”라는 산골마을사람들이 들려준 얘기가 환청처럼 들렸다.
지리산 뱀사골 계곡의 피서객으로 멱을 감고 있다. | |
ⓒ 박도 |
바야흐로 절정의 피서 철이다. 전국의 경치 좋은 유명 계곡에는 피서 인파로 뒤덮고 있다.
계곡마다 개울물을 막고는 물놀이 기구를 띄우고 멱을 감고 한편에서는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다. 그걸 지적하거나 만류하다가는 당신이 뭔데 남의 휴가 망치느냐고 몰매 맞기 십상일 테다.
그래서 이즈음에는 아무 계곡 물이나 마실 수 없다. 시원한 계곡을 찾아가면서도 생수를 사들고 가는 현실이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 맑은 강원 산골도 이제는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계곡 물은 거의 없다. 우리 동네 앞을 흐르는 주천강물은 일년 내내 뿌옇고, 그 맑던 이웃 동강은 죽어간다고 아우성이다.
스위스인들의 환경 의식
세계 여러 나라를 둘러보면 우리나라만큼 산자수명(山紫水明)한 나라는 없다. 우리는 자연 환경 면에서는 매우 축복받은 나라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산하를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이 마구잡이로 오염시킨 결과 이제는 물까지 해외에서 수입해다 먹는 나라로 전락해 버렸다.
스위스에 갔을 때 견문이다. 루체른이란 도시는 피어발트슈테터라는 호수에 둘러싸인 아담한 도시로, 여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온통 꽃으로 뒤덮인 카펠 다리에서 보는 호수와 다리 난간에 장식한 꽃의 행렬이 일대 장관으로 한동안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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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발트슈테터 호수에 걸려 있는 카펠다리 앞에서. | |
ⓒ 박도 |
도심임에도 로이스 강과 피어팔트슈테터 호수가 어찌나 깨끗한 지 그대로 한 움큼 마셔도 될 듯했다. 이런 깨끗한 강과 호수는 정부나 어느 자연보호 단체의 캠페인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리라.
스위스 모든 국민들의 뜨거운 애국심과 자연에 대한 숭고한 사랑이 아니고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그네들의 자연에 대한 종교와 같은 신념의 결정이라고 느껴졌다.
개발보다는 환경을, 눈앞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슬기로움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는 쾌적하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었다. 그들은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공해 산업을 기피하고 금융이나 관광과 같은 산업에 전력했다. 전기조차도 환경오염을 우려한 나머지 수력발전으로만 해결한다고 한다.
오늘 스위스의 번영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기보다 스위스인들이 스스로 만든 지상 낙원의 나라였다. 지상낙원은 하늘이 준 게 아니라 거기에 사는 사람이 공동으로 만드나 보다.
피서지 오물 안 버리기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으면
남설악 주전골에 있는 용소폭포의 비경으로 바라보기만 하여도 간장이 시원하다. |
ⓒ 박도 |
금강산이 우리에게 개방되기 이전, 일본의 방송팀이 현지 촬영하여 우리에게 소개할 때 금강산 전역에서는 담배꽁초는 물론 유리조각 하나 없었다는 방송을 들으며 정말 그럴까 반신반의하였다. 이제 금강산을 다녀온 이들은 다 보고 느꼈을 테지만, 그 방송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했을 테다.
나도 구룡연 계곡을 오르면서 삼록수에서 목을 축이고자 손바닥으로 계곡 물을 담아 마시려 하자 안내인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안내인이 나에게 생수 병을 달라고 하여 주자 그 병에 물을 담아 주며 마시라고 하였다. 좀 지나친 자연보호라고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북측에서 개방을 앞두고 가장 염려한 점은 아마도 자연환경 오염문제였을 것이다. 그들이 그처럼 극성스럽게 산하를 보호한 나머지 금강산의 자연은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었다.
금강산 구룡연 계곡에 있는, 구슬을 꿴 듯 파란 물빛의 연주담. |
ⓒ 박도 |
이제 대한민국의 자연환경 보존은 그 한계점에 이르지 않았나 염려스럽다. 이대로 두면 더 큰 재앙이 올까 두렵다. 지금의 우리 의식 구조로는 도저히 문화나 환경 선진국이 될 수 없을 뿐더러, 그동안 이룬 경제 성장조차도 환경오염 재앙으로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이다.
이제는 ‘개발’보다 환경 보존에 더 나라 정책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와 아울러 시골사람 도시사람 모두 내가 오염시킨 물과 공기가 결국은 내 입이나 후손들 입으로 마시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지금 당장부터 실천해야 환경오염에 찌든 우리 국토를 살릴 것이다.
사실은 나도 4년 전에는 서울사람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서울(도시)사람 시골사람 모두 예외 없이 환경오염에 느슨하다. 이대로 가면 선진국도 될 수 없을 뿐더러 환경오염의 재앙으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환경보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올 피서철부터 쓰레기더미로 국토가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피서객들이 몸소 실천하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으면 좋겠다.
백두산 천지, 우리나라 산하처럼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
ⓒ 박도 |
경치가 아름답고 향기 그윽한 곳이라 하여 '묘향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묘향산의 여름. |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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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6 10:3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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