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핑게 김에 하는 '입낚시'

세칸 2007. 2. 23. 07:33

 

  속 모르는 낚시선 선장님이 며칠째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냅니다.

 "설 명절 잘 보내셨죠? 세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의례적인 인사 메시지 뒤에 "요즘 굵은 놈들이 더러 나옵니다. 물때도 좋고 하니 한번 다녀 가시죠?"라며 나름 되로는 정보를 주면서 수완을 발휘합니다.

사실은 구정 전 부터(재수고기 잡으라고...) 몇차례의 문자가 왔었지만 어런저런일로 답신을 보내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어제 저녁(정확히는 오늘 01시)에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저런 인사성 안부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통 안 보이 시길레 어찌 되셨는줄 알았습니다."하면서 "어제 어느 포인트 주변에서 육자급(허풍이 조금 썩인줄 잘 알죠.)이 몇마리 비쳤으니 한번 다녀 가라"는 말을 잊지 않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우리나이가 어떤땐 주위분들을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띄엄띄엄 이라도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몇달 보이지 않거나 소식이 없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가 가끔은 있으니 아마 그리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일주일에 한번이상 다니던 출조를 안 간지가 거의 10여 개월 된답니다. 이것저것 정리 할 일도 있었지만, 남들이 보기엔 멀쩡해도 몸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몇년전에 왼쪽어깨와 팔, 손가락까지 저리고 아파서 '오십견'인가 했더니 경추5,6번의 이상으로 오는 증세(통상 목 디스크라고 합니다.) 라더군요. 두어달 치료해서 말끔히 나은줄 알았고 열심히 낚시도 다녔습니다. 작년 봄부터 이 증세가 스스히 나타 나더니 그리 심한 증세가 아니어서 그냥 내버려 뒀답니다. 사실은 침맞는게 지겨웠 거던요. 그리 심한 상태는 아니고 왼손 엄지와 검지가 망치로 가볍게 얻어 맞은것 같은 저림증과 약간의 감각무딤 증세여서 별로 불편하지도 않고 하여 참아볼 심산이었지요. 

 

  낚시, 특히 바다낚시는 몸이 불편하면 즐기기 곤란 합니다. 특히 왼손 엄지와 검지가 불편하면 곤란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랍니다. 바늘 묶을때는 물론이거니와 미끼 끼울때, 이것저것 매듭을 지을때 라던가....... 한번의 낚시에서 이런 동작이 수십, 수백번 되풀이 반복되는 과정이랄 수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핑게 삼아, 바다에 나가지는 못하고 '입낚시'나 할까 합니다.

낚시는 과연 무엇일까요?

왜, 낚시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 한다고 그럴까요?

심지어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초보조사가 "감생이에게 침 맞으면 애비 어미도 모른다"는 말을 할까요?

낚시엔 그만한 매력이 있습니다. 빠지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이해하고 알기 힘든......

 

 [낚시와 사냥] 언듯 생각키는 낚시와 사냥은 닮은 듯이 보입니다만, 꼭 그런것은 아니랍니다.

대상물을 포획한다는 최종 목적만은 닮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만 그 과정은 많이 다릅니다.

저는 사냥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월간바다낚시에서 운영하는 '디낚'이라는 홈 페이지의 블로그에 '콜롬보의 아르헨티나 사냥기'라는 블로거가 연재하는 사냥기를 아주 즐겨보면서 사냥에도 정도를 지켜야 할게 있고 그분의 사냥과정과 열정, 사냥방법과 철학을 느끼면서 '아! 사냥이란 이런거구나' 하는 정도로만 아는게 전부랍니다.

 

 [낚시와 사냥의 닮은점] 우선은 대상물을 포획한다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닮았습니다.

사냥에서도 정도가 있고 낚시에서도 정도랄 수 있는 무언의 약속은 있습니다. 사냥의 정도는 암컷과 새끼는 잡지 않으며 대상물을 상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낚시에서의 정도(?)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산란기의 어종은 피하고, 어린새끼(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5~30Cm)는 잡더라도 살려서 놓아주며 생업이 아니기에 지나친 포획은 피하고 릴리즈(방생)하는 메너등이 낚시의 정도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사냥이나 낚시나 대상물이 지나 가거나 나타날 만한 위치에서 만반의 준비를 갇추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다는 점이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포인트(위치)를 바꾸기도 하지만.....

사냥에서도 잠복이 아닌 추적개념의 사냥이 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냥개를 이용하는 추적 사냥도 있다지만 여기에서는 닮은점의 사냥만을 다루겠습니다. 

