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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 이 정도는 돼야지!

세칸 2007. 8. 6. 19:02

 

전원생활, 이 정도는 돼야지!

 

[포토에세이] 아담한 집 주변에 없는 거 빼고 다 있네

 

 

 

아주머니가 화단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 임재만
도시에서의 오랜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한 아주머니댁을 찾았다.

아담한 집 마당에 파란 잔디가 깔려 있고 주변에 언제 보아도 정다운 꽃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봉숭아 채송화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 담 밑에는 특이하게 생긴 산 모과와 애기꽃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풍성하고 넉넉한 전원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애기 꽃사과의 모습
ⓒ 임재만
채송화가 곱게 피어있는 모습
ⓒ 임재만
꽃밭을 메던 아주머니가 텃밭의 오이덩굴에 달린 싱싱한 토종 오이를 따 주며 먹어보라 한다. 마당가에 있는 수돗물로 대충 씻어 분질러 먹으니 시원한 맛이 꿀맛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와 기분이 좋다.

못생긴 토종 오이
ⓒ 임재만
오이는 비빔밥이나 냉국으로 예전에 즐겨 먹던 것으로 도시락 반찬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늙은 오이는 껍질을 깎아서 고추장과 들기름으로 버무려 먹곤 하였다. 오이 무침은 비빔밥의 주요 재료였고 여름날 큰 바가지에다 고추장과 함께 섞어 만든 비빔밥은 최고의 만찬이었다.

귀엽고 싱싱한 가지의 모습
ⓒ 임재만
오이덩굴 아래로는 싱싱한 가지가 자라고 있다. 진보랏빛의 아기 가지의 모습이 참 귀엽다. 가지는 밥할 때 밥솥에 넣어 쪄서 간장과 고춧가루, 참깨를 넣어 무쳐 먹는다. 밥이 어디로 도망가는지 모를 만큼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난다.

텃밭에 고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 임재만
마당 한옆의 텃밭에 자라고 있는 고추는 뜨거운 태양빛으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냄새를 맡아 보니 매운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자극한다. 옛날에 원두막에서 고추를 가락지모양으로 잘라 고추장에 찍어 먹던 기억이 새롭다. 예전에 할아버지는 원두막으로 점심을 지어 가져가면 꼭 고추를 잘게 잘라서 물에 마른 밥과 함께 맛있게 잡수셨다.

 

토종닭의 건강한 모습

ⓒ 임재만
고추밭 앞에는 닭장이 있는데 토종닭과 일반 닭을 나누어 기르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설명으로는 토종닭은 다리의 색이 푸르스름하다 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주머니 말씀대로 토종닭은 발가락이 모두 푸르스름한 것이 생긴 모양도 한국 사람처럼 복스럽고 얌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수탉만큼은 항상 상기된 모습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모두가 수탉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어느 닭보다도 건강하게 생긴 토종닭을 보니 예전에 어머니가 도시락에 몰래 넣어 주시던 달걀부침이 생각난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집집이 대부분 닭 두세 마리 정도를 키웠다. 그래서 매일 낳는 달걀을 꺼내오는데 형과 서로 꺼내려고 다투기도 하였다. 보통 하루에 두 개 정도를 낳았는데 하나는 달걀 양쪽에 구멍을 내어 생으로 아버지가 드시고 나머지 하나는 몰래 내 도시락 반찬으로 넣어 주곤 했다.

붉게 익어가는 토마토
ⓒ 임재만
닭장 옆에는 토마토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렸는데 작고 동그란 것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그 모습이 깜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옆의 토끼장에는 토끼가 놀란 듯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키웠다. 매일 토끼 먹이 당번이 있어 아카시아 잎을 한 망태기씩 따다가 토끼에게 먹이곤 했는데, 그때 보았던 토끼를 만난 것 같아 반가움이 앞선다.

아담한 집을 중심으로 예전에 시골마을에 펴있던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고, 텃밭에는 무공해 먹을거리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으며, 여러 마리의 토끼와 닭이 한가로이 먹이를 먹고 노니는 평화로운 곳, 이곳에서 진정한 전원생활이 뭔지를 알게 되었다.

텃밭에 있는 산모과
ⓒ 임재만

아주머니는 그들을 가꾸고 보살피는 즐거움으로 무척 행복해 보인다. 꽃밭을 메는 아주머니의 땀방울이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빛난다.

아주머니는 커다란 모자를 쓰고 계셨는데, 그 안에 숨어 수줍게 웃는 모습이 소녀처럼 밝아 보인다. 채송화가 옆에 앉아 조용히 따라 웃고 있다. 파란 잔디밭에 요란하지 않은 아담한 집, 작은 꽃들과 귀여운 토끼가 아주머니의 행복을 쑥쑥 키우고 있었다. 전원생활이 이 정도는 돼야지….

 

 

 

2007-08-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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