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사는 즐거움. 아시나요?
시골 내려와 산 지 6년 만에 충북 괴산 박달산 아래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25평 본채와 3평 손님방을 나무와 흙, 돌로 지었습니다. 물론 기초는 콘크리트로 하구요. 3평 별채에 누워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노을이 바라다보이는 풍경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시골에 내려온지 6년만에 나무와 흙으로 집을지어 이사 했습니다.
ⓒ 이우성
25평 본채입니다. 한 아궁이에서 불을 때 거실난방까지 합니다. |
ⓒ 이우성 |
개량형 구들로 집 전체를 난방하고 태양열을 모아 온수통 물을 식지 않게 하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연료비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농사 지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임을 온 천지가 다 아는지라 집앞 텃밭에서 푸성귀 뜯어 반찬하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사는 것이 시골 사는 어른들이 가르쳐주는 지혜지요.
밥상을 차리면 내 손으로 기른 것들로 만든 반찬 가짓수를 세는 것이 제일 큰 즐거움입니다. 해물과 가끔 올라오는 고기 반찬을 빼고 자급률이 한 60% 정도는 될는가 모르겠습니다.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지요.
"짱나, 시골" 하던 작은 아들의 변화
노을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3평짜리 별채를 지었습니다. 손님방입니다. |
ⓒ 이우성 |
"산처럼 새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어 박달산 기슭에 집짓다."
지난 봄, 집 상량할 때 상량문에 제가 쓴 글입니다. 산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넉넉한 품으로 감싸 안는 여유와, 새처럼 자유스럽게 깊고 넓게 바라보는 시선, 나무처럼 누구에게나 그늘 내어주고 숨 쉴 공기를 만드는 일, 꿈일테지요.
그렇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곧 사람이 할 일 아니겠어요? 집 앞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리집 대문입니다. 어디서 보든지간에 그 나무 품새가 넓고 깊은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 땅에 집을 지을 생각을 한 것은 이 나무 덕분입니다.
느티나무 한 그루가 집 입구에 있습니다. 그 너른 품새를 닮고 싶습니다. |
ⓒ 이우성 |
새로 지은 집에 이사하고 처음 한동안 초등학교 6학년 우리 작은 아들놈은 조금 투정이 심했습니다. 시골 내려와 사는 것도 못마땅한데 아주 산골로 와 학교 다니는 시간 많이 걸리는 것이 못마땅했던 거지요. 어느 날 펼쳐진 아들놈 일기장엔 "짱나, 시골" 하는 소리가 빽빽했습니다.
보다 못한 제가 어느 토요일밤, 아들놈 손 잡고 집 옆으로 흐르는 개울가로 데려갔습니다. 플래시 불빛을 비추면서 돌을 들어올리니 가재가 보입니다. 아이가 탄성을 지릅니다. 신발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아, 대박이야"를 연발합니다.
아들도 간신히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는 길에 다 썩어가는 나무에 불빛을 비추니 사슴벌레가 보입니다. 아이는 또 박수를 칩니다. 집에 돌아와 톱밥으로 집을 만들고 설탕 몇 숟가락을 넣고 사슴벌레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가재와 사슴벌레를 관찰하고 먹이 주는 일이 이사 후 정을 못 붙이던 아이에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물 때문인지 환경이 바뀐 가재가 며칠 만에 죽자 아이는 사슴벌레도 풀 숲에 살려주었습니다.
매일 유정란을 만들어주는 닭이 8마리입니다. |
ⓒ 이우성 |
아들의 즐거움은 또 있습니다. 우리집에 기르는 수탉 한 마리와 암탉 8마리는 매일 새벽 3시부터 울어 일찍 잠을 깨우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매일 7~8개의 유정란을 낳습니다. 그 계란을 프라이 해서 먹는 것도 작은 아들의 즐거움이요. 닭에게 모이주고 산책시키는 것도 큰 일과입니다.
또 있습니다. 우리집 백구, 아무나 좋아해서 집지킴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흠이지만 사람 잘 따르는 것은 이놈 만한 게 없습니다. 먹이 주고 물 주고 함께 뛰며 산책하는 것도 작은아들놈의 저녁 일과이지요.
그렇게 함께 뛰어다니면서 뭇새와 풀과 돌, 나무에게 눈길 주던 아이가 자라면 세상을 좀더 따뜻한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오묘한 변화를 일으키며 신비한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면서 작은 것의 가치를 조금은 느끼지 않을까요.
진돗개이름이 나무입니다. 너무 사람을 좋아합니다. |
ⓒ 이우성 |
다시 봄이 되면 계란을 넣어주고 부화시키고 날라리 기와집에 사는 백구의 아들들이 태어나면 우리 아이는 또 얼마나 박수를 칠까요. 시골 사는 즐거움, 아주 작은 씨앗하나가 땅에 묻혀 자라 주렁주렁 열매를 맺듯 아이가 박수치고 좋아할 일, 아직 시골에는 끝이 없습니다.
거실모습, 밖으로 난 문에 뒷편 박달산 풍경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
ⓒ 이우성 |
마당 바로 앞에는 농사짓는 밭입니다. 문전옥답인 셈이지요. 옥수수 수확을 마치고 기장과 김장배추가 들어갑니다. |
ⓒ 이우성 |
[덧 붙이는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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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6 11:42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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