  또, 닮은점은 잠복이나 기다릴 시에 지켜야 되는점도 흡사하게 닮아 있습니다.

사냥에서는 소리와 빛, 바람을 안고 은폐하여야 하고, 낚시에서도 소리와 빛, 경우에 따라서는 물속으로 비치는 자신의 그림자 까지도 신경쓰며 기다린다는 것은 너무 흡사히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닮은점은 '꾼'의 열정과 끈기, 대상물에 대한사랑?(집착이 절대 아닙니다.) 이랄 수 있습니다.

 

  [낚시와 사냥의 다른점]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닮아 있지만 정말 중요한 점은 확연히 다르답니다.

먼저 사냥은 보이는 대상물을 겨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육안이나 장비를 사용하여 보고 나서 사정거리 안에서만 포획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낚시는 어떤 경우라도 대상물을 보고 챔질하여 낚는 경우는 없습니다. 혹 장난삼아 하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나 그건 낚시랄 수 없지요.

 

  낚시는 대상물을 보지 않으며, 대상물의 접근이나 움직임을 간접적인 조건들의 민감한 변화로 감지하고 긴장하며 결정정인 타이밍을 기다립니다. 어떻게 들리 실지 모르지만 상당히 형이상학적인 표현이 될 수 밖에 없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조력의 차이나 집중력과 감각의 차이가 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도 다 여기에 기인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말도 아니고 글로써 표현 하기란 제 능력 밖임을 솔직히 시인합니다. 정말 어렵 습니다. 하지만 사냥과는 분명히 구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상물을 보고 포획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대상물을 포획하는것.......어떤게 결과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더 할까요? '참 낚시꾼'이 된다는 것은 修道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낚시는 왜.....] 어떤 이들은 이런말을 합니다. "낚시다닐 돈으로 회 사먹으면 더 많이 먹고 시간 절약 될텐데 왜, 시간버리고 돈 버리면서 낚시 다닙니까" 하고 저에게 묻습니다만, 웃고 말지요.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동문서답, 마이동풍이 될게 뻔한 답을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꾼'들은 회 별로 좋아 않습니다. 시간과 돈 아까운 줄 모르는 바보들도 아니랍니다. "그렇다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라고 묻는 분도 계시겠지만 특별한 이유도 별로 없습니다.

  다만 낚시가 좋아서, 그 카타르시스를 온몸으로 느끼는 ......그 무엇 때문 입니다만, 그걸 어찌 글로써 표현 할지......참 난감 합니다.

 

  보이지 않는 대상물을, 이른바 포인트가 될만한 위치에서 자신만의 채비와 테크닉으로 무장하고 기다릴때 부터 낚시는 시작이 된답니다. 좀더 정확히는 집에서 가방을 정리하고 장비를 챙길때 부터 약간은 기대하고 흥분하면서 마음은 벌써 어느 갯바위에 가 있다고 착각하며 출발 한답니다.

왕복 서너시간의 짧은 낚시일 수도 있고 길게는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로 긴 일정일 수도 있답니다.

어떤 일정이던 기대와 흥분은 마찮가집니다.

 

  낚시 이야기를 글로 써는 것은 별 재미가 없답니다.

일기 상황이 안좋으면 '꾼'들은 이른바 '입낚시'는 더러 즐겨 합니다. 참.....재미지지요!

마지막 장면을 보시고(?) 이만 줄일까 합니다. 같이 즐겨 보시지요.

 

  [나의 낚시] 부산 저의 집에서 새벽 0시에 출발하여 04시에 갯바위에 내리는 일정은 별 부담이 없습니다. 갯바위에서 마시는 커피맛과 라면 맛은 참 유별 납니다만, 어쩌 겠습니까, 님들께는 드릴 수 없으니 생략 하겠습니다.

 

  제가 즐겨 애용하는 카본순도 99.9%의 1호 5.3m의 릴대를 꺼내고 2,500번 LB릴에 2.5호 플로팅타입의 원줄을 셋팅합니다. 찌는 즐겨 사용하는 OOO 2B로 채우고 수중찌 대신 3번 OOO를 달고 2호 목줄 4.5m를 직결매듭합니다. 바늘은 감성돔 3호 바늘을 '손가락 돌려메기'로 하여 준비하고 바늘에서 60Cm위에 B봉돌을 물렸습니다. 이 정도의 채비는 이른바 제법 중무장이랍니다. 자, 채비준비가 끝났습니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물돌이 까지는 약 한시간이 남은 끝 썰물입니다.

