樹州 卞榮魯 文選
설 연휴 마지막날 오후, 한가하게 낮잠자고 일어나 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
집안의 막내라 설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지만 큰집에서 나눠준 부침개와 튀김이면 막걸리 안주로는 그만이죠.
아이들 에게는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 마저 읽어라(TV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하고 저는 옛 책 몇권을 빼 들었습니다.
오래된 책에서는 종이싹는 냄새랄까 콤콤한 냄새가 납니다만 싫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세월의 향기 같은 은은한 냄새랍니다. 저도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 겠지요?
1965년 1월 20일 경문사에서 재판으로 발행했습니다.
수주 선생님은 1897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1961년 3월 14일 작고 하셨습니다.
중앙학교를 퇴학 당했으나 이후 중앙학교의 영어교사가 되었고 명예졸업을 하셨다는 일화가 전합니다.
펜클럽 한국본부의 초대 회장과 제1회 서울시 문화상의 주인공 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한글과 영문으로된 시와 산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自序一言에서
누구나 자기가 지어 놓은 자기 글에 만족을 느끼도록 분수가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더욱이 오래 전에 지었던 글을 먼 뒷 날에 다시금 들추어 읽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그러한 의미로 나는 近作, 舊作을 물을 것 없이 만족은 커녕 말할 수 없는 不滿, 不滿을 지나서 때로는 짜증까지 나는 것이다.
열에 하나도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처음 뜻한대로) 적어본 적이 없다는 空虛感은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떠나지를 않는 것이다.
남의 경우도 그려러니 생각은 하면서도 유독 나만이 그런상하여 마음이 그지없이 괴로운 것이다.
말이 쉬울 뿐, 세상에 소위 眞正한 文字란 가물에 콩인 것이다...................하 략..................
대가들도 글쓰기의 어려움은 마찮가진가 봅니다.
論 介
樹州 변 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精熱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娥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石榴 속 같은 입술
[죽음]은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江물은
길이 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논 개] 전문
양귀비 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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