 

  밑밥을 준비 합니다. 6봉지의 크릴중 4봉지와 파우더 2봉과 불린보리 3봉을 손으로 잘 섞어 놓고는 한숨 돌립니다. 손을 씻으면서 바닷물의 온도를 감지해 봅니다. 그리 싫지 않은 온도, 예감이 좋습니다. 가방과 주변을 정리하고 느긋이 앉아 담배 한대를 태웁니다. 무슨 일이던 다 그렇겠지만 조급하고 서둘러서 결과가 좋은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낚시도 역시 마찮가집니다.

 

  좌측 낚시인의 전지찌가 제 낚시자리 앞으로 흘러 오다 멈칫거립니다. 입질은 아니고, 아마 수중여를 스치나 봅니다. 물이 들물로 바뀌면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를거란 판단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제찌는 아마 좌측 낚시인의 전방으로 흘러 가겠지요. 담배를 한대더 물면서 밑밥을 던져 봅니다. 물색도 좋아 보이고 여명의 끝이라 주변 지형지물을 완전히 파악 할 수 있는 밝기가 됐습니다. 자, 저도 낚시를 시작 해야 겠지요?  

 

  밑빕을 서너스푼 던져 봅니다. 아직은 조류의 세기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밑밥을 천천히 십여스푼 넣어주고 살짝 밟아 놓은 2봉의 남은 크릴에서 통통한 놈을 골라 바늘에 끼워 첫케스팅을 합니다. 전방 20m에 착수한 채비는 스스히 정리가 되면서 좌측으로 살짝 돌아 갑니다. 조류를 타기 시작 했다는 표시 이기도 합니다. 뒷줄을 20여미터 풀어 줬으니 제 밑채비는 조류세기를 감안하면 12~3m의 수중바닥을 타고 갈 거라는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낚시는 여기서 이런 동작의 반복으로 끝이 날 수도 있습니다. 11시가 철수라면 낚시 시간은 불과 서너시간 이지만 육체적인 운동도 많이 됩니다. 물론 정신적인 유희는 그 이상입니다. 보이지 않는 대상어의 움직임과 물속 상황을 추측하고 자신의 채비를 시물레이션하여 본다는 것이 여간 집중해서는 되질 않습니다.

 

  [기대....그 끝!] 제 기대는 여기서 이렇게 낚시를 끝내는게 아니랍니다.

40여분이 경과하고 케스팅을 12~3회 하고 나니 물의 유속도 적당하고 느낌이 오기 시작 했습니다.

아주 미약한 '건드림'이랄까요 '접촉'이랄까요, 하여튼 뭔가의 감을 느낀다고 생각하며 뒷줄을 살짝 잡는 순간 욱! 하는 당김을 느끼면서 반사적인 챔질에 들어 갔습니다. 이런 순간이 하루 낚시중 몇번이나 있겠습니까? 오로지 이 순간을 기다린 '꾼'의 순간적인 희열을 말로는 표현 할 수 없습니다.

 

  대물들은 역시 노련 합니다. 이물질을 물었다고 판단해서 금방 액션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순간 놀라고 당황하여 움추립니다. 꾼은 처음엔 분명 입질을 받고 챔질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갯바위에 걸린듯한 느낌이 오는 순간엔 당황하기도 합니다. 허나 이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바늘을 삼킨 대상어는 어쩔 수 없이 도망갈 궁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1호 낚시대의 카본 메카니즘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낚시대 끝은 수평선 끝을 향하고, 드랙은 낄~낄~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풀립니다. '꾼'으로서는 무어라 형언 할 수 없는 순간이지요. 어떤'꾼'은 이순간을 "천금을 줘도 바꾸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이때 원줄에서 나는 G선의 피아노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는 "꾼'이라 할 수 없지요. ㅍ~ㅣ~ㅣ~ㅇ하고 나는 소리는 '꾼'들을 정말 미치게, 절정으로 치닫게 만들지요.

 

  자! 여기 까지가 저의 낚시 랍니다.

대상어를 잘 제압하여 갯바위에 올려 놓아도 좋고, 제 실력으로 도저히 제압하지 못해 설사 놓쳐 버린다 해도 좋습니다. 아마 "정말, 놓쳐도 좋다고? 거짓이지!"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쩌 겠습니까? 여러분들 스스로 낚시에 취해 느끼지 못한다면 제 말을 믿게할 방법이 없으니......

   

 

                                                              어느 누가 저 바위끝에 8시간씩 서 있겠습니까?

                                     무슨 소득을 바라고.....자신을 스스로 낚아 볼 심산이 아니